국회의원, 체육단체장 겸직 논란 계속

명예직이냐 아니냐 ‘애매…’

[일요신문]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의 일환으로 지난 8월 공포된 국회의원 겸직 금지법은 오는 2014년 2월 14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겸직금지법은 원칙적으로는 국회의원의 겸직 자체를 금지하고 있지만 국회법 관련조항 제29조 안에 명시돼 있는 예외 항목 중 ‘공익 목적의 명예직’이라는 조항이 있어 논란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장윤석 의원의 경우 대한복싱협회장이면서 의원 겸직 금지 여부를 평가하는 윤리특별위 위원장으로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일요신문 DB

특히 체육단체장을 겸직하고 있는 의원들의 경우 겸직금지법에서 ‘명예직’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아직 판가름되지 않은 상태다. 최근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의 국민생활체육회장직을 둘러싼 여야 공방도 이 부분에서 대립했다. 이미 결정된 법조항임에도 명예직 여부를 두고 여야가 맞붙은 것이다. 앞서 지난 1월 여야 의원들이 정치 쇄신의 일환으로 국회의원 겸직 금지 대상에 체육단체장도 포함시키자고 합의를 봤지만 이후에도 여당 의원들이 연달아 체육단체장 직을 맡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국민생활체육회 가맹경기단체 임원 중 8명의 국회의원이 단체장을 맡고 있다. 이중 7명이 새누리당 의원들이다. 대한복싱협회장은 장윤석 의원, 대한야구협회장에는 이병석 국회 부의장, 대한하키협회장은 홍문표 의원이 맡고 있다. 장윤석 의원의 경우 대한복싱협회장이면서 현재 국회의원 겸직 금지 여부를 평가하는 윤리특별위원회위원장으로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또한 대한태권도협회장은 김태환 의원이, 대한카누협회장은 이학재 의원, 대한컬링협회장은 김재원 의원이, 대한바이애슬론협회장은 염동열 의원이 취임해 있다. 대한배드민턴회장 신계륜 의원은 민주당 소속이다. 체육단체장을 하고 있는 의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은 겸직금지법에 체육단체장이 금지 항목에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체육단체장직의 경우 명예직 여부가 불분명해 윤리심사위원회 자문위에서 심사하게 되는데 아직 명확한 기준이 마련된 것은 아니다.

윤리특위 측은 “아직 시행이 안 됐기 때문에 정확히 정해져 있는 것이 없다. 현재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올해 연말까지 어느 정도 기준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 기준안에는 공익 목적과 명예직 기준이 포함된다. 윤리특위 관계자는 “일단은 체육단체장 같은 경우 원칙적으로 겸직을 못하게 하는 식으로 작업을 할 예정”이라면서도 “하지만 IOC(국제올림픽위원회) 등 국가 이익에 해당하는 경우는 심사 거쳐 허용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단체 내 정치적 중립성과 단체장의 전문성 부족 문제 등의 지적이 끊이지 않아왔던 국회의원의 체육단체장 겸직 문제가 겸직금지법으로 해소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다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