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진행자·게스트 ‘그물망’에 걸렸다
검찰이 연예계 불법도박 수사를 발표하는 건 시간문제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일요신문 DB
처음 불법도박 혐의로 내사를 받던 연예인의 수는 7∼8명이었지만 최근 그 혐의자는 10여 명으로 늘어났다. 실제로 서울중앙지검은 10월 22일 새롭게 혐의가 포착된 유명 연예인 A의 최측근을 소환해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A가 이 측근의 명의를 빌린 뒤 스포츠토토 사이트에서 거액을 베팅하는 방식으로 상습 도박을 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인인 A의 측근이 했다고 보기엔 이 사이트에서 오간 돈의 액수가 큰 점이 의심을 키웠다.
검찰은 이 측근에 대한 조사를 통해 관련 혐의가 드러난다면 A까지 소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검찰이 A를 소환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선다면 이는 ‘연예계 도박사건’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A 외에도 혐의를 받는 연예인 대부분이 예능 등 각종 TV프로그램에서 진행자와 게스트 등으로 활약하는 스타라는 점이다. 이들 중 일부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연예계 전반에 미칠 파장은 상당할 것이란 예상이다. 이들이 도박 사건에 연루돼 실명이 공개될 경우 그 혐의와는 무관하게 제작 참여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특히 검찰이 현직 인기 예능인 B와 C를 집중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수사선상에 이름을 올린 연예인이 10여 명에 이르지만 구체적인 증거까지 드러나 곧 소환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이들이 바로 B와 C이기 때문이다. B와 C는 모두 예능인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데다 절정의 인기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이들의 불법 도박 혐의가 드러나 본격적인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 방송 하차도 불가피하다. 예능계에 커다란 변화가 올 수도 있는 것. 한 검찰 관계자는 “적어도 B와 C는 곧 실명이 매스컴을 통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며 “수사팀이 지난 몇 달 동안 집중적인 내사를 벌여 사실상 몇몇 연예인은 소환 조사만 남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검찰의 조사가 장기화되는 데다 소환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연예계에도 긴장감이 팽배하다. 사건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진 데다 경찰 조사가 이뤄지기 전에 실명이 드러날 경우 연예인이 받을 충격이 상당하기 때문. 일각에서는 “차라리 빨리 조사가 이뤄지길 바란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니셜로만 혐의 연예인이 알려질 경우 엉뚱한 피해자가 나올 우려가 있어서다.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한 연예인의 측근은 이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도 “억울한 면이 없지 않다”며 “차라리 조사를 받고 의심어린 시선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밝혔다.
사실 검찰이 스포츠토토 사이트 불법 도박에 연루된 연예인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 건 방송인 김용만을 적발한 후부터. 김용만은 2008년께부터 10억 원 대의 불법 도박을 한 혐의로 지난 6월 말,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검찰은 수사를 계속 진행했고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검찰이 조사 상황을 발표할 건 ‘시간문제’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현재 안팎으로 위기에 처한 검찰이 연예인 도박 사건을 국면 전환 카드로 언제든 꺼낼 수 있다는 추리도 가능하다. 도박 혐의의 연예인 명단까지 확보한 검찰이 아직까지 숨죽인 채 주변 조사만 벌이고 있는 점도 이러한 우려의 시선을 갖게 한다. 검찰이 국면 전환을 위해 연예인 불법 도박 카드를 아껴둔 것이라면 지금이 사용 적기일지도 모른다. 국정원 사건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다양한 불협화음을 내며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연예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연예인 사건을 이용해 사회적인 분위기를 바꿨던 경우가 많지 않았느냐”면서 “연예계 누구도 이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얘기하지 못하지만 지금 진행되고 있는 도박 사건을 보면 또 다시 연예인 사건이 이용될 가능성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