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면제 연말까지… 올겨울 ‘훈풍’ 예고
정부는 올해 세 차례의 부동산대책을 내놓으면서 시장 띄우기를 시도했다. 4·1 부동산종합대책, 7·24 공급조절방안, 8·28 전월세대책이 그것이다. 주요내용은 4·1 대책 당시 나온 양도소득세 5년간 한시면제,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취득세 100% 면제다. 그리고 8·28 대책에 포함된 취득세율 1~3%로 영구인하가 시장 분위기를 주도했다.
이는 주택거래량 증가로 이어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1~9월 누계 주택매매거래량은 58만 3000여 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4%로 늘어났다.
올해 주택거래시장에는 생애최초 주택구입자들을 포함한 실수요자들이 대부분 참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 대출이 급증한 결과에서 알 수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9월 한 달간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을 받은 사람은 총 8999건, 금액은 8031억 1700만 원에 이른다. 이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 8월의 8871건, 7922억 3800만 원을 넘어선 수치다.
이미 취득세 영구인하 소급적용을 기대하고 시장에 참여한 사람들도 상당수다. 이 같은 거래량 증가는 연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6억 원 이하는 취득세율이 2%에서 1%로 낮아서 거래량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취득세 영구인하 소급적용 발표로 대기 수요자들의 매매시장 참여, 특히 전세부담을 느낀 실수요자들의 6억 원 이하 주택매매가 크게 늘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도 “현재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실수요자들로 집값이 크게 오르지 않는 상황에선 취득세 1%도 큰 영향을 준다”며 “연말까진 집값 상승도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내년, 부동산 3대 규제 풀리면…
문제는 내년 상황이다. 올해는 취득세뿐 아니라 양도세 면제 등의 수요진작책이 있지만, 내년에는 취득세 완화 하나뿐이다. 현재 기대해볼 만한 것은 국회에 발목이 잡혀 있는 부동산 규제완화 법안들이다. 대표적인 것이 다주택자양도소득세 중과, 분양가상한제, 리모델링 수직증축을 담은 법안 개정안들이다.
현재 여당과 야당은 ‘빅딜’을 고심 중이어서 이달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도 있다. 야당이 요구하는 전월세상한제, 임차기간 계약갱신 1회 연장, 재건축·재개발 매몰비용 정산 등을 정부와 여당이 받아들이는 대신 야당도 이 규제법안 완화에 동의하는 조건이다. 리모델링 수직증축은 여야 모두 큰 틀에서는 이견이 없어 국회 통과가 어렵지 않아 보인다. 국토부는 야당의 반대에 한발 양보해 공공부문은 분양가상한제를 유지하고 민간부문은 상황에 따라 탄력 적용하겠다는 수정대안까지 내놓았다.
현재로선 여야가 빅딜만 성사되면 주택시장은 거래량 증가뿐 아니라 집값 상승이 이어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국회 국토위는 이달 중순 법안소위원회를 열어 상정된 법안을 다룰 예정이다. 이날 양측의 빅딜논의가 성사될지 주목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택시장에 3대 규제가 풀리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분양가상한제의 경우 주변 시세 동반상승도 불러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상언 대표는 “현재 분위기로는 건설사들도 분양가를 올릴 수 없겠지만, 주변시세와 비슷한 가격에 분양가가 책정되면 함께 올라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동안은 저렴한 보금자리주택이 주변에 나와 기존 아파트까지 가격이 동반 하락하는 현상이 빚어져왔다.
무엇보다 부동산 규제의 상징 같은 ‘대못’들이 사라졌다는 것만으로도 시장회복에 대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함영진 센터장은 “다주택자양도세중과폐지는 매년 1년씩 연장하면서 세금을 중과하진 않았지만, 완전히 폐지되면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철폐하고 시장을 회복시키려한다는 심리적 기대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거래량 증가, 전셋값 안정이 되더라도 집값이 크게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도 주택시장 전망에서 전셋값은 3%, 집값은 0%로 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허윤경 건산연 연구위원은 “내년 주택시장은 수도권이 실수요자 위주로 거래가 다소 늘어 약 1% 가격이 상승하겠지만, 지방은 지난 2년간 상승세가 계속돼온 만큼 1%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수영 이데일리 기자 grassdew@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