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정보
덴마크 제목은 <Kapringen>, 영문 제목은 <A HIJACKING>이다. 국내에선 <하이재킹>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선 쉽게 접할 수 없는 덴마크 영화지만 소재는 국내에서도 종종 화제가 되는 소말리아 해적이다. 영화 장르가 스릴러로 돼있지만 스릴러 영화로 보기는 조금 애매하다. 영화 <하이재킹>은 덴마크 회사의 선적이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되고 인질이 된 선원들을 두고 해당 회사와 소말리아 해적의 기나 긴 협상 과정을 그리고 있다. 스릴러 영화로 볼 만큼 숨 막히는 긴장감이나 박진감, 반전 등은 전혀 없고 액션 장면조차 없다. 소말리아 해적이 나오는 스릴러 영화라는 생각으로 접근해선 안 되는 영화라는 얘기. 할리우드에서 제작된 영화 <캡틴 필립스>가 그런 성향의 영화라면 <하이재킹>은 인질이 된 선원, 소말리아 해적, 그리고 협상의 주체인 회사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 오히려 장르는 담백한 드라마로 구분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싶다.
연출을 맡은 토비아스 린드홀름 감독과 요한 필리프 아스베크, 올레 두폰트, 소렌 말링, 롤랜드 묄러 등의 배우들은 모두 덴마크 영화인들로 국내에선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이들이다. 개인적으론 회사 CEO로 협상을 지휘하는 소렌 말링이라는 배우가 매력적이었다.
러닝타임은 99분. 99분 내내 영화가 슬로우 템포의 비슷한 리듬으로 진행되는 데다 인질 협상이라는 게 본디 더디고 지루한 과정인 터라 조금은 영화의 진행 역시 더디고 지루할 수 있지만 담백한 대본과 연출이 진중하게 관객을 빨아드리는 매력이 있다. 2012년에 제작된 영화로 국내에선 아직 개봉되진 않았다. 아무래도 극장 개봉보다는 제휴 콘텐츠 등으로 접하게 될 영화가 아닐까 싶다.
@ 줄거리
줄거리는 비교적 단순하다. 덴마크를 떠나 인도로 향하던 덴마크 회사 오리온 시웨이의 선적 로젠 호는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피랍된다. 로젠 호의 선원들은 모두 인질이 되는데 그 가운데 주방장인 미켈(요한 필리프 아스베크 분)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오리온 시웨이의 CEO 피터(소렌 말링)와 해적들의 협상이 이어지고, 스포일러일 수도 있지만 결국 협상이 타결돼 선원들은 대부분 구조된다.
미켈을 비롯한 피랍된 선원들과 그들을 기다리는 가족들의 이야기, 피터를 중심으로 한 회사 협상팀, 그리고 해적들의 이야기가 균형감 있게 그려진다. 총을 들고 선적을 피랍한 해적과 인질이 된 선원들의 관계가 오랜 협상 기간 동안 조금씩 변화하는 과정도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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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초반부에선 아무리 이익 창출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회사라지만 해적들이 원하는 돈을 주고 빨리 선원들을 석방시켜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소말리아 해적의 선적 피랍 사건은 국내 선적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뉴스를 통해 접한 소말리아 해적의 선적 피랍 사건 때마다 누구나 흔히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협상이라는 것이 그리 단순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상대가 1000원을 요구할 때 흔쾌히 그 돈을 주겠다고 하면 상대는 달라는 만큼 줄 것이라 여겨 더 많은 돈을 요구하기 시작해 협상은 더 꼬여버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100원밖에 못 준다고 협상을 시작해 적정 가격에서 인질 석방이 이뤄지는 방식이 주로 활용된다. 소말리아 해적의 선적 피랍을 소재로 한 영화지만 ‘기업체의 협상 방식’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소득이 있는 영화다.
또한 소말리아 해적의 거듭된 선박 피랍 사건을 진지하게 풀어냈기 때문에 평소 사회 문제를 진중하게 풀어가는 영화를 선호해온 영화 팬이라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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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재미있는 영화는 아니다. 해적이 선박을 피랍해 인질들이 붙잡혀 있는 상황이 기본 설정인 터라 어딘가에서 누군가 영웅이 등장해 인질들을 구출할 것 같지만, 현실에서 그런 일이 없듯이 현실적인 이 영화에도 그런 부분은 없다. 그렇지만 세계적인 이슈인 소말리아 해적 문제를 진중하게 그려냈고 그 과정에서 21세기 기업체의 협상 방식이 현실적으로 그려졌다는 부분에서 분명 <하이재킹>은 좋은 영화다.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릴 영화이긴 하지만 볼 가치는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는 영화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