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정보
과연 이런 영화까지 에로 지수를 고민해야 하는지 고민이 깊지만, 분명 이 영화의 일부분은 에로티시즘을 그리고 있으며 2013년 한 해 개봉한 한국 영화 가운데 가장 노출 수위가 높다는 부분에서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영화이긴 하다. 성직자의 베드신이 등장하며 신인 여배우가 전라 노출을 감행한 영화라는 점에서 개봉 당시 상당한 화제를 불러 모았지만 이 영화의 에로티시즘은 기존 영화의 그것과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성욕과 쾌락이 아닌 치유와 교감을 위한 베드신이랄까.
<내 안에 우는 바람>으로 입봉해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 영도다리>등의 영화를 선보인 전수일 감독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독립영화 감독 가운데 한 명으로 이미 세계적인 반열에 오른 감독이다. 상업영화를 즐겨 보며 독립영화에는 큰 관심이 없는 이들도 전수일이라는 이름은 들어봤을 정도다.
이번 영화 <콘돌은 날아간다> 역시 독립영화로 부산국제영화제는 물론이고 카를로비바리국제영화제, 아미앵국제영화제 등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된 작품이다. 당연히 다른 코너를 통해 소개됐어야 할 이 영화가 ‘그 영화의 에로 지수’ 코너에 소개되는 까닭은 영화에 등장하는 파격적인 베드신 때문이다. 두 주인공 박 신부(조재현 분)와 수현(배정화 분)은 수현의 여동생 연미를 통해 인연을 맺게 된다. 가혹한 부분은 연미가 성폭행 후 살해당하는 사고를 당하면서 이들의 인연이 맺어졌다는 것. 사망 당일 자신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연미가 사고를 당했다는 죄책감으로 힘겨워 하는 박 신부와 동생을 잃은 아픔으로 오열하는 수현은 슬픔을 공유하게 된다. 그리고 연미의 유골을 뿌리러 간 시골의 한 모텔에서 서로의 아픔을 달래주며 육체적 교감을 나눈다.
성직자인 신부의 베드신이라는 점에서 우선 화제가 된 이들의 베드신은 이 영화에서 상당히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치유할 수 없을 것 같은 슬픔을 갖고 있는 두 남녀가 나누는 사랑은 결코 쾌감을 향한 몸짓이 아닌 치유를 위한 교감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내내 우울하다. 연미가 사고를 당하기 전까진 그의 생기발랄함이 영화를 이끌지만 그 생기발랄함은 사고 이후 영화의 분위기를 더욱 숙연하게 만든다.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가진 박신부와 수현의 모습은 진중하게 영화를 이끌고 나간다. 이들의 슬픈 베드신 역시 슬픔과 치유의 흐름 안에서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 베드신 / 노출 정보
#11분 25초 동안 이어지는 베드신. 배정화의 음모 등 전라 노출
개봉 당시 화제를 불러 모았듯이 이 영화엔 9분짜리 롱테이크 베드신이 등장한다. 두 배우가 모텔에서 베드신을 시작해 정사가 끝난 뒤 나체 상태로 있는 장면까지를 모두 연결하면 무려 11분 25초 동안 지속되는 장면이다. 신인 배우 배정화는 음모 노출까지 감행하며 전라 연기를 선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으니 당연히 노출 수위는 최고 수준이다.
베드신에 앞서 배정화는 홀로 욕실에서 전라로 등장하기도 한다. 이 장면 역시 여배우의 샤워 장면을 에로틱하게 보여준다기보다는 슬픔을 이기지 못해 힘겨워 하는 여성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린 장면에 가깝다.
@ 에로 지수 : 70
신인 여배우가 데뷔작에서 음모 노출까지 감행하며 전라 노출을 선보였다는 부분에서 높은 에로 지수의 측정이 가능하다. 이미 한 해 전 영화 <은교>를 통해 역시 음모 노출을 시도하며 데뷔한 김고은에 뒤지지 않는 열정적인 연기다. <은교>가 상업 영화인 터라 더 큰 화제를 불러 모았고 김고은 역시 스타덤에 오른 데 반해 <콘돌은 날아간다>의 배정화는 독립영화의 한계로 인해 김고은만큼 화제를 불러 모으진 못했다. 그렇지만 치유하기 힘든 상처로 힘겨워하는 여인의 모습을 그려낸 배정화의 연기력은 분명 박수 받아 마땅하다. 데뷔작에서 파격 노출을 선보인 여배우는 그만큼 연기에 대한 열정이 뛰어나다는 의미이고, 그렇게 데뷔한 여배우의 상당수가 연기파 배우로 성장했다. 이미 신인임에도 빼어난 연기력을 선보인 배정화 역시 분명 기억해야 할 여배우다.
다만 본격적인 에로티시즘을 그린 영화가 아니라는 점, 그래서 기존의 베드신과는 다소 다른 양상의 베드신이라는 점 등으로 인해 에로 지수를 70이상 주긴 힘들다. <콘돌은 날아간다>의 제작진과 배우들 역시 에로 지수로 높은 점수를 받고 싶진 않을 것이다. 그런 의도로 탄생한 베드신이 아니며 그런 의미의 영화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70점이라는 다소 높은 점수를 준 까닭은 배정화의 열정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기 위해서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