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 ‘모락모락’
탁재훈(왼쪽)과 이수근이 경찰관 룸살롱 접대 의혹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사진은 이들이 6일 서울 서초동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을 마치고 나오는 모습. 연합뉴스
검찰은 연예인들의 맞대기 도박 사건을 수사하며 주변인들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정황까지 포착했다. 불법 도박에 이어 룸살롱 접대 의혹까지 제기되자 탁재훈과 이수근은 “사실이 아니다”고 강력하게 맞서고 있다. 이들은 관련 내용이 공개된 12월 2일 곧바로 각자의 소속사를 통해 “향응 제공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며 “강경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혐의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는데도 자신들의 실명이 또 다른 사건에 오르내리는 것에 대해 법적인 대처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검찰은 “급할 것 없다”는 입장이다. 향응 제공 및 금품 수수에 대한 조사가 아직 초기 단계인 데다 앞서 불법 도박 혐의를 받은 연예인 대부분을 이미 불구속 기소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차근차근 혐의 연예인의 주변 조사를 진행하면서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검찰은 연예인들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았다고 의심받는 경찰관의 비리도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룸살롱 접대 사실이 알려지면서 혐의 연예인들이 경찰관에게 금품을 건넨 것으로 알려진 시기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 있게 제기된다. 검찰이 지목한 2009년은 서울경창청이 마카오의 한 호텔 카지노에서 수천만 원씩의 판돈을 걸고 원정 도박을 한 혐의로 연예인을 포함해 46명을 입건했던 시기다. 또 같은 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연예계 비리 전담팀을 만들어 노예계약 등의 문제에 대한 집중적인 수사를 벌이기도 했다. 즉 연예계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가 벌어진 해였다는 의미다.
이번에 불법 도박으로 적발된 이수근의 경우 2008년 12월부터 2011년 6월까지 총 3억 7000여만 원의 판돈을 걸고 불법 도박을 해온 혐의를 받고 있다. 탁재훈 역시 2008년 2월부터 2011년 4월까지 총 2억 9000여만 원을 도박에 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접대시기’로 짚은 2009년과 모두 겹친다.
연예인이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켜 방송 활동을 중단할지라도 중차대한 사안이 아니면 언젠가 다시 연예계로 컴백한다. 불법 도박은 다소 중대한 사안이라 연루 연예인의 컴백이 쉽지 않은 영역이긴 하다. 그렇지만 개그맨 김준호가 불법 도박 사건에 휘말렸음에도 컴백에 성공했으며 현재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음을 볼 때 이번에 문제가 된 불법 도박 연루 연예인들 역시 컴백에 대한 희망을 이어갈 수 있다.
그렇지만 불법 도박에 이어 룸살롱 접대 의혹까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수근과 탁재훈 등은 연예계 컴백이 요원해질 수 있다. 이런 까닭에 이수근과 탁재훈 측이 관련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며 강경 대응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수근과 탁재훈의 룸살롱 접대 의혹이 검찰을 통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치명타가 될 수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 이들이 괜한 의혹의 희생양이 되면서 컴백에 더 속도가 붙을 수도 있다.
검찰이 연예인 불법 도박을 둘러싸고 대대적인 조사를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다시 한 번 드러나면서 연예계에 긴장감이 퍼지지만 한편으론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아직 검찰의 수사가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수근, 탁재훈 등의 실명이 거론된 것은 지나친 폭로전이라는 지적이다.
이번 수사를 가까이서 지켜본 한 관계자는 “연예인들의 도박으로 시작된 조사이지만 진행하는 과정에서 경찰의 비리 사실까지 드러난 만큼 쉽게 마무리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경찰 비리 사건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검찰의 도박 수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정황은 이 외에도 속속 포착되고 있다. 지난달 불구속 기소된 연예인들 외에 또 다른 연예인 A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여전히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A는 그동안 불법 도박 혐의를 받으며 끊임없는 소문에도 시달려왔다. 검찰의 1차 기소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혐의를 벗은 것으로 보였지만, 현재 검찰은 A에 대해서도 집중적인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예계가 여전히 도박이란 폭탄을 안고 있는 셈이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