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호빗 : 스마우그의 폐허(The Hobbit: The Desolation of Smaug)>가 12일 개봉한다. 러닝타임 161분. 2012년 시작된 <호빗> 시리즈는 2014년까지 매년 12월 전세계 영화팬들을 찾아올 예정이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 매년 12월마다 반복됐던 <반지의 제왕> 시리즈 열풍이 다시 불 수 있을까? 그 해답은 <호빗> 시리즈의 2탄인 <호빗 : 스마우그의 폐허>에서 판가름이 날 전망이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 역시 1탄 '반지원정대'에선 다소 의구심을 보였던 영화팬들이 2탄 '두개의 탑'에 열광하면서 열풍이 가능해졌다.
기본적으로 기자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열성팬이다. 집에 <반지의 제왕> 트롤리지 DVD를 소유하고 있으며 이미 여러 차례 반복 감상했다. 과거 <스타워즈> 시리즈에도 열광했던 경험이 있는데 추후 프리퀄로 제작된 <스타워즈> 1~3편을 보곤 다소 실망한 경험이 있다. 프리퀄(Prequel)이란 전편보다 시간상으로 앞선 이야기를 보여주는 속편을 의미하는데 <스타워즈> 1~3편이 대표적이다.
<스타워즈> 시리즈 프리퀄에 실망이 컸던 터라 기자는 <호빗> 시리즈의 1탄 <뜻밖의 여정>은 극장에서 관람하지도 않았다. 뒤늦게 DVD로 관람한 뒤 또 다시 ‘중간계’의 매력에 빠져든 기자는 기자시사회를 찾아 '스마우그의 폐허'를 가장 먼저 관람했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하자면 '많이 실망했다'.
영화팬들은 영화 관람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정보를 접한다. 가장 기본이 되는 정보는 영화의 줄거리다. 그렇지만 <호빗 : 스마우그의 폐허>는 줄거리부터 이상하다. 우선 영화사에서 제공한 줄거리를 살펴보며 그 오류부터 지적하겠다.
‘사나운 용 스마우그가 빼앗아간 동쪽의 ‘외로운 산’ 에레보르 왕국을 되찾기 위해 뜻하지 않은 여정을 떠나게 된 호빗 빌보 배긴스와 간달프, 난쟁이족 왕족의 후예 소린이 이끄는 13명의 난쟁이족.’
여기까지는 사실상 2편 '스마우그의 폐허' 줄거리가 아닌 1편 '뜻밖의 여정'의 줄거리 축약이다. 속편 영화의 줄거리는 전편 줄거리로 시작되는 것이 기본이니 오류라 볼 순 없다. 계속 줄거리를 보자.
‘레골라스와 그의 파트너 타우리엘이 속해있는 엘프족의 합세로 더욱 강해진 원정대는 외로운 산으로 가는 길에 어둠의 숲에서 모습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베오른과 거대한 거미떼를 만나고, 난쟁이들에게 적대적인 엘프족에게 잡혔다가 도망쳐 호수마을을 지나는 등 다양한 모험을 하게 된다.’
영화의 핵심 내용을 담고 있는 부분인데 오류가 많다. 우선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주역 레골라스의 재등장이 반갑다. 엘프족이라 늙지 않는 존재인 터라 레골라스의 출연이 가능했는데 영화의 흐름으로 볼 때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주역인 프로도는 물론 아라곤과 김리 등은 아직 태어나지 않았거나 어린 나이로 보인다.
그런데 절대 레골라스와 타우리엘이 속해 있는 엘프족은 소린과 간달프가 이끄는 난쟁이족에 합류하지 않는다. 줄거리만 놓고 보면 ‘레골라스가 속한 엘프족’과 ‘난쟁이들에게 적대적인 엘프족’이 다른 종족으로 보이지만 이들은 모두 ‘숲속의 엘프족’이다. 숲속에서 거대한 거미떼를 만나 위기에 처한 13명의 난쟁이족과 호빗족 빌보는 그들을 구한 ‘숲속의 엘프족’에 붙잡힌다. ‘숲속의 엘프족’을 대표하는 전사가 바로 레골라스와 타우리엘이고 이들은 소린의 난쟁이족에 합류하는 것이 아니라 엘프족에게서 도망쳐 호수마을로 향하는 소린 일행을 뒤쫓게 된다. 다만 ‘숲속의 엘프족’의 왕이 소린에게 연합을 제안하긴 한다. 소린이 이를 받아들였다면 레골라스가 난쟁이족 원정대에 합류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엘프족을 싫어하는 소린은 이를 거부하고, 빌보의 도움으로 도망치는 데 성공한다.
타우리엘은 난쟁이족에게 호감을 보이지만 레골라스는 2편 끝까지 난쟁이족에게 적대적이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늘 매너가 넘치는 레골라스와 달리 <호빅> 시리즈의 레골라스, 그러니까 젊은 날의 레골라스는 보다 거칠고 자신만만하며 외골수적인 면모가 엿보인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도 난쟁이족은 싫어하지만 난쟁이족의 대표 김리와는 우정을 쌓은 레골라스지만 적어도 <호빗 : 스마우그의 폐허>에선 끝까지 난쟁이족을 싫어한다. 그런데 레골라스의 합류로 원정대가 더욱 강해진다니 대단한 줄거리의 오류다. 실제로 영화 속 소린의 난쟁이 원정대는 레골라스에게 도망치기 바쁘다.
참고로 스포일러일 수 있지만 <호빗 : 스마우그의 폐허>에 비록 사진이지만 김리도 잠깐 등장한다. 소린의 난쟁이족 원정대 가운데 한 명이 김리의 아버지인 것. 난쟁이족 일행을 붙잡아 소지품을 빼앗는 과정에서 레골라스는 한 명의 난쟁이에게서 가족사진을 빼앗는다. 그런 뒤 레골라수가 “이 괴물은 누구냐?”고 묻자 그 난쟁이는 “내 아들 김리!”라고 답한다. 물론 동명이인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피터 잭슨 감독의 재치로 보인다.
‘그리고 마침내 에레보르의 외로운 산에 거의 다다랐을 때, 그들이 지금껏 만났던 그 어떤 존재보다도 위험하고 모두의 용기와 우정, 지혜의 한계를 시험에 들게 한 용 스마우그와 맞닥뜨리게 되는데….’
2편의 결론에 해당되는 줄거리다. 스마우그와 맞닥뜨리는 대목이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로 보이지만 사실 이 부분은 결론에 해당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3편으로 연결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사실상 2편 ‘스마우그의 폐허’는 제목과 달리 스마우그의 폐허가 된 에레보르의 외로운 산에서 벌어지는 일보다는 거기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담고 있다. 흥미진진한 추격신과 도주 장면이 2편 내내 이어지는데 뉴질랜드의 대자연과 완벽한 컴퓨터그래픽(CG)의 결합으로 완성된 ‘중간계’에서의 이들의 모험은 영화 내내 충분한 볼거리와 재미를 선사한다.
아쉬운 부분은 2편 역시 본론이 아닌 여전히 서론이라는 느낌이 든다는 부분이다. 행여 <호빗> 시리즈 3편이 모두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서론 역할에 그치지 않을까 싶은 걱정이 들기도 한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경우 1편 ‘반지 원정대’는 절대 반지에 단긴 사연과 중간계의 여러 종족과 나라, 그리고 그들의 상황 등을 보여주는 데 주력한다. 3시간여의 ‘반지원정대’가 끝나는 장면은 프로도 일행이 반지원정대와 떨어져 이제야 본격적인 여정을 시작한다는 내용이라 허탈해 한 영화팬들이 많았다. 그렇지만 2편 ‘두개의 탑’은 달랐다. 1편과 3편의 다리 역할을 하는 2편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영화사에 길이 남을 공성전 장면인 ‘헬름협곡 전투’를 중심으로 한 편의 독립된 영화로서도 충분한 재미를 선사했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 가운데 2편 ‘두개의 탑’을 최고로 손꼽는 이들도 많은 점으로 미뤄볼 때 아마도 ‘헬름협곡 전투’로 인해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 빠진 영화팬들이 많을 것이다.
반면 <호빗>의 2탄인 ‘스마우그의 폐허’는 하나의 독립된 영화로서는 생명력이 약하다. 우선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호빗> 1편을 보지 않은 이라면 <호빗 : 스마우그의 폐허>는 무슨 내용인지 알기 힘들 것이다. 또한 2편을 보는 이유 역시 영화 자체의 재미보다는 <호빗> 3편을 보기 위한 준비 단계에 가깝다. 3편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효과는 충분했지만 이를 위해 161분 동안 영화를 관람해야 한다는 점에는 불만을 갖는 영화팬들이 많을 것이다.
게다가 2편에서 가장 기대를 모은 스마우그의 존재감 역시 아쉬움으로 남는다. 1편에서의 가장 큰 궁금증은 왜 스마우그가 에레보르의 외로운 산을 공격해 난쟁이족의 엄청난 보물을 차지했는가다. 그 의문은 2편에서도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 다만 간달프와 일부 엘프족이 스마우그의 에레보르 외로운 산 점령을 악의 기운이 커져가는 결정적인 증거로 예상하고 있을 뿐이다. 영화만 놓고 보면 스마우그가 에레보르의 보물을 모두 차지한 이유는 금은보화로 편안한 잠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로밖에 설명이 안 된다. 물론 3편에서 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나올 수도 있지만 아직 그 이유가 명확히 설명되지 않은 부분은 영화에 몰입하는 데 분명한 방해물이 된다.
또한 1편 초반부에서 스마우그는 엄청난 힘으로 난쟁이족의 왕국을 폐허로 만들어 버린다. 그렇지만 2편에서 스마우그는 호빗 빌보와 10여 명의 난쟁이족을 손쉽게 제압하지 못한다. 오히려 너무 큰 덩치가 불편해 보일 정도다. 심지어 이들에게 당할 수도 있는 절체정명의 위기에 내몰리기도 한다.
아쉬움이 남지만 결국 내년 12월에 다시 <호빗> 3편 '또 다른 시작'을 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2편 ‘스마우그의 폐허’의 국내 포스터 카피는 ‘전쟁은 지금부터다’이나, 영화 내용으로 볼 때 전쟁은 3편에서 시작될 전망이다. 2편에서 악의 군대가 출정하는 모습이 짧게 등장하지만 출정만으로 전쟁이 시작됐다고 말하긴 어려운 만큼 ‘전쟁은 지금부터다’는 카피는 줄거리만큼이나 오류와 과장의 산물이다.
대신 3편에선 보이지 않게 중간계를 장악해온 악의 세력이 전쟁을 일으키고 스마우그 역시 본연의 위용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시리즈 최종편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된 것이 2편 ‘스마우그의 폐허’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호빗> 시리즈 전체를 놓고 볼 땐 여전히 <호빗> 3편 '또 다른 시작'에 대한 기대감을 가질 수 있지만 2편 자체만 놓고 보면 아쉬움이 크다.
@ 이 영화 볼까 말까?
볼까?
1. <반지의 제왕> 시리즈 마니아라면 방법이 없다. 무조건 극장으로 가야지….
2. 한 단계 진보한 3D 영화를 즐기고 싶다면 추천. HFR 3D 첨단 기술이 집약돼 있는 영화다. 기존 3D 영화가 영화 초반부에서만 대단할 뿐 금세 눈에 적응돼 별 차이를 못 느끼는 데 반해 <호빗 : 스마우그의 폐허>는 보는 내내 3D의 매력에 빠져들 수 있다. 3D 기술 자체는 <아바타>를 확실히 뛰어 넘었다.
3. 다양한 볼거리와 모험 영화를 즐기는 영화팬이라면 추천. 완벽한 CG와 볼거리는 넘쳐난다.
말까?
1. 기존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호빗> 1편을 안 봤다면 볼 의미가 없다. 꼭 <호빗 : 스마우그의 폐허>를 봐야겠다면 최소한 <호빗 : 뜻밖의 여정>이라도 DVD로 볼 것.
2.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대규모 전투신을 기대한다면 비추. <호빗 : 스마우그의 폐허>는 여전히 1편과 유사한 모험과 추격 장면 위주다.
3. 1편에 잠시 등장한 용 스마우그에 기대감을 갖고 있다면 비추. 황금의 용으로 거듭된 3편에선 스마우그의 활약이 기대되지만 2편에선 액션 연기보다 토크쇼에 열중하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