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정보
영화 <프리즈너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내내 어둡고 침울하다. 딸이 실종된 뒤 유괴범을 찾아 딸을 구하려는 아버지와 형사의 이야기인 터라 어둡고 침울한 영화일 수밖에 없겠지만 유독 이 영화는 더 어둡고 침울하다. 그러고 보니 이 영화에는 해가 떠 있는 장면이 거의 없다. 영화 속 날씨는 내내 흐리고 종종 눈도 내린다. 영화 러닝타임도 153분으로 다소 길다. 두 시간을 훌쩍 넘기는 동안 내내 흐린 날씨가 이어지는 영화를 보고 있으면 관객들의 기분도 침울해질 수밖에 없다.
영화를 관람한 이들의 반응은 양반된다. 수준 높은 범죄물 영화라는 극찬도 있지만 이런 저런 지적도 많다. 우선 러닝타임이 너무 길다. 영화의 스토리 전개만 놓고 보면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사이의 영화였다면 훨씬 더 이야기 전개가 흥미진진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이는 영화의 장르상 한계다. 사실 <프리즈너스>는 범죄물이 아닌 심리극이다. 각자의 방법으로 유괴범을 찾는 아버지와 형사는 거듭된 난관에 부딪히며 좌절한다. 이들을 중심으로 등장인물들의 심리 묘사에 집중한 영화인 터라 이야기 전개는 조금은 지루할 수 있고 흐린 날씨의 마을이 지루하게 묘사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런 느린 이야기 전개와 긴 러닝타임은 심리극이라는 측면에서는 분명 이 영화의 장점이기도 하다.
유괴범을 검거하기까지의 과정에서 이 영화는 너무 많은 단서를 보여줘 범죄 스릴러 영화로서 아쉬움이 남는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유괴범을 체포하는 과정에 치중한 범죄 영화라기보다는 절박한 상황에 내몰린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그려내는 데 더 집중했음을 감안하면 이 부분 역시 충분히 이해가 된다.
영화 <프리즈너스>는 치명적인 범죄인 유괴 사건에 직면한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우아하게 그려낸 범죄 영화다. 어찌 보면 미로를 중심으로 한 퍼즐 맞추기라는 스릴러적인 요소는 심리 드라마를 표방한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건네는 일종의 보너스 일수도 있다. 보너스이기 때문인지 퍼즐 맞추기는 조금 쉬운 편이다. 조금만 집중해서 영화 속 복선 역할의 상황을 살펴보면 범인을 직접 추리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153분 내내 진지하고 무겁고 침울한 영화지만 ‘우아하다’는 평을 들을 수 있을 만큼 완성도 높은 영화다.
@ 줄거리
영화 <프리즈너스>는 한가롭게 휴일을 즐기는 한 마을의 두 이웃 가정의 평온한 모습으로 시작된다. 한가로운 휴일이자만 첫 장면부터 날씨는 흐리다. 그리고 잠시 집 밖으로 나간 두 가정의 딸들이 사라진다.
어린 딸 두 명이 실종되면서 평온하던 두 가정은 몹시 힘겹고 혼란스러워 진다. 다행히 실종될 한 여자 아이의 오빠가 목격한 캠핑카를 바탕으로 검거율 100%의 형사 로키(제이크 질렌할 분)는 결정적인 용의자를 체포한다.
그렇지만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용의자 알렉스 존스(폴 다노 분)는 아무런 진술을 하지 않고 별다른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 결국 경찰은 주요 용의자 알렉스를 풀어주게 된다.
영화 첫 장면부터 가부장적인 면모를 선보인 실종된 딸의 아버지 켈러 도버(휴 잭맨 분)는 가족을 보호하려는 의지가 남다른 인물이다. 당연히 사라진 딸을 찾기 위해 직접 나선다. 그렇지만 결정적 용의자가 경찰에서 풀려난 데 격분한 캘러는 경찰과는 별도로 알렉스에 대한 개인적인 수사에 돌입한다.
반면 형사 로키는 새로운 용의자에 주목하며 수사를 진행한다. 그렇게 로키는 결정적인 새로운 용의자를 체포하는 데 성공한다. 게다가 새로운 용의자에게선 실종된 두 여자 아이의 피가 묻은 의상 등 결정적인 증거까지 발견된다. 범인이 새로운 용의자로 굳어져 가는 분위기임에도 캘러는 애초 용의자에게 더 강한 의심을 품으며 별도의 수사를 이어간다.
스포일러일 수 있지만 캘러와 로키의 수사는 모두 진범과 거리가 있다. 결국 둘 다 엉뚱한 용의자를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한 셈이다. 그렇지만 두 용의자에게 미로라는 공통점이 드러나면서 켈러와 로키는 서서히 진범에게 다가서게 되고, 결국 엄청난 유괴 사건의 전모를 밝혀내는 데 성공한다. 전혀 다른 방향에서 엉뚱한 수사를 벌이던 캘리와 로키의 수사는 결국 각각의 방식으로 퍼즐을 풀어나가는 과정이었으며 영화 마지막에 이르러 그 퍼즐이 풀리며 엄청난 진실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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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에서도 범죄물을 다룬 미드가 큰 인기를 끌면서 미국식 범죄 드라마에 익숙해진 이들이 많다. 범죄물 미드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영화 <프리즈너스>가 다소 시시하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미드에선 40여 분의 시간 만에 해결되는 사건을 이 영화는 무려 153분 동안 풀어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영화와 드라마는 분명한 장르적인 차이점이 있다. 하나의 범죄가 있고 주인공들이 이를 해결해 범인을 체포하는 과정은 비슷하지만 이를 풀어가는 과정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영화 <프리즈너스>는 등장인물들의 심리 묘사를 중심으로 관객들을 빨아들이는 힘이 있는 영화다. 범인이 누굴까에 집중하는 스릴러적인 관람 법으로는 결말이 다소 허무할 수 있다. 그렇지만 153분의 러닝타임 내내 유지되는 긴장감과 등장인물들의 심리 동선에 집중해서 관람한다면 <프리즈너스>는 단 한 장면도 버릴 부분이 없다고 여겨질 만큼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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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수 있는 영화이긴 하다. 너무 러닝타임이 길어 지루할 수도 있고 영화가 지나치게 우울한 톤이라는 부분을 아쉬워하는 이들도 있을 수 있다. 심리 묘사를 중심으로 진행되다 보니 이야기 전개가 너무 더디게 진행되는 부분도 있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전작 <그을린 사랑>에 비해 범인이 체포되고 끝나는 영화 결말 부분에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도 있다.
그렇지만 이런 부분 한계를 갖고 있지만 분명 <프리즈너스>는 수작이다. 앞서 언급된 지적들이 걸리는 이들이라면 굳이 보지 않아도 될 터이나, 이런 부분을 감안하고 관람한다면 후회하진 않을 것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