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가운데 최근 제3의 인물이 거론되고 있다. 박 전 실장과 임 전 특보를 앞선 다른 핵심 인물이 있다는 것.
지난 3월12일 노무현 대통령은 한나라당 지도부와의 청와대 오찬에서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 “자금조성과 관련된 문제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가까이 모셨던 사람까지 가감없이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언급했다.
노 대통령의 발언 이후 정가와 검찰쪽에서는 ‘김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모셨던 사람’, 즉 DJ의 최측근이 누군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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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월14일 대북송금관련 청와대 기자회견 모습. 가운데 임동원 전 특보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고 왼쪽에 김대중 전 대통령, 오른쪽에 박지원 전 실장의 모습이 보 인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
검찰은 지난 3월26일 박 전 실장과 임 전 특보를 포함한 대북송금 사건 관련자 7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그런데 이 조치가 내려진 직후 “과연 출금조치 대상자를 이들에게만 국한시켜도 될까”라는 의구심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실제 송 특검은 기자들의 ‘추가 출금 조치 가능성’ 질문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을 조심스레 언급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전직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남북정상회담 추진의 핵심 인물은 K씨였으며, 박 전 실장과 임 전 특보는 이미 밑그림이 그려진 상태에서 색칠을 한 인물”이라는 주장을 했다.
이 관계자는 “사람들은 박 전 실장이 북한의 송호경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을 싱가포르에서 만난 2000년 3월이 일의 시작인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사전작업은 K씨에 의해서 1999년 12월에 이미 끝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남북간의 밀사가 99년 9월에서 12월에 걸쳐 여러 차례 일본 등 제3국에서 접촉을 가졌다”며 “당시 정권의 실세라고 할 수 있는 박 전 실장은 문광부 장관이었고, 임 전 특보는 통일부 장관이었는데, 얼굴이 알려진 이들이 수시로 제3국을 드나들며 일을 추진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K씨는 지난 야당시절부터 오랫동안 김대중 전 대통령을 보좌해온 핵심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이 관계자가 전한 바에 따르면 실제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사전 작업은 김 전 대통령과 K씨만이 핫라인으로 주고 받았으며, 어느 정도 성사 단계에 이르면서 박 전 실장과 임 전 특보가 본격적으로 가세했다는 것.
그리고 이때부터 양 실세로 알려진 박 전 실장과 임 전 특보는 역할 분담을 부여받고 본격적인 경쟁과 알력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동교동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만약 K씨가 실질적인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를 박 전 실장이 몰랐을 리 없다. 두 사람은 아주 밀착된 관계로 소문나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전직 국정원 관계자는 “K씨가 박 전 실장과 가깝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사전에 내용을 다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못했다”면서 “다만 임 전 특보는 99년 12월 취임 이후 우리 직원들에게 내린 지시사항 등으로 미뤄볼 때 그때까지도 사전작업을 몰랐던 것이 틀림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향후 특검 수사 전망에 대해서도 “아마 모르긴 몰라도 박 전 실장과 임 전 특보는 사이에서 책임 소재를 둘러싸고 수사 기간 동안 계속 알력이 불거질 것”이라며 “얼마 전 유인태 정무수석이 박희태 대표대행에게 ‘박 전 실장 같은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처럼 실제 ‘뒷거래’ 등의 예민한 부분은 박 전 실장이 맡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그는 “임 전 특보는 국정원장 시절에도 국내 문제는 고 엄익준 차장 등에게 맡기고 본인은 통일 외교 문제에만 심혈을 쏟았다”면서 “학자적인 신념을 갖고 있는 임 전 특보는 남북공동성명의 내용 등 실무적인 일에 더 관심을 두고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박 전 실장과 임 전 특보는 현재 외부와의 모든 접촉을 끊고 있다. K씨 또한 여러 차례 전화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