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들어 에로 영화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극장 개봉 직후 온라인 다운로드와 TV VOD 서비스 등 부가판권 시장을 노린 영화들이 대세를 이뤘는데 대부분 극장 개봉 영화와 에로 영화의 중간에서 교묘한 줄타기를 하는 영화들이었다. 유명세가 있는 여배우와 신예 여배우를 투톱 주인공으로 캐스팅해 홍보는 유명 여배우가, 노출은 신예 여배우가 담당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이런 경우 유명 여배우는 극장 개봉 영화의 색채에, 신예 여배우는 에로 영화의 색채에 해당된다.
반면 영화 <화려한 외출>은 본격적인 에로 영화 장르에 해당된다. 서서히 본격 에로 영화들이 제작되기 시작하면서 2014년엔 에로 영화가 영화계의 새로운 대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화려한 외출>이 바로 이런 흐름의 본격적인 시작점에 선 영화다. <화려한 외출>은 지난 12월 5일 개봉했으며 개봉과 동시에 온라인 다운로드와 TV VOD 서비스를 시작했다. 러닝타임은 80분이다.
영화는 성장 영화를 기반으로 한 에로 영화다. 한국판 <개인교수>를 타이틀로 내세운 이 영화는 19세 소년과 20대 여성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 아무래도 남자 주인공이 청소년인 원작 <개인교수>를 한국 에로 콘셉트에 맞추다 보니 미성년의 경계에 선 19세 소년이 남자 주인공으로 설정된 것으로 보인다.
영화 <화려한 외출>은 19세 소년 승호(변준석 분)가 완성한 곡마다 히트를 기록하는 잘나가는 작곡가 희수(김선영 분)을 만나 사랑을 배워 성인 남성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승호는 여자 친구와 키스를 하며 살짝 가슴을 만지려다 결국 실패하고 마는 풋풋한 소년이다. 우연히 희수를 접하게 된 뒤 성적 환상에 사로잡히기도 하고, 홀로 자위행위를 하며 만족하기도 하는, 그리고 희수에게 강하게 다가가지만 서툰 모습에 희수를 웃음 짓게 만들고 마는 순진한 소년이다.
반면 희수는 자유분방한 섹스를 즐기는 잘나가는 20대 여성이지만 사랑의 아픔을 갖고 있어 늘 외롭고, 새로운 영감이 떠오르지 않아 힘겨워하는 20대 여성 작곡가다.
희수와 승호는 음악을 가르쳐 준다는 음악 레슨을 핑계로 만나지만 실제로는 러브 레슨을 나눈다. 이 과정에서 승호는 풋풋하고 순진한 소년에서 진정한 남자로 성장하고 희수는 영감을 발견하며 새로운 곡을 완성해간다.
스토리는 다소 뻔한 구석이 있고 이를 벗어나지 않는다. 농염한 여성과 순진한 소년과의 섹스 스토리‘라는 에로 영화의 기본적인 스테디셀러에 해당되는 콘셉트에 충실한 영화다. 이런 종류의 대표적인 외국 영화로는 <개인교수>와 <잔다라> 시리즈, 그리고 <말레나> 등이 있다.
90년대 에로 비디오는 모텔을 중심으로 2박 3일이면 한 편 촬영이 끝날 정도로 베드신 위주의 찍어 내기 방식으로 촬영됐었다. 그러다 보니 스토리는 거의 없고 베드신 위주의 수준 낮은 에로 영화가 많이 양산됐던 게 현실이다. 그렇지만 새롭게 시작되는 에로 영화 중흥기를 대표하는 <화려한 외출>은 스토리에도 신경을 많이 썼으며 다양한 장소에서 정성 들여 촬영한 흔적이 역력하다. 2010년대에 맞춰 진화된 에로 영화라고나 할까.
풋풋한 소년의 역할을 소화한 변준석의 연기도 좋았지만 역시 이 영화의 중심은 김선영이다. <소원택시>에 이어 <화려한 외출>에서도 좋은 연기를 선보인 김선영은 새로운 에로 영화 전성기의 대표 주자 자리를 완벽하게 선점한 듯한 모양새다. 에로 영화계가 과거 90년대 에로 비디오 전성시대의 영광을 재현하려면 가장 절박한 것은 스타다. 90년대 에로 비디오계의 이규영 같은 스타의 등장해야 한다는 것. 이런 측면에선 김선영이 가장 두드러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 베드신 / 노출 정보
첫 장면부터 시작해 다양한 노출 장면과 베드신이 등장하는 만큼 베드신을 구분해 노출 정보를 소개하는 것은 별다른 의미가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90년대 에로 비디오처럼 베드신이 넘쳐나는 수준은 아니다. 대신 가볍게 노출이 이뤄지는 장면은 영화 내내 이어진다. 그리고 이런 노출 장면들을 19세 소년인 승호의 시선에 맞춘 것이 연출의 핵심이다. 그러다 보니 승호가 훔쳐보는 장면과 승호의 성적 판타지가 노출 장면의 중심인데 이런 부분은 ‘농염한 여성과 순진한 소년과의 섹스 스토리’라는 기본 콘셉트에 충실한 노출 기법이다.
노출 수위는 가슴을 비롯한 상반신 전라와 뒤태 전라 정도다. 기본적으로 에로 영화는 일반 극장 상영용 영화보다 노출 수위가 낮다. 극장 상영용 영화의 경우 작품성을 이유로 파격적인 노출도 허용되는 경우가 많지만 에로 영화의 경우 어느 정도 이상의 노출이 이뤄지면 곧바로 제재를 받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은교> <콘돌은 날아간다> <짓> 등의 영화에선 여배우의 음모 노출이 이뤄졌지만 <화려한 외출>에선 음모 노출이 없다. 오히려 각종 체위에서 남녀 배우들이 손 등을 활용해 음모 노출을 피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런 방식은 에로 영화계의 전통적인 베드신 촬영 방식이다. 결국 극장 상영용 영화보다 노출 수위가 낮은 에로 영화는 잦은 노출과 에로틱한 설정 등으로 극복된다.
<화려한 외출>은 공공장소에서 몰래 숨어서 하는 오럴섹스, 카섹스, 피아노 위에서의 섹스, 누드모델 등 다양한 에로틱 콘셉트가 동원됐다. 특히 성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는 승호를 농염한 희수가 하나하나 가르치는 장면들이 <화려한 외출> 노출 장면의 백미다.
@ 에로 지수 : 70
본격적인 에로 영화인만큼 에로 지수도 높을 수밖에 없다. 베드신을 비롯한 다양한 노출 연기에서의 김선영의 매력도 충분히 발산되고 있다. 에로 영화라는 이유로 너무 베드신에 집착하지 않고 다양한 에로틱 콘셉트를 적절하게 활용한 부분도 눈길을 끈다. 특히 순진한 소년 승호가 서서히 희수에게 다가가 성적으로 어른이 돼 가는 과정을 에로틱하게 그려낸 감독의 연출력도 돋보인다. 영화 <신라의 달밤>과 <사랑니>의 조연출 출신인 고경아 감독의 입봉작인데, 기대감이 실리는 신예 감독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