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지검 형사9부 내에 설치된 금융증권범죄분석실. 자체 분석을 통한 인지수사에 적극 나서고 있다. | ||
최근 최태원 SK(주) 회장을 배임혐의로 구속한 서울지검 형사9부를 두고 다양한 별칭이 쏟아지고 있다.
형사9부는 그동안 증권 등 금융범죄 사건을 주로 맡아왔다. 지난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명동 사채업자 반재봉씨 구속, 새롬기술 오상수 사장 구속 등 굵직한 금융 사건을 담당했다.
형사9부가 경제계에 공포의 대상으로 부상한 것은 지난 1월 부서 내에 ‘금융증권범죄분석실’을 설치한 이후부터. 특히 이 분석실은 기존의 경우 주로 금융감독원 등에서 범죄 사실을 통보해올 때 수사하던 관행에서 한발 나아가 자체 분석을 통한 인지수사에 적극 나서기로 하면서 주목받게 됐다.
형사9부는 감사원이 고발한 대북송금 문제와 관련, 현대상선 수사를 맡으면서 지대한 관심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형사9부는 재계 랭킹 3위 재벌인 SK그룹의 실질적 오너 최태원 회장을 배임죄로 전격 구속해 대내외에 막강한 수사력을 과시했다. 형사9부의 최 회장 구속은 배경이야 어찌됐건 노무현 정부의 재벌개혁을 유도하는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재계는 형사9부가 최 회장 구속 이후 다른 재벌 총수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것인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울지검 내에서 형사부(1∼10부)는 자체 인지수사보다는 형사와 관련된 고소·고발 사건을 주로 다루고 있다. 때문에 특수부나 강력부에 비해 비교적 조명을 덜 받는 게 사실.
하지만 증권범죄나 금융비리를 다루는 형사9부는 좀 다르다. 서울지검에서 형사9부가 출범한 것은 지난 2001년 6월. 서울지검 제2차장 산하로 설치됐다.
당시 서울지검이 형사9부를 신설한 것은 증권범죄 등 금융범죄가 급증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었다. 검찰 내 금융관련 범죄 전문 수사인력이 부족해 전담반을 둘 필요성이 커진 때문이었다.
형사9부는 출범 1년여 동안 주가조작, 공금횡령 등 금융비리사범 1백28명을 구속하는 등 대단한 활약을 했다. 이중에는 반재봉씨의 3조원대 주금 가장납입 사건, 오상수 사장 분식회계 사건, 전제완 프리챌 대표이사의 1백60억원대 공금 횡령사건 등도 포함돼 있다.
▲ 서울지검 형사9부 소속 직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왼쪽은 이인규 부장검사. | ||
형사9부는 현재 수장인 이인규 부장검사와 차동언 부부장검사를 비롯 이석환, 양호산, 한동훈, 이시원 검사 등 모두 6명의 검사로 구성돼 있다. 또 지난 1월 출범한 금융증권범죄분석실은 이석환 검사를 수석검사로 한 별도의 수사팀(총 7명)으로 진용이 짜여져 있다.
이인규 부장은 사법연수원 14기(1984년) 가운데 선두주자로 꼽히는 인물. 그는 서울지검 평검사로 출발한 뒤 워싱턴 주미대사관 법무협력관, 법무부 검찰1과장을 거치고 지난해 8월 서울지검 형사9부로 자리를 옮겼다.
이 부장에 대한 주변의 평은 ‘객관적이고 공정하다’는 것. 주로 기업 관련 수사를 담당하는 부서의 특성상 외부 로비나 입김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자리지만 부하검사들이 마음놓고 수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고. 반면 그는 부하검사들의 실수에 대해서는 호되게 꾸짖는 것으로 알려진다.
형사9부의 2인자인 차동언 부부장검사의 경우 검찰 출입기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차 부부장은 일선에서 수사를 진두지휘하며, 야전사령관으로서의 역할을 소화해 내고 있다. 그러나 얼마전까지 의욕적으로 수사하던 현대그룹 4천억원 대출사건 수사가 중단된 이후 그의 어깨에 다소 힘이 빠져 보인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전언.
수석검사인 이석환 검사는 SK그룹 수사의 주임검사를 맡아 JP모건과의 이면계약 부분을 수사하고 있다. 이 검사는 특수부에서 형사9부로 합류한 케이스. 그는 현재 형사9부의 수석검사 겸 금융증권범죄분석실의 실장을 맡고 있지만 이번 정기인사에서 인천지검으로 발령난 상태. 그렇지만 곧바로 금감원 파견근무가 예정돼 있어 당분간 금융·증권 분야와 계속 관계를 맺을 전망이다.
지난해 8월 인사 때 형사4부에서 9부로 옮겨온 양호산 검사는 형사9부의 주축인 이석환, 한동훈 검사가 이번 인사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갈 것을 예상하고 데려왔다는 평이 나올 만큼 형사4부에서 발군의 수사력을 보여준 인물로 알려졌다.
이석환 검사와 함께 한 SK그룹 수사에서 주식 스와핑 부분을 조사한 한동훈 검사는 검사생활을 형사9부에서 시작한 만큼 연조에 비해 많은 사건을 다뤄왔다. 이번 정기인사에서 천안지청으로 발령난 상태지만 맡고 있는 수사가 많아 직무대리 형식으로 한동안 형사9부에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주를 고비로 SK그룹 수사가 대략 마무리되고 있는 시점이고 보면 형사9부의 다음 타깃이 어디가 될지 관심을 모은다. 현재 형사9부는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과 한화그룹 분식회계 사건 등을 수사하고 있다.
그 가운데 지난해 10월에 금감원 조사가 끝난 뒤 검찰에 고발된 한화그룹사건은 법리적 해석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SK 수사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검찰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현재 한화그룹 사건의 주임검사는 한동훈 검사가 맡고 있으며, 이미 사건의 사실관계는 금감원 조사를 통해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검사는 “이미 금감원에서 한화에 대해 과징금 부과조치를 내린 사건이지만, 더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형사9부는 오는 27일자로 예정된 정기 인사에서 이석환, 한동훈 두 검사가 전보되고, 3명의 검사가 보강돼 새 진용이 짜여지게 된다.
이인규 부장은 형사9부를 두고 ‘경제특수부’라는 찬사를 보내는 시각에 대해 “과찬이며 누구에게나 맡겨도 다 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고 겸손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