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맨 프럼 어스>는 지난 2007년 제작된 미국 영화로 사실 국내에서 그리 잘 알려진 영화는 아니었다. 연출을 한 리처드 쉥크만 감독도 국내에서 그리 잘 알려진 감독이 아닌 데다 주인공 데이빗 리 스미스는 ‘CSI 마이애미’와 ‘CSI라스베가스’ 시리즈에 출연해 얼굴만 어느 정도 알려져 있는 배우다. 그럼에도 영화 웹하드 사이트에서 이 영화가 제휴콘텐츠로 공유됐던 계기는 기막힌 설정에 있다. 또한 기독교 비하적인 요소가 많은 영화라 논란에 휩싸이며 유명세를 얻기도 했다. 국내에선 지난 2010년 9월에 개봉했으며 러닝타임은 87분이다.
그렇지만 이 영화가 최근 화제가 된 결정적인 계기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 표절 논란이다. <맨 프롬 어스>를 해석하면 ‘별에서 온 남자’ 정도가 되니 제목까지 비슷하다.
기본적인 설정은 두 작품이 매우 유사, 아니 사실상 동일하다. <맨 프럼 어스>의 주인공 존 올드먼(데이빗 리 스미스 분)은 대학교수인데 그는 자신이 무려 1만 4000년 전부터 지구에서 살아온 외계인이라고 주장한다. 자신이 늙지 않는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10년마다 신분을 바꾸고 거주지를 옮기며 무려 1만 4000년 동안 살아온 것. <별그대>의 도민준(김수현 분)은 지구에 온 지 불과 400여 년밖에 안 되는(?) 외계인이지만 늙지 않는 까닭에 주기적으로 신분을 바꾸며 거주지를 옮겨야 하는 것은 존 올드먼과 비슷하다. 게다가 직업 역시 대학 강사다.
이처럼 기본 설정에선 유사점이 많지만 <맨 프럼 어스>는 기본적으로 미스터리에 중점을 둔 영화로 토론 형식으로 지구의 1만 4000년 역사에 대한 학술적인 접근이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기독교를 비하하는 요소가 강하게 포함돼 있어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반면 드라마 <별그대>는 로맨틱 코미디의 색채가 강하다. 지구에 외국인이 두 명 사는 데 한 명은 대학 교수들과의 열띤 토론을 하고 있고 있으며 또 한 명은 옆집 사는 미모의 여성 톱스타와 알콩달콩 사랑을 키워가고 있다고 말하면 적절할까.
영화 <맨 프럼 어스>가 큰 화제를 불러 모은 부분은 영화가 전반적으로 기독교를 비하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각종 신화를 거론하며 성경의 내용을 부정하고 있는 데다 예수가 전파한 사상 역시 성경이 아니라는 부분이 매우 충격적이다. 특히 존 올드먼이 구약 성경의 초반부인 모세 5경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주장을 펼치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또한 자신이 2000여 년 전에 사용한 이름은 예수 그리스도라고 주장한다.
존 올드먼은 인도에서 부처를 만나 가르침을 받은 뒤 한동안 거기에 심취해 있다가 지중해를 거쳐 500여 년 만에 중동으로 돌아갔다고 주장한다. 중동 지역을 지배 중인 로마가 살육의 제국이라는 부분이 마음에 안 들어 부처의 가르침을 전했을 뿐인데 그런 자신의 행적이 너무 거대하게 포장된 것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실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예수가 가르친 내용이 구약 성경을 중심으로 한 하나님의 말씀이 아닌 불교의 부처의 사상이라는 부분은 매우 충격적이다.
이에 동료 교수들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뒤 사흘 만에 부활한 대목을 중심으로 반박한다. 이에 존 올드면은 “티베트와 인도에서 배운 대로 고통을 차단시킨 뒤 신진대사를 저하시켜 죽은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며 “동굴에 안치된 뒤 수련한 대로 몸을 정화시켜 몰래 빠져 나가려 했는데 그만 추종자들의 눈에 띄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당연히 같이 있던 동료 교수들 가운데 독실한 기독교 신자들은 이런 존 올드먼의 주장에 강하게 반발한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도 반발할 정도의 내용이니 이를 관람한 관객들이 반발하는 것은 매우 당영한 반응이다.
@ 줄거리
영화는 10년 동안 한 지방 도시 대학에서 교수로 지내던 존 올드먼이 이사를 떠나기 직전에 갖는 환송회를 그리고 있다. 존 올드먼은 해당 대학에서 종신교수직을 제안 받았음에도 돌연 이사를 결심한다. 당연히 동료 교수들은 그가 종신교수직을 거절하고 그 지역을 떠나려 하는 데 대해 강함 의구심을 갖고 그를 추궁한다.
한참 짐을 싸던 존 올드먼의 집에 몰려 온 동료 교수들과의 소소한 환송회에서 그는 폭탄선언을 한다. 자신이 외계에서 왔으며 1만 4000년 동안 지구에서 살아왔다는 것. 자신은 늙지 않으며 죽지도 않고 어딘가를 다쳐도 금세 회복이 된다고 한다. 이사를 떠나는 이유 역시 이런 사실을 숨기기 위해 10년 마다 신분을 바꾸고 거주지를 옮겨야 하기 때문이라도 한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동료 교수들에게 1만 4000년 동안 감춰온 비밀을 밝힌 까닭은 무엇일까. 이 부분에 대한 해답은 영화 마지막에 등장하는 반전에 담겨 있다. 스포일러이니 반전의 내용은 비밀로 한다.
자신이 1만 4000살이라는 존 올드먼의 허무맹랑한 주장에 동료 교수들은 의문을 제기하면서 열띤 토론이 시작된다. 구석기 시대부터 시작된 그의 지구에서의 삶에 대해 동료 교수들은 학술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들은 모두 엄청난 지식을 갖춘 교수들이며 전공인 역사인 교수들도 있다. 그렇지만 존 올드먼은 그들의 학문적인 깊이를 뛰어 넘는 학문과 경험 등을 바탕으로 한 자신만의 논리를 펼쳐낸다. 하나둘 교수들도 그의 논리에 설득당한다.
재미삼아 존 올드먼의 주장에 대해 학술적인 토론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자신이 예수라는 등의 기독교 비하적인 발언이 나오면서 토론은 감정적인 대립으로 이어진다. 절실한 기독교 신자인 교수들은 존 올드먼의 주장에 격분하기도 한다. 결국 존 올드먼은 모든 이야기가 거짓말이라며 사과하고 환송회를 마무리한다. 그렇지만 환송회를 마치고 동료 교수들이 모두 돌아간 뒤 감춰진 놀라운 비밀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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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맨 프럼 어스>는 분명 좋은 영화다. 드라마 <별그대>의 원형에 해당되는 외계에서 와 1만 4000년 동안 지구에서 살아온 불로불사의 존재라는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이를 로맨틱 코미디로 풀어낸 드라마 <별그대>와 달리 <맨 프럼 어스>는 이를 미스터리 요소가 강한 논리 게임으로 풀어낸 부분도 돋보인다. 다만 기독교를 비하하는 측면이 너무 강하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로 인해 상업적으로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막판 반전도 깔끔하지만 이 부분 역시 기독교 비하라는 큰 그림을 완성하는 도구라는 부분에서 기독교 신자들에겐 껄끄러운 영화일 수 있다. 물론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그럼에도 논란의 여지는 많으며, 감독의 연출 의도 역시 의구심이 따른다.
다만 토론이 영화의 주된 내용인 데다 배경 역시 존 올드먼의 집으로 한정돼 있어 연극적인 요소가 강하다. 학술적인 토론이 위주인 영화라 다소 지루할 수도 있다. 볼거리와 스피드 있는 이야기 전개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추천하기 어렵다.
@ 배틀M 추천 ‘다운로드 가격’ : 1500원
기본적으로 한 번쯤은 볼 만한 영화다. 기독교 비하 측면이 강하다는 결정적 약점을 갖고 있지만 논리적인 게임 형식으로 이어지는 영화라는 부분에선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또한 드라마 <별그대>와 비교해서 보는 재미도 있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500원을 더해 1500원의 추천 가격을 산정했다. 영화에서 존 올드먼이 주장하는 내용과 논리(기독교 비하를 포함한)에 집중하기보다는 ‘이런 영화적인 상상도 가능하구나’라는 정도로만 접근한다면 그냥저냥 볼 만한 영화가 될 것이라고 본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