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 ||
[화재사고]
전문가들은 불이 나면 세 가지 ‘빨리’ 원칙을 떠올리라고 충고한다. 빨리 ‘끄고, 알리고, 피하라’는 것이다.
초기 진화에 실패해 불길이 치솟은 상태면 무조건 대피하는 것이 상책. 이때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유독가스다. 소방 경력 20년째인 신림동 소방파출소 노철재 소장은 “화재로 인한 사망사고는 80% 정도가 유독가스로 인한 질식사”라고 밝혔다.
유독가스를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조건 몸을 낮추는 것. 연기는 위쪽부터 확산되므로 바닥에서 20~30cm 정도까지는 연기가 엷기 때문이다.
아파트에서 화재가 났을 경우 출구는 현관문 아니면 베란다 단 두 곳. 당연히 불길이 솟은 반대방향의 출구로 몸을 피해야 한다. 노 소장은 “사무실 빌딩의 경우 유도등을 보고 이동하면 살 수 있는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유독가스의 이동 통로가 될 뿐 아니라 단전이 될 경우 꼼짝없이 갇히기 때문이다.
대도시에서 불이 났을 경우 ‘7분의 생존법’이라는 것이 있다. 소방대원의 출동망이 잘 되어 있는 대도시의 경우 일단 처음 7분만 버티면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 하지만 한 소방대원은 “교통 사정 등을 고려할 때 실제 출동시간은 7분을 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결국 불이 났을 때 우선적으로 자기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자신뿐인 셈이다.
소방 관계자들은 소화기와 완강기(대피통로) 설치를 화재로부터 나를 지킬 수 있는 창과 방패로 꼽는다. 소방 관계자는 “4층 이상의 집의 경우 창문 근처에 완강기를 설치해두면 대부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완강기는 시중에서 7~8만원대 가격으로 판매되며 이사할 때 떼어갈 수도 있다.
[건물붕괴]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2년 뒤인 1997년 5월 자신이 살고 있던 성북구 H아파트의 옹벽 붕괴를 겪은 허은숙씨(가명)는 “따스한 안식처가 공포의 지옥으로 바뀌는 상황이었다. 그저 할 말을 잃었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자신이 있는 건물이 무너진다면 가장 먼저 기둥 밑으로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기둥에는 철빔이 들어있기 때문에 붕괴를 지탱할 수 있는 힘이 상대적으로 강하다. 엘리베이터나 계단 통로 등을 찾아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건물 밖으로 탈출을 할 때는 방석 등 쿠션이 있는 물건으로 머리를 감싸야 한다. 이동을 하면서 돌출 장애물들과 되도록 접촉을 하지 않아야 추가붕괴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삼풍백화점 구조작업에 투입됐던 한 소방 관계자는 “한 층의 잔해를 걷어내는 데 걸리는 시간이 3일 정도”라며 “3층 높이의 건물이 무너졌다면 ‘열흘 정도는 버텨야 한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서울시민안전체험관에서 풍수해 체험을 하는 시민. 이종현 기자 | ||
테러 위험이 높아지면서 우리 주변에 훨씬 가깝게 다가온 강력한 살상 무기. 재난심리학자들은 “재난이 닥쳤을 때 15분이 지나면 이성을 잃는다”고 말하지만 화학무기 전문가들은 “농도가 강한 신경작용제에 노출될 경우 15분 만에 목숨을 잃는다”고 말한다. 작용부위에 따라 신경·혈액·수포·질식 작용제 등 네 가지로 나뉜다.
1995년 옴진리교 테러집단이 도쿄 지하철에 살포한 독가스도 신경안정제 중 하나인 사린가스였다. 신경안정제는 호흡기나 눈, 피부, 소화기 등을 통해 침투하므로 이 부위를 가장 먼저 보호해야 한다. 신경안정제에 대처하는 가장 좋은 무기는 방독면.
이 밖에도 보호의, 장갑, 장화 등을 갖춰야 한다. 방독면이 없을 경우 물에 적신 손수건이나 휴지 등으로 호흡기를 감싸면 된다. 소방 관계자들은 방독면의 대용으로 비닐봉투를 들고 있다. 50ℓ짜리 쓰레기봉투로는 평균 4∼5분 정도의 비상 호흡이 가능하다.
혈액작용제에 노출되면 호흡이 어렵고 가슴에 압박을 느끼다가 사망에 이른다. 인공호흡을 하거나 따뜻한 물을 마시는 것이 응급처치 방법.
[지진발생]
지진이 일어났을 때 집안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가스렌지 상태. 화재의 위험 요소를 없애는 일이 가장 시급하기 때문이다. 가스렌지 등의 불을 끈 다음에는 탈출구를 확보하기 위해 방문을 열고 의자 등으로 고정을 시켜야 한다. 그런 다음 방석 등을 머리에 쓴 뒤 식탁 밑으로 들어간다.
길거리에서 지진을 만나면 담벼락, 대문, 기둥 주위를 피해 대피하고 머리 위에 간판 등도 피해야 한다. 사무실 등의 빌딩에서 대피할 때는 엘리베이터 이용은 금물이다.
일본 고베 지진의 한 생존자는 “엘리베이터를 탈 시간이 없어서 계단을 통해 대피했는데 나중에 안 일이지만 엘리베이터를 탄 사람들은 정전으로 갇혀버렸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의 지진 발생은 1998년 32차례의 약한 지진이 발생한 것이 전부다. 98년 지진 때도 인명·재산 피해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
서울시립대 지진연구소의 송철호 박사는 “우리나라에서 진도 7 이상의 강한 지진은 지난 2천 년 동안 8차례 있었다”며 “마지막 지진이 5백여 년 전이어서 주기적인 시간으로 볼 때 결코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동차침몰]
차량 구조 관계자들은 “일단 차가 물 속에 빠진 뒤라면 안전벨트는 죽음의 벨트가 된다”고 말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안전벨트를 푸는 일인데 당황한 나머지 헛손질을 하다가 함께 잠수하고 만다는 것.
운전하던 차가 물 속에 빠지는 경우라면 운전자의 상태가 정상적이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 그래서 긴급 대처 능력이 더욱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차가 물에 빠지면 일단 안전벨트를 푼 뒤 차가 물에 완전히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편이 낫다. 가라앉는 도중에 문을 열면 물이 갑자기 차 내부로 쏟아져 들어와 운전자를 덮치고 차는 더욱 빠른 속도로 빠져 들어가기 때문.
성수대교 붕괴 사고에서 살아남은 김민영씨(가명·강남구 삼성1동)는 훗날 체험기에서 “자동차가 붉은 황톳물 위로 떠올랐다가 앞뒤로 흔들리며 순식간에 물이 들어왔다”고 적고 있다. 김씨의 차에 물이 급속히 들어온 것은 추락과 함께 뒷유리창이 깨졌기 때문.
김씨의 차에 타고 있던 4명 중 3명은 모두 창문을 통해 차에서 빠져나왔다. 수동식 창문 조작을 하는 차라면 쉽게 창문을 열 수 있다. 또 전동식 창문이더라도 차량 배터리가 곧바로 전력을 잃지는 않기 때문에 서둘지 않고 조작하면 창문을 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