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빙하기를 다룬 영화 <콜로니>는 온라인 다운로드 사이트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재난 영화로 분류된다. 캐나다에서 2013년에 제작돼 아직 국내에선 개봉도 하지 않은 이 영화가 국내 온라인 다운로드 사이트에서 벌써 돌아다니고 있는 까닭 역시 재난영화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영어 제목은 <The Colony>, 러닝타임은 94분이다. 연출을 맡은 제프 렌프로 감독은 국내 팬들에게 잘 알려진 인물은 아니지만 케빈 지거스와 로런스 피시번 같은 배우들은 어느 정도 얼굴이 알려진 이들이다.
그렇지만 이 영화 역시 잘못된 제목과 정보로 소개되고 있다는 부분에선 다른 해외 B급 재난 영화들과 비슷한 처지다. 국내에선 <핵전쟁 후 생존본능> <핵전쟁, 그 이후> 등의 제목으로 소개돼 있지만 이 영화는 핵전쟁과 무관하다.
영화는 첫 장면부터 빙하기다. 왜 지구에 빙하기가 찾아왔는지를 분명하게 밝히고 있지 않은 만큼 핵전쟁도 그 원인일 수도 있지만 이것은 추측에 불과하다. 오히려 영화에 등장하는 거대한 기상 통제 장치의 고장이 빙하기의 원인으로 보인다.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지역마다 설치된 거대한 기상 통제 장치가 고장 나면서 빙하기가 도래한 것. 반면 해당 장치를 수리한 지역은 해가 뜨는 등 정상적인 날씨를 되찾은 것으로 나온다.
이런 설정은 영화 <설국열차>와 유사하다. <설국열차> 속 빙하기는 각국 정부가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대기 중에 인공기온강하제를 투하한 것이 빙하기의 원인으로 나온다. 인간의 기술이 오류를 범해 빙하기가 온다는 설정부터 빙하기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모여 있는 지역인 ‘설국열차’와 ‘콜로니’를 주요 배경이자 영화 제목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 역시 두 영화의 공통점이다. 그래서 ‘콜로니’는 캐니다 판 ‘설국열차’로 볼 수 있다. 다만 ‘설국열차’는 한국 영화지만 해외 명배우들이 대거 출연하고 엄청난 제작비가 들어간 블록버스터 영화인 데 반해 ‘콜로니’는 전형적인 B급 SF 영화다. 게다가 영화 자체는 재난영화보다 좀비영화에 가깝다.
‘콜로니(colony)’의 사전적 의미는 ‘같은 곳에서 함께 떼 지어 살거나 자라는 같은 종류의 동물이나 식물의 집단’을 의미한다. 이 영화에선 빙하기로 인해 외부 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해 지하에 모여서 살고 있는 집단을 의미한다.
외부와 단절된 채 지하에서 인간들이 모여서 지내는 만큼 그들만의 질서와 정치가 존재하며 당연히 대립과 반목도 피할 수 없다. 영화 <설국열차>가 빙하기 설국열차에 탑승한 이들의 신분과 계급에 집중했다면 <콜로니>는 이런 콜로니 내부의 정치적 계급적 갈등은 부차적인 소재로 미뤄뒀다. 대신 거듭된 빙하기의 식량난으로 인해 인간을 살해한 뒤 인육을 먹는 종족과의 싸움에 더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인육을 먹는 종족은 매우 미개하게 묘사돼 마치 좀비 영화의 좀비를 연상시킨다. 빙하기라는 재난 상황을 다룬 영화임에도 재난영화보다는 좀비영화에 더 가까운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 줄거리
2045년 지구는 빙하기다. 짙은 구름과 안개로 인해 태양열을 공급받지 못한 지구는 극한의 추위와 이로 인한 굶주림에 시름하고 있다. 그나마 기존 지하 시설을 기반으로 클로니라는 단위의 공동체를 꾸려서 살아가는 이들만 겨우 생존하고 있다. 콜로니7은 다량의 씨앗을 보관하고 있으며 브릭스(로렌스 피쉬번 분)라는 좋은 지도자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삶을 이어가고 있다. 가장 무서운 것은 감기다. 감기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전염성이 강한 감기에 걸리는 경우 스스로 콜로니를 떠나거나 죽음을 선택해야 한다. 그렇지만 메이슨(빌 팩스톤 분)은 이런 감기 환자의 선택과 무관하게 무조건 살해해 버리는 등 지도자 브릭스의 결정에 반발하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콜로니5에서 조난 신호가 온다. 서로를 보호하기로 약속이 된 만큼 브릭스는 콜로니5를 구조하기 위해 나서고 여기에 샘(케빈 지거스)과 그레이 돈(애티 커스 딘 미첼 분)이 함께 한다.
매서운 날씨를 뚫고 콜로니5에 도착한 브릭스 일행은 반가운 소식과 나쁜 소식을 각각 접한다. 나쁜 소식은 콜로니5가 누군가의 공격을 받아 단 한 명의 생존자만 남긴 채 전멸했다는 것. 게다가 콜로니5를 전멸시킨 이들은 굶주림으로 인해 인육을 먹는 종족으로 야만인에 가깝다.
반가운 소식은 다른 지역에서 온 동영상 메시지인데 그곳이 기후 통제 장치를 수리하는 데 성공해 다시 태양이 비추는 정상적인 기후를 되찾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다시 토양에 새 생명을 키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지만 씨앗이 없다는 메시지인데 콜로니7의 씨앗을 활용하면 인류는 다시금 자연 환경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브릭스 일행은 인육을 먹는 야만 종족을 뿌리치고 콜로니7로 돌아와 씨앗을 가지고 기후가 정상화된 곳으로 떠나야 한다. 그렇지만 인육을 먹는 야만 종족이 너무 막강하며 브릭스가 떠나 있는 동안 콜로니5는 메이슨이 장악했다. 과연 주인공 샘은 이런 위기를 헤쳐내고 원하는 바을 이룰 수 있을까.
@ 배틀M이 추천 ‘초이스 기준’ : 미래의 빙하기가 궁금하다면 클릭
사실 요즘 같은 겨울에 추천할 만한 영화는 아니다. 미국 한파 뉴스를 접하며 정말로 영화 <투모로우>가 현실이 되는 거 아니냐는 걱정이 팽배해 있는 상황에서 빙하기가 도래한 지구의 미래를 다룬 영화를 보는 게 다소 암울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추운 날씨에 설경을 보는 것도 그리 좋진 않다. 차라리 매우 더운 여름이라면 눈으로 뒤덮인 미래의 지구를 다룬 이 영화가 더위를 식혀주는 데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제작비가 많이 투자된 블록버스터는 아니지만 빙하기가 도래한 미래 지구의 모습은 그려낸 CG는 수준급이다. 눈에 뒤덮인 빙하기의 미래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선 볼만 하다. 특히 거대한 다리 위에서의 장면은 꽤 그럴싸하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영화는 재미가 없다. 인육을 먹는 야만 종족이 강력하긴 하지만 너무 무모하고 멍청하게 묘사된다. 좀비 영화의 좀비보다 더 멍청해 보일 정도라 영화의 긴장감을 크게 떨어트린다. 지도자 브릭스에 반발하는 메이슨의 스토리 역시 영화의 곁가지에 불과해 전체적인 긴장도를 높여주진 못하고 있다. 그냥 빙하기가 도래한 미래에서 주인공 샘이 고생하는 모습을 보는 정도에 만족해야 하는 영화랄까.
@ 배틀M 추천 ‘다운로드 가격’ : 500원
빙하기가 도래한 미래의 지구 모습을 그려낸 CG가 볼만 하다는 점에서 500원을 책정했지만 영화의 완성도는 크게 떨어진다. 스토리의 큰 축인 브릭스 일행의 인육을 먹는 야만 종족과 싸움과 브릭스에 반발해 콜로니 7을 장악한 메이슨과의 대립 등이 모두 별다른 긴장감을 주지 못하면서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밋밋하다.
재난영화와 좀비영화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지만 결국 재난영화도 되지 못하고 좀비영화도 되지 못한 채 눈발만 날리는 그저 그런 영화가 되고 말았다. 최소한 킬링타임 무비라도 됐으면 좋았을 텐데, 개인적으로 기자는 영화를 보는 내내 참 시간이 더디게 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