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북송금특검팀이 출범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 한 대북송금 주역들의 소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은 대북송금 관련 기자회견 당시의 김대중 대통 령과 임동원 특보(맨 오른쪽). 청와대사진기자단 | ||
[김대중 전 대통령]
대북송금사건의 중심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서 있다. DJ는 이 사건의 전모를 꿰뚫고 있는 핵심 인사. 2000년 6·15남북정상회담 직전 북한에 보낸 2억달러 등 현대의 대북 지원금 5억달러의 성격에 대해 DJ는 “정상회담의 대가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풀리지 않는 의문점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정상회담 대가가 아니라면 왜 정상회담 직전에 비밀리에 송금했냐는 것. 그것도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국정원까지 동원, 서둘러 송금했는지 의문이다. 야당도 “북한에 주기로 했던 돈이 뒤늦게 전달되는 바람에 정상회담도 하루 연기된 것이 아니냐”고 몰아붙이고 있다.
특검도 DJ가 이번 사건의 모든 진실을 인지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DJ는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지난 2월 퇴임 직전 DJ는 대국민담화를 통해 “대북송금은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국익차원에서 이뤄진 일”이라고 규정한 이후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그는 대북송금 문제는 “사법적 심사 대상으로 삼아선 안된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래서인지 “김 전 대통령은 특검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는 측근들의 전언이다.
여기서 특검도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수사 대상에서 제외시킬 것인지, 진실 규명을 위해 조사해야 할지를 놓고 고심중이다. 현재까지 특검은 DJ에 대한 조사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동교동 방문 조사설’과 ‘서면조사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한광옥 전 비서실장]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DJ의 그림자’였던 한광옥 비서실장도 이번 사건의 핵심인사 가운데 한 명. 그는 산업은행에 대출 압력을 행사한 장본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정상회담 직전 이근영 산업은행 총재에게 현대상선에 4천억원을 대출해주라는 압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 도처에서 불거지고 있다. 처음 한 전 실장 이름이 언급된 것은 지난해 국감. 당시 엄낙용 산은 전 총재가 “2000년 8월 산은 총재 취임 직후 현대상선에 대한 대출이 이상하다고 생각돼 당시 산은 총재였던 이근영 금감위원장을 찾아갔더니 ‘나도 어쩔 수 없었다.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의 지시가 있었다’고 말했다”고 언급하면서부터.
특검조사에서 정철조 전 산은 부총재도 “(현대상선에 대한 대출이 이뤄졌을 무렵) 이근영 총재가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과 통화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특검에서도 당시 통화 내역 조회 등 주변 조사에 착수한 상태.
하지만 한 전 실장은 “현대상선 대출과 관련해 이근영 전 총재와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강력히 부인했다. 결국 진위 여부는 특검 수사를 통해 밝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지원 전 문광장관]
DJ의 핵심 측근인 박지원 전 문광부 장관도 이번 사건과 얽혀 있다. 박 전 장관은 지난 2000년 3·4월 중국에서 송호경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과 비밀 접촉을 벌인 장본인. 어디까지나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비밀 접촉이었다는 게 그동안의 주장이었다.
그런데 어딘가 석연치 않은 의문이 남는다. 과연 박 전 장관과 송 부위원장이 만났을 때대북송금과 관련해 단 한마디 언급도 없었느냐는 점이다. 이미 알려진 대로 송 부위원장은 현대의 대북사업 파트너였다. 더군다나 박 전 장관과 송 부위원장이 북경에서 만날 때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도 배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정황을 볼 때 박 전 장관이 이번 사건과 ‘깊숙이’ 관련돼 있다는 게 한나라당측의 주장이다.
박 전 장관도 변호인을 선임하는 등 특검 조사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현대상선의 대북송금 사건과 나는 직접 관련이 없다”고 측근들에게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임동원 전 국정원장]
특검은 임동원 전 국정원장을 주목하고 있다. 대북송금 당시 국정원이 현대의 대북송금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사실이 특검 조사 과정에서 속속 밝혀지고 있기 때문. 지난 2월 DJ도 “국정원이 현대의 대북송금을 위한 환전 편의를 제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국정원 계좌를 이용했는지, 마카오 등 해외 북한 계좌로 입금됐는지 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특검이 풀어야 할 의혹들이다. 또 북한으로의 5억달러 송금 루트가 묘연하다. 어떤 경로를 통해 북한으로 송금됐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으로 남아 있다.
임 전 원장은 “대북송금은 정상회담 대가가 아니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그 근거로 2억달러의 송금일이 2000년 6월9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감사원은 처음 ‘6월10일 외환은행 입금’이라고 발표했다가 이후에 6월9일로 정정했다.
국정원의 대북송금에는 김보현 당시 제3차장과 최규백 기조실장 등도 관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북한으로 송금된 수표 26장(2천2백35억원)의 배서자 6명이 국정원 직원들이었음이 밝혀짐에 따라 특검 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