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하게 모텔 갔다 쿨하게 집으로…
이번 직접 설문조사에 응한 50여 곳의 모텔 종사자들은 ‘불륜커플과 일반커플을 외관상으로 구별할 수 있다’는 질문에 100% ‘그렇다’는 답변을 내놨다. ‘입장하는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다(60%)’는 답변이 가장 많았으며 연령, 옷차림, 두 사람의 대화도 각 9%를 차지했으나 이는 중요한 지표가 아니었다. 경기 안양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김 아무개 씨는 “불륜커플과 진짜부부는 차이가 난다. 불륜커플은 방 호수만 듣고 바로 올라간다. 반면 부부는 살갑게 방은 따뜻한지, 물은 잘 나오는지 등을 세세하게 묻는다”고 했다.
앞서 대검찰청에서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간통은 보통 사람들의 생각과 다른 패턴으로 발생했다. 간통 범죄의 44.5%는 밤 8시부터 새벽 4시에 발생했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인 낮 시간에도 42.5%를 차지했는데 이는 밤과 낮에 딱히 구애를 받지 않는다고 해석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하지만 모텔 종사자들이 말하는 ‘불륜 황금 시간대’는 따로 있었다. ‘평일 낮’이 62%로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평일 밤 24%, 시간 불문 12% 등이 뒤를 이었다. 경기 안양의 또 다른 한 모텔 종사자는 “평일 낮 시간대에 숙박업소를 찾는다는 것 자체가 불륜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다만 불륜커플은 계절은 타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총 76%가 ‘계절 불문’에 집중됐다.
숙박비를 지불하는 사람이 누구인가에 대한 물음은 100% ‘남자’라고 답했다. 젊은 커플의 경우 최근 여자가 돈을 내는 비중이 40% 가까이 된다고 하지만 여전히 불륜커플은 남자가 숙박비를 지불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고 있었다.
그런데 지불수단에 대한 답변은 예상을 비켜나갔다. 보통 불륜커플은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현금결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현실은 카드가 66%로 절반을 훌쩍 뛰어넘은 수치를 기록했다. 의아해하는 기자에게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한 모텔 직원은 “둘 다 기혼일 때는 당연히 현금으로 낸다. 그런데 한쪽이 싱글이면 100% 카드다. 경우의 수는 많다. 미혼녀가 유부남을 만나거나 돌싱녀가 유부남을 만날 때, 또는 미혼남이 유부녀를 만나거나 돌싱남이 유부녀를 만날 때가 그렇다”고 설명했다.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이혼해 혼자 사는 싱글의 경우 아무래도 주변 눈치를 적게 보는 게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그렇다면 불륜커플이 모텔에 머무르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설문 결과 2시간이 48%로 가장 많았으며 3시간(38%)이 그 다음이었다.
한편 ‘5년 전에 비해 불륜커플이 늘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상반된 대답이 나왔다. 수도권의 교외에 위치한 모텔의 경우 주로 ‘그렇지 않다’고 답변한 데 비해 시내에 위치한 곳에서는 ‘그렇다’는 답변이 많았던 것. 이유는 대부분 경제상황과 관련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모텔 종사자들이 바라보는 불륜에 대해 묻자 여기저기서 탄식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종사자들은 “옛날에는 부끄럽고 숨기고 싶다는 일종의 수치심 같은 게 보였는데, 지금은 ‘남들도 하는데 나라고 거리낄 게 뭐가 있느냐’는 식의 반응을 자주 접한다”고 토로한다. 특히 과거엔 남자가 먼저 방을 잡고 연락을 취하면 여자가 따로 찾아가는 방식으로 만남이 이뤄지는 등 ‘그래도’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있었지만 요즘은 너무 당당하다는 것이다. 서울 종로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한 모텔 사장은 “하루 불륜커플이 6쌍 정도는 된다. 주변에 산도 없는데 등산복을 입고 와 불륜이라는 걸 드러낸다. 평일 40대 이상이 등산복을 입고 있으면 100% 불륜”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서울 영등포역 근처의 모텔 종사자도 “시내라 그런지 동창회, 산악회 등 주변에서 각종 모임이 많다. 그런 모임에 갔다가 여기로 오는 거다. 예전엔 카운터에서 얘기도 안 하고 조심스러워 하더니 요즘엔 웃고 떠들고 요란하다. 뭐가 그렇게 당당한지 모르겠다”며 한숨지었다.
경기도 포천에서 20여년 동안 모텔을 운영하고 있는, 머리가 희끗한 한 주인 할아버지는 불륜커플들에게 뜨끔한 한마디를 남겼다. “너무 안 꾸민다. 요새 불륜은 사랑에 대한 예의가 없다.”
특별취재팀
[특별취재팀=박민정 기자, 이홍찬·고혁주 프리랜서]
사진=임준선·최준필 기자
조선업 도시에서 생긴 일
울산 한 나이트클럽의 안내방송 - “◯◯조선소 야근 취소… 주부님들 귀가 바랍니다”
도시 전체에 ‘불륜 경계령’이 내려진 곳이 있다. 바로 조선업이 발달한 경남 거제시와 울산광역시다. 조선업의 특성상 야간작업이 필수이며 불황을 모르는 높은 소득은 불륜이 생겨나기 최적의 조건을 제공했다. 때문에 이곳에서는 다른 도시에서 볼 수 없는 광경들이 목격되기도 한다.
울산의 한 나이트클럽에서는 가끔 신기한 방송이 나온다. 바로 인근 조선소의 야간근무 동향을 말해주는 것. 대부분의 손님이 조선소에서 일하는 남편을 둔 주부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울산에 거주하는 한 기혼여성은 “남편이 야간에 나가면 애들을 재워두고 하나둘 아줌마들이 나이트클럽으로 몰려든다. 그런데 하루는 날씨 탓에 야간근무가 갑자기 취소됐다고 하더라. 즉각 나이트클럽에서 정보를 입수하고 ‘손님들에게 알립니다. 오늘 ㅇㅇ조선소 야간근무가 취소됐으니 지금 즉시 집으로 돌아가시길 바랍니다’라고 방송했다. 순간 나이트에 있던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조선소의 야간근무 환경도 꽤나 바뀌었다고 한다. 야근은 되도록 미혼 직원들이 우선적으로 배치됐고 기혼자들은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을 최대한 보장해주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내 분위기를 흐리는 불륜 사건이 자주 발생하자 거제의 한 조선소에서는 일명 ‘클린 캠페인’까지 벌이기도 했다. 남녀불문 불륜사건에 휘말릴 경우 적발 즉시 해고한다는 내용이다. 소득 1, 2위를 다투는 ‘잘나가는’ 도시 이면에는 ‘불륜과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박]
울산 한 나이트클럽의 안내방송 - “◯◯조선소 야근 취소… 주부님들 귀가 바랍니다”
도시 전체에 ‘불륜 경계령’이 내려진 곳이 있다. 바로 조선업이 발달한 경남 거제시와 울산광역시다. 조선업의 특성상 야간작업이 필수이며 불황을 모르는 높은 소득은 불륜이 생겨나기 최적의 조건을 제공했다. 때문에 이곳에서는 다른 도시에서 볼 수 없는 광경들이 목격되기도 한다.
울산의 한 나이트클럽에서는 가끔 신기한 방송이 나온다. 바로 인근 조선소의 야간근무 동향을 말해주는 것. 대부분의 손님이 조선소에서 일하는 남편을 둔 주부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울산에 거주하는 한 기혼여성은 “남편이 야간에 나가면 애들을 재워두고 하나둘 아줌마들이 나이트클럽으로 몰려든다. 그런데 하루는 날씨 탓에 야간근무가 갑자기 취소됐다고 하더라. 즉각 나이트클럽에서 정보를 입수하고 ‘손님들에게 알립니다. 오늘 ㅇㅇ조선소 야간근무가 취소됐으니 지금 즉시 집으로 돌아가시길 바랍니다’라고 방송했다. 순간 나이트에 있던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조선소의 야간근무 환경도 꽤나 바뀌었다고 한다. 야근은 되도록 미혼 직원들이 우선적으로 배치됐고 기혼자들은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을 최대한 보장해주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내 분위기를 흐리는 불륜 사건이 자주 발생하자 거제의 한 조선소에서는 일명 ‘클린 캠페인’까지 벌이기도 했다. 남녀불문 불륜사건에 휘말릴 경우 적발 즉시 해고한다는 내용이다. 소득 1, 2위를 다투는 ‘잘나가는’ 도시 이면에는 ‘불륜과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