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댄스 타운>은 전규환 감독의 ‘타운 삼부작’ 마지막 편으로 지난 2011년 9월 1일에 개봉했다. 러닝 타임은 95분. 2011년 미국 댈러스아시안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등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에선 호평을 받았지만 대중적으로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영화다. 그럼에도 2014년 2월 갑자기 이 영화에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고, 어울리지 않게 배틀M의 ‘그 영화의 에로 지수’ 코너에서 소개되는 것은 바로 주연 배우인 라미란 때문이다. 사실 이 영화는 ‘이 영화가 궁금하다’ 코너가 더 적합하다.
2월 5일 방송된 <MBC <황금어장-라디오 스타>에 출연한 라미란은 “영화에서 공사(신체 중요부위 가리는 작업)도 안하고 베드신을 찍었다. 극중 탈북여성이었는데 영하 22도의 날씨에 방산시장 길에서 베드신을 찍었다”고 털어놨다. 라미란이 언급한 영화가 바로 <댄스 타운>이다. 공사도 하지 않은 채 길거리에서 촬영한 베드신이라는 얘기가 화제가 됐기 때문인데, 사실 이 영화는 전혀 야하지 않다. 미리 밝히는 데 이 영화의 에로 지수는 0다. 결코 야한 영화가 아니며 베드신,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성적 접촉이 있는 장면이 몇 장면 포함돼 있긴 하지만 결코 에로티시즘의 시선으로 접근할 장면은 아니다. 영화 촬영 과정에서 공사를 하지 않고 베드신을 촬영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너무 파격적인 베드신인 경우와 공사가 필요하지 않을 만큼 노출 수위가 낮은 경우다. 영화 <댄스 타운>의 베드신은 아무래도 후자에 가깝다.
앞선 타운 삼부작 두 편인 <모차르트 타운>과 <애니멀 타운>을 거치며 조금씩 특수한 상황의 사람들 얘기를 그려낸 전규환 감독은 <댄스 타운>에서 탈북 여성의 이야기를 꺼내 든다. 그렇다고 탈북 문제나 북한 인권문제 등을 다룬 거창한 영화는 아니다. 그냥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한 부류로 탈북자들을 그리고 있을 뿐이다. 탈북자이기에 특이한 부분은 북한에서 남한으로 이주한 뒤 겪는 낯섦, 그리고 북에 남겨진 남편에 대한 그리움 정도다.
여주인공 리정림(라미란 분)이 탈북한 까닭은 북한이 싫거나 남한을 동경해서가 아니다. 평양에서 평범하게 지내던 리정림은 남편의 긴급한 전화를 받고 탈북한다. 회사 업무를 위해 중국을 드나들던 리정림의 남편이 남한 성인 비디오를 구해와 이를 부부가 함께 보는데 이를 누군가 신고해 위기에 처하자 리정림의 남편이 그를 먼저 탈북 시킨 것이다.
그렇게 의도치 않게 탈북한 리정림은 남한에 적응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살아간다. 대한민국 정부가 제공한 집에서 지내며 얼마 정도의 생활비를 지급받게 된 리정림은 세탁소에서 일하게 된다. 그렇지만 낯선 공간 낯선 사람들과의 삶은 그리 행복하진 않다. 오히려 이 영화만 놓고 보면 리정림의 삶은 북한에서 남편과 평범하게 지낼 때가 남한으로 탈북한 뒤보다 더 행복해 보인다.
그렇게 남한에 적응하며 남편의 탈북을 기다리며 지내는 리정림의 이야기가 바로 <댄스 타운>의 주된 내용이다. 영화는 매우 우울하다. 결론에 다다를수록 영화는 더욱 침울해진다. 리정림 역시 이런 부분을 조금씩 느낀다. 자신만 우울하고 비루하게 살아가는 게 아니라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에서 만난 남한 사람들 역시 모두 힘겹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목숨을 걸고 탈북한 여성 리정림의 눈에 비친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와 남한의 우울한 모습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가장 객관적인 모습이 아닐까.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얘기하고자 하는 부분이 바로 이것 아닌가 싶다.
@ 베드신 / 노출 정보
#첫 베드신 (53초가량. 엉덩이 라인 노출)
첫 번째 베드신으로 배경은 북한 평양 소재 리정림 부부의 집이다. 남편이 구해온 남한 성인 비디오를 부부가 함께 보며 남편이 리정림의 상의 안에 손을 집어넣어 가슴을 만지는 장면으로 시작된 베드신은 성행위 장면은 생략한 채 하의를 벗고 엎드려 있는 리정림의 모습으로 이어진다. 결국 성행위 장면이 생략돼 베드신이라 구분하긴 어려움이 있다. 보다 정확히 말하지만 ‘성적인 접촉이 있는 장면’ 정도일 것이다. 이 장면은 북한에서 평범한 생활을 영유하던 리정림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설정으로 보인다. 참고로 리정림 부부가 보는 남한 성인 비디오에선 남녀의 성기가 모두 나온다. 이 영화에서 가장 야한 장면이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에서 제작되는 성인 비디오에는 절대 성기가 나오지 않는다. 심의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이 본 성인 비디오는 아마도 불법 포르노로 보인다.
#2번째 베드신(1분 40초 가량. 노출 전무)
두 번째 베드신, 아니 성적 접촉이 있는 장면은 하반신 불구인 남성(이준혁 분)이 문에 목을 매고 자살을 시도하면서 시작된다. 급히 방 안으로 들어온 리정림이 이준혁이 스스로 목을 묶은 줄을 풀려고 하고 그 과정에서 이준혁이 리정림의 치마를 끌어 올리고 끌어안는다. 여기서 리정림 역할 라미란의 팬티 정도가 드러나지만 노출이라고 분류할 수준은 아니다. 자살 시도라는 장면 설정 상 전혀 야함이 느껴지지 않는 장면이다.
#3번째 베드신(1분 40초 가량. 노출 전무)
세 번째 장면에서 비로소 성행위 장면이 나오지만 이번에도 노출은 전무하다. 문제의 방산시장 길거리 베드신인데, 침대가 아닌 길거리에서 성행위가 이뤄진 까닭은 라미란이 술에 취해 길에 넘어지자 상대 남성이 그를 일으키려다 갑자기 성행위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성행위가 그려진 장면이지만 어두컴컴한 골목길에서 이뤄진 성행위인 터라 이 장면 역시 에로티시즘의 측면에서 접근할 베드신은 결코 아니다.
@ 에로지수 : 0
이 영화의 에로지수는 0다. 우선 여배우의 노출이 전무한데다 베드신 역시 아름답게 그리려고 촬영한 장면은 없다. 다만 삶의 한 순간으로서 섹스를 다루고 있을 뿐이다. 우리가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버스나 지하철을 타는 것과 같은 평범한 일상의 한 순간으로 섹스를 다루고 있는 것. 결국 이 영화는 에로티시즘을 바탕으로 논할 수 있는 영화는 절대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