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진실게임>으로 데뷔해 신인임을 무색케할 만큼 빼어난 연기력을 선보인 하지원은 이후 <가위> <폰>에 연이어 출연하며 한국형 공포영화의 히로인으로 거듭났다. <색즉시공>을 통해 코믹 연기로 흥행 대박을 일궈낸 하지원은 이 작품을 통해 윤제균 감독과 인연을 맺었고 그 인연은 <1번가의 기적> <해운대> <7광구>로 이어졌다. 이 외에도 <내 사랑 내 곁에> <코리아> 등 하지원의 필모그래피는 수려하다. 비교적 흥행 성적이 좋은 편인 데다 비록 흥행 성적은 아쉬웠어도 평점은 좋았던 영화가 대부분이다. 스크린에서 하지원은 믿고 관람해도 될 보증수표였단 뜻이다. 적어도 <조선 미녀삼총사> 이전에는.
하지원을 중심으로 강예원과 가인이 합류해 미녀삼총사를 이뤘으며 고창석이 원조 미녀삼총사의 찰리 역할로 출연했다. 기본 콘셉트는 원조 미국판 미녀삼총사와 동일하다. 사립탐정이 아닌 현상금 사냥꾼인 무명(고창석 분)과 그의 제자인 세 여성. 미모와 무공을 겸비한 실력파 리더 만능검객 진옥(하지원 분), 돈 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는 푼수떼기 주부검객 홍단(강예원 분),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시크한 터프검객 가비(가인 분) 등이 바로 그 주인공으로, 이름하여 ‘조선 미녀삼총사’다.
미녀삼총사를 조선시대로 옮겨와 현상금 사냥꾼으로 변신시켰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첫 번째 의문. 왜 미녀삼총사가 인기를 얻었을까. 늘씬한 몸매에 섹시한 외모의 주인공인 미녀삼총사의 상징은 비키니다. 그런데 조선시대가 배경이니 비키니 대신 한복을 입었으며 유교가 중시되던 사회에서 섹시미란 있을 수 없다. 비키니를 포기하고 한복을 입은 순간 더 이상 그들은 미녀삼총사는 아니다.
게다가 이야기의 규모를 너무 키웠다. 단순한 현상금 사냥꾼으로는 부족했는지 ‘조선 미녀삼총사’는 조선의 국왕을 위기에 몰아넣을 십자경을 찾아 나선다. 이를 통해 미녀삼총사는 단순히 현상금을 찾아 나선 사냥꾼이 아닌 조선의 운명을 책임지는 애국전사가 된다.
이 과정에서 진옥은 어린 시절 원수 김자헌(최성민 분)을 만난다. 양반가의 귀한 외동딸이던 진옥은 김자헌의 음모로 부친이 세상을 떠나고 본인 역시 어렵게 살아야만 했다. 그런데 십자경을 찾는 과정에서 김자헌이 관련돼 있음을 알게 된다. 또한 어린 시절 자신을 지켜주던 몸종 사현(주상욱 분)을 만나지만 사현은 진옥을 알아보지 못한다. 오히려 사현은 김자헌의 명을 받아 진옥을 죽이려 한다. 이처럼 십자경을 둘러싼 조선의 위기는 진옥 집안의 몰락과 깊이 연관돼 있으며 십자경을 찾는 과정은 조선을 위기에서 구하는 동시에 진옥의 원수를 갚는 일이 된다.
이처럼 영화 <조선 미녀삼총사>는 조선 최고의 현상금 사냥꾼이 애국전사가 됐다가 이내 진옥의 원수를 갚는 스토리로 전개된다. 초반부 그들이 현상금 사냥꾼인 장면에선 다소 신선하게 출발하지만 애국전사가 된 중반부에선 다소 황당하고 지루하다 결말부에 이르러선 흔한 사극의 결말에 봉착하고 만다.
또 한 편의 예고편만 재밌고 출연 배우만 화려할 뿐, 거기에 속아 극장에 들어가면 바로 그 순간 후회할 수밖에 없는 한국 영화가 탄생한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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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지금까지 하지원이 출연한 영화 가운데에선 가장 낮은 평점과 가장 저조한 흥행성적을 기록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 이번에도 검을 들고 온갖 액션을 온몸으로 소화한 하지원의 열정에는 박수를 보내지만 영화의 완성도 면에선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그래도 하지원이 나온 영화라면 무조건 보겠다는 열성팬들에게만 이 영화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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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추석이나 내년 설 연휴 공중파에서 방영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유료인 온라인 다운로드나 TV VOD 서비스를 통해 관람하는 것보다는 조금 기다려 무료로 관람하길 추천한다. 물론 동일시간대 다른 채널에서 또다른 영화를 방영한다면 채널 변경을 추천한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