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범>이라는 영화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궁금증은 정말로 아빠가 유괴범일까 하는 점이다. 결론은 분명하다. 딸 정다은(손예진 분)이 유괴범일지로 모른다고 의심하는 아빠 정순만(김갑수 분)이 정말 유괴범일 수도 있으며 아닐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 사실만 알면 볼 필요가 없는 영화일까. 그렇지는 않다. 정순만이 유괴범인지 아닌지 보다 더 중대한 비밀이 반전으로 준비돼 있기 때문이다. 이 감춰진 비밀이 영화 <공범>의 가장 큰 매력이자 약점이다.
영화 <공범>은 실화인 ‘이형호 유괴 살해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그놈 목소리>(2006) 개봉을 모티브로 한 영화다. 다시 말해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실화를 그린 영화 <그놈 목소리>가 개봉되고 영화를 통해 실제 유괴범의 목소리가 공개된 상황을 소재로 했다는 얘기다.
친구들과 함께 극장을 찾아 공소시효 만료를 앞둔 유괴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를 보러 간 정다은은 영화에서 공개된 유괴범의 목소리가 아빠 정순만과 흡사하다는 점을 알게 된다. 목소리만 비슷하다면 그냥 웃어넘길 수도 있지만 아빠가 자주 사용하는 표현인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을 유괴범도 쓰고 있다는 점에서 정다은은 깜짝 놀란다. 물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은 미국 전 프로야구선수 요기 베라의 말로, 이 말을 인용했다고 해서 정순만을 유괴범이라고 단정 지을 순 없다.
그럼에도 정다은은 아빠에 대한 의심을 그냥 접을 수 없고, 그래서 은밀히 아빠를 미행하기 시작한다. 딸이 목격한 아빠의 모습은 그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딸만을 위해 열심히 살고 있는 소시민의 그것이었다. 그렇게 정다은 역시 아빠에 대한 의심을 풀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심준영(임형준 분)이 나타나면서 상황은 다시 꼬여 간다. 정순만을 협박하는 심준영을 보며 아빠에게 숨겨진 과거의 비밀이 있음을 알게 된 다은은 조금씩 아빠가 아닌 과거의 정순만에 대해 알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착한 줄 알았던 아빠가 전과 3범의 전과자이며, 이미 죽은 줄로만 알고 있던 엄마에 대한 비밀까지 드러난다.
영화 <공범>의 트릭은 심준영의 등장과 함께 드러나기 시작한 정순만의 비밀이다. 당연히 그 비밀을 관객들은 정순만이 실제로 유괴범인지 아닌지에 관련된 것으로 보이도록 포장한다. 그렇지만 감춰진 정순만의 비밀은 훨씬 더 충격적이다. 그 비밀을 알게 된 뒤에는 그가 공소시효를 앞둔 유괴범인지 아닌지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여겨질 정도다. 지금 바로 필자가 정순만이 정다은이 의심하는 유괴범인지 아닌지를 밝힌다고 해도 이는 진정한 스포일러가 아닐 정도다.
다만 아쉬운 대목은 그 비밀을 너무 꽁꽁 감추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관객은 끝까지 정순만이 정말 유괴범인지에만 집중하다 영화가 끝나기 직전에서야 감춰진 비밀에 직면하게 된다. 기막힌 반전이라는 점에는 동감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힌트가 거의 없었다는 점은 아쉽다. 그만큼 반전 효과는 크지만 힌트가 거의 없던 엄청난 비밀이 관객들에게 허탈감을 주기도 했다. 배우들의 명연기, 탄탄한 이야기 구조, 그리고 기막힌 막판 반전을 갖추고 있음에도 이 영화가 흥행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약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어쩌면 정순만이 유괴범인지 여부보다 더 충격적인 비밀이 감춰져 있고 그것이 막판 반전이라고 밝힌 것 자체가 엄청난 스포일러다. 그렇지만 아무런 정보도 없이 영화를 볼 경우 막판 반전에서 허탈감을 느낄 수도 있기에 이 글에서 그 부분을 언급하고 있는 셈이다. 과연 그 엄청난 비밀이 감춰진 막판 반전은 뭘까. 정순만이 유괴범인지 여부보다는 여기에 포커스를 맞추고 관람한다면 보다 재밌는 영화 감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