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와 검·경찰을 강타하고 있는 ‘굿모닝시티 로비 리스트’에 담긴 내용에 대한 진위 여부를 놓고 뜨거운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굿모닝시티 분양피해자 모임인 ‘굿모닝시티 계약자협의회’(회장 조양상)는 지난 7월21일 청와대와 검찰에 ‘리스트’ 문건을 전달했다.
문건이 청와대 등에 전달된 그날 저녁 방송 뉴스부터 ‘굿모닝시티 리스트’에 관한 보도가 이어졌다. ‘정치인 30∼40명 굿모닝 게이트 연루’ 등의 제목으로 신문에 보도되면서 리스트 문건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던 것.
‘굿모닝시티 리스트’란 제목의 문건에는 민주당 전·현직 의원 18명, 한나라당 5명, 자민련 5명, 검찰 11명, 경찰 9명, 언론인 1명, 연예인 2명 등 모두 51명의 명단이 적혀 있다. 이 중 일부는 이름과 함께 굿모닝시티 윤 회장측으로부터 3백만∼50억원을 받았다고 적혀 있으나, 대부분 이름만 기록돼 있다.
이 리스트가 청와대와 검찰에 전해진 다음날(22일),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굿모닝시티계약자협의회 사무실에는 각 언론사 기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문제의 문건’을 입수하기 위해서였다. 문건 내용의 진위여부를 묻는 문의전화도 쇄도했다.
이에 협의회측은 “리스트 문건의 출처와 문건에 거론된 사람들의 실명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기자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경찰과 국정원 등 정보수집 담당자들도 A4용지 두 장 분량인 이 문건을 입수하기 위해 혈안이 됐다.
2라운드 공방은 이 문건 내용에 대한 진위 여부. 문건 내용에 대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과 ‘근거 없는 낭설이다’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검찰의 고위 관계자는 “협의회에서 처음 리스트 명단을 받을 때만 해도 은근히 기대했지만, ‘카더라 통신의 종합판’으로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명백한 것은 (리스트에 적혀있는) 모든 이들을 다 소환한다든지 압수수색이나 계좌추적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런데 문제의 리스트 문건은 계약자협의회측이 청와대 등에 전달하기 이전인 7월 초부터 여의도 증권가에서 나도는 정보지(속칭 찌라시)에 올랐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정보지는 ‘팩트’(사실)와 ‘루머’(소문)가 혼재한 상태로 정가와 증권가에 나돌고 있는 비공식 문서를 가리킨다.
처음 ‘굿모닝시티 리스트’라는 이름을 단 문건이 나돌기 시작한 것은 지난 7월10일께였다. ‘1차’ 리스트에는 계약자협의회가 21일 청와대 등에 전달한 리스트 문건에 적혀 있던 검찰과 연예인 명단이 빠져 있었다.
특히 검찰 관계자 명단에는 ‘보안’이라 적혀 있어, ‘검찰 내부에서 흘러나온 리스트가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검찰이 ‘자기 식구들’ 명단을 고의로 누락한 채 명단을 유출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일주일 정도 지나면서 ‘1차’ 리스트에는 검찰 인사와 연예인 등의 실명이 덧붙여졌다. ‘굿모닝시티 리스트’ 완결판이 ‘제작’된 셈이다. 이 ‘완결판’을 계약자협의회에서 입수, 청와대 등에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굿모닝시티 리스트’에 오른 사람들은 과연 윤창렬 회장측에서 금품을 받은 것일까.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까지 거짓인가. 기자는 리스트에 오른 전직 검찰 관계자 K씨와 전화통화를 했다. K씨는 ‘굿모닝시티 리스트’에 자신의 이름이 올라있는지도 모르는 눈치였다.
K씨는 “윤창렬이라는 사람의 이름은 이번 사건이 터진 다음 처음 들었다”며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모르는 사람한테 내가 무슨 돈을 받았다는 얘긴지 모르겠다”며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다.
리스트에 오른 유일한 언론인이 소속된 것으로 알려진 언론사측도 “리스트에 오른 언론인은 우리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지도 않고, 과거에도 일한 적이 없는 정체불명의 사람이다”라고 해명했다.
그래서인지 검찰은 당초 ‘굿모닝시티 리스트’ 내용에 대해 크게 신뢰하지는 않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그러나 국민들의 의혹이 가중되면서 조사에 들어간 검찰측은 굿모닝시티측으로부터 경찰에 금품이 건네졌다는 일부 정황을 포착, 조만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굿모닝시티 리스트 문건이 전혀 허무맹랑한 내용만은 아니라는 쪽으로 분위기가 반전되기 시작한 것.
그러면 누가 ‘굿모닝시티 리스트’를 만들어 유포했을까. 항간에는 모 주간지 기자가 정보지를 토대로 작성한 ‘내부 보고서’가 외부로 유출됐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해당 언론사 ‘내부 보고서’가 계약자 협의회측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것. 이에 대해 협의회측은 “출처를 밝힐 수 없다”고만 말했다.
그러면 ‘굿모닝시티 리스트’는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까지 거짓인가. 확실한 것은 이번에 계약자협의회에서 청와대 등에 전달한 문건에 오른 인사들은 이미 정보지에서 한 차례 이상 거론됐던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어찌 보면 정보지를 토대로 작성된 ‘굿모닝시티 리스트’가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시중의 소문을 종합해서 만든 것이 정보지의 근간이라고 봤을 때 이 내용 중에는 진실과 거짓이 혼재되어 있을 것으로 보는 전망이 점차 우세하다. 따라서 검찰이 이 중에서 진실의 옥석을 가려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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