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물오른 그녀들… ‘포스트 전지현’ 누구?
지상파 3사의 드라마 주연으로 나선 ‘유부녀 연기자’ 3인방이 서로 다른 개성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왼쪽부터 이민정, 이보영, 김희선. 사진은 각 드라마 홈페이지, 방송 화면 캡처.
최근 방송가에 불고 있는 미시탤런트 전성시대를 연 배우는 전지현이다. 2012년 동갑 친구 최준혁 씨와 결혼한 그는 2월 말 인기리에 종영한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톱스타 천송이 역을 맡고, 결혼 2년차 주부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화려하고 발랄한 매력으로 대중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모은 전지현의 성공으로 인해 이후 안방극장에 돌아온 미시탤런트들을 향한 대중의 관심도 급증했다. 김희선과 이보영, 이민정이 ‘비교’의 시선에 시달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미시 3인방 가운데 가장 주목을 끄는 연기자는 김희선이다. 2000년대 톱스타로 인기를 누렸던 그는 2007년 락산그룹의 차남이자 사업가인 박주영 씨와 결혼해 숱한 화제를 뿌렸다. 스타에서 재벌가 며느리가 된 이후 3~4년 동안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김희선은 딸 연아 양을 낳은 뒤 지난해 드라마 <신의>로 방송에 복귀해 예능 프로그램 <화신>의 진행까지 맡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이런 활동에 따른 화제는 ‘전성기’ 시절만 못했다는 평가다. 절치부심 끝에 김희선은 KBS 2TV 주말드라마 <참 좋은 시절>을 택하고 배우로서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김희선의 ‘작심’은 그가 구사하는 사투리 연기에서도 엿보인다. 데뷔하고 줄곧 세련되고 발랄한 이미지의 인물을 주로 연기해왔던 그는 이번에는 경상북도 경주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이야기 안에서 생활형 대부업자라는 이색적인 인물로 나섰다.
김희선은 최근 열린 드라마 제작보고회에서 “그동안 해왔던 캔디 같은 인물을 버리고 악바리 역할을 하니 훨씬 편하다”라고 반겼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기려고 하는 인물을 연기하다 보니 촬영장에서도 한결 편안해졌다”며 “어려워도 참는 성격이었는데 이제는 시원하게 내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을 알았다”고도 했다. 결혼과 육아로 인해 겪을 수밖에 없었던 한동안의 공백을 이번 드라마를 통해 말끔히 날려버리고 싶다는 의지도 엿보였다.
김희선의 이런 마음에 시청률이 먼저 응답하고 있다. <참 좋은 시절>은 방송 2회 만에 3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세우며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김희선의 신선한 연기 변신에 대한 평가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결혼 뒤 ‘각오’를 다지는 이보영도 마찬가지다. 이보영은 SBS 월화드라마 <신의 선물-14일>(신의 선물)을 통해 톱배우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2년 전 KBS 2TV <내 딸 서영이>와 지난해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연속 성공으로 방송가에서는 ‘캐스팅 1순위’로 떠오른 그는 자신에게 온 숱한 러브콜 가운데 심사숙고 끝에 <신의 선물>을 택했다. 여배우가 이야기 전체를 이끌어가야 하는 드라마인 데다 스릴러 형식을 도입한 새로운 장르를 향한 의욕도 선택에 한 몫을 했다.
사실 이보영은 10년 넘도록 연기자로 생활하면서 이렇다 할 대표작을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여배우로는 드물게 ‘시청률 제조기’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성공한 직후 이보영은 지난해 9월 오랫동안 교제해온 동료 배우 지성과 웨딩마치를 울렸다. <신의 선물>을 선택하는 데도 남편인 지성의 지지와 응원도 영향을 미쳤다.
결혼하고 나서 처음 맡은 인물이 절절한 모성애를 지닌 엄마 역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보영은 “아이를 낳아보지 않아 어떻게 모성애를 표현할 수 있을까 오랫동안 고민했다”며 “평범한 엄마와 딸의 관계가 아니고 어떤 사건을 겪은 뒤 딸과 애정을 쌓아가는 엄마라서 내 마음 그대로 연기하면 시청자와 소통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사실 이보영이 맡은 역할은 국내 드라마에서는 흔하게 볼 수 없었던 특별한 캐릭터다. 유괴 사건으로 딸을 잃은 엄마이자, 우연한 기회가 사건이 일어나기 14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딸의 유괴를 막으려고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다. SBS가 방송을 확정한 이후부터 여러 톱 여배우들이 눈독을 들였던 이 역할은 결국 이보영이 차지했고, 마침 미시탤런트 여럿이 안방으로 몰려오면서 치열한 경쟁에 돌입하게 된 셈이다.
지난해 8월 배우 이병헌과 결혼한 이민정은 남편의 든든한 지지에 힘입어 결혼 뒤 첫 드라마를 택했다. 그가 주연으로 나선 MBC 수목드라마 <앙큼한 돌싱녀>는 발랄한 로맨틱코미디 장르. 이민정은 그동안 여러 드라마와 영화에서 보여준 매력을 결혼 뒤에도 그대로 잇는다. 톱배우와 결혼한 개인사와는 별개로 연기자로서는 자신의 개성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앙큼한 돌싱녀>에서 이민정은 이혼한 전 남편(주상욱 분)과 다시 사랑에 빠지는 인물을 연기하고 있다. 좌충우돌 연애스토리가 주요 이야기. 멜로에 도전하는 아내에게 남편 이병헌은 ‘열심히 하고 즐기면서 연기하라’는 조언을 아까지 않았다. 이민정은 방송을 앞두고 “작은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열심히 하면 꼭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란 남편의 말에 힘을 얻었다”며 “결혼한 뒤 여자로서 느끼는 감정들이 연기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들 미시 3인방이 주연한 드라마들은 시청률에서도 ‘안타’와 ‘홈런’을 오간다. 타율이 꽤 높은 편이다. 주말드라마 프리미엄을 얻어 30%에 다다른 김희선을 선두로 경쟁이 치열한 미니시리즈에서도 이보영과 이민정은 방송 초반 10%에 이르는 기록을 올렸다. 전망이 밝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