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소개] 주제와 쟁점으로 읽는 ‘20세기 한일관계사’
[일요신문] 일본의 고위관료나 유명 정치인이 한국을 매도하기 위해 사실을 왜곡하는 ‘망언’은 한일조약이 체결돼 양국 사이가 재개된 이후에도 빈번하게 나타났다. 일본 주요 인사들의 ‘망언’은 왜 끊이지 않고 발생할까.
저자 정재정 교수는 “그들은 일본의 내셔널리즘을 선동하여 집단적 자위권 등을 행사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변신하고 싶어한다. 여기에는 중국, 한국의 국력신장과 일본의 답보상태에 대한 우려와 초조가 배어 있다”고 분석한다. 이 책은 위안부 강제동원과 역사 교과서 왜곡문제, 독도 문제 등 한일관계의 첨예한 쟁점들을 역사적 시각으로 풀어내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곧 국교 재개 50주년을 맞이한다. 국교 재개 이후 50년 동안 한국과 일본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공유하면서 다른 어느 나라보다 밀접한 관계를 형성해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한일관계는 정상회담을 열지 못할 정도로 불편한 최악의 관계에 놓여 있다. 저자는 한일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역사를 아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즉 역사를 균형감각을 가지고 재구성하는 일이 시급하다며 한일관계사의 시대별 특징을 설명한다.
제1기(1945~1965)는 14년에 걸친 ‘한일회담’ 통해 한국과 일본이 식민지 지배로 야기된 ‘과거사’를 정리하고 국교를 재개하기 위해 노력한 시기다.
제2기(1966~1979)는 한국과 일본이 수직적비대칭적 관계를 맺은 시기다. ‘한일조약’을 통해 청구권 자금을 받은 한국은 신흥공업국가로 부상했지만 일본으로부터 소재와 설비를 수입함으로써 수직적 분업관계가 고착화됐다.
제3기(1980~1997)는 한국과 일본이 수직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상대적 수평화로 진입한 시기다. 자본과 기술에서 일본 의존도는 현저히 낮췄다. 정치적으로는 양국의 정치적 민주화와 사회적 다원화가 진전됐다.
제4기(1998~현재)는 한국 기업이 세계시장에서 일본을 제치는 등 상대적 균등화로 이행하기 시작한 시기다. 그러나 일본에서 자민당 독주의 보수정치가 강화되면서 역사인식과 영토문제를 둘러싸고 노골적인 대립을 벌이는 상황이 점점 잦아지고 있다.
이 책은 일본의 식민통치라는 정치적 측면이나 한류 붐 등 문화사회적 측면을 단편적으로 다루는 방식에서 벗어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측면을 종합적으로 포괄하는 방식으로 한일 관계사에 접근했다.
연규범 기자 ygb@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