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정보
한국 영화사에 큰 획을 그은 영화 <쉬리>가 개봉한 지 16년여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한국 영화는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1000만 관객 영화가 거의 매년 한두 편씩 제작되고, 외국의 연기파 명배우들이 한국 영화에 출연하는 일도 심심찮다.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값진 수상 소식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이제 대한민국은 전세계적으로 손에 꼽히는 영화 강국이다.
이런 비약적인 국내 영화의 발전 시작점을 <쉬리>라 생각하는 기자는 <용의자>를 보며 16년 전 <쉬리>가 계속 떠올랐다. 도심 총격전 등 당시로서는 획기적이던 <쉬리>의 액션 장면들이 <용의자>에 이르러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뒤지지 않을 만큼 발전했다. 무술감독 출신인 원신연 감독은 이 영화에서 할리우드의 본 시리즈에 결코 뒤지지 않는 액션 연출을 선보였다. 적어도 <용의자>의 액션 장면들은 그 어떤 할리우드 영화에도 밀리지 않는 수준이다.
물론 액션 장면만 화려하고 스토리는 허술한 영화도 종종 있다. 그렇지만 <용의자>는 스토리 역시 탄탄하며 구성도 치밀해 영화 상영 내내 긴장을 놓지 않게 만드는 힘을 갖추고 있다.
<쉬리>와 <용의자>는 스토리와 캐릭터 등에서도 유사한 구석이 있다. 두 영화는 모두 북한의 특수부대 출신 요원이 주인공이다. 16년 전 <쉬리>에선 특수8군단(제8특수군단사령부) 소속의 특수 요원이 주인공었다면 이번엔 룡강 부대다. 평양 서쪽의 조그만 도시인 룡강에 위치한 훈련 캠프 출신을 룡강 부대 요원이라 호칭하는데 룡강 부대에는 특수8군단 등 북한의 특수 부대에서 선발된 최정예 요원만을 대상으로 훈련을 시킨다. 따라서 특수8군단 소속 요원보다 한 단계 더 정예화된 특수요원임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이들이 한국에 온 이유는 상반된다. <쉬리>에서의 특수8군단 소속 박무영과 이명현은 간첩 신분으로 한국에 침투한 것인데 반해 <용의자>의 룡강부대 출신 지동철과 리광조 등은 탈북한 이들이다.
갈등 구조 역시 16년 동안 달라진 남북 관계의 현안에 따라 큰 변화가 있었다. <쉬리>에선 남과 북으로 분단된 현실에 초점을 맞춰 양국 최고의 정예요원들이 사랑에 빠진 상황이 스토리 흐름의 중심이었다. 반면 <용의자>에선 탈북 문제가 화두다. 자신의 조국인 북한으로부터 버림받고 가족까지 잃은 뒤 남한으로 망명한 전직 특수부대 요원이 자신의 가족을 죽인 이를 찾아 복수하려다 우연한 계기로 모종의 사건에 휘말리는 내용이 이야기의 중심이다.
남북 관계를 대립으로만 바라보던 90년대 <쉬리>의 시선과 달리, 2014년 <용의자>는 탈북 문제, 간첩 사건 조작 등으로 남북 관계 관련 소재의 활용 폭이 변화했다. 영화가 변했다기보다는 그만큼 한국 사회에서의 남북 관계에 대한 시선과 이슈가 달라진 사실이 영화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이번 사건은 최근 발생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과 묘하게 맞물리는 구석이 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은 아직 진행 중인 사건이며 영화 <용의자> 속 상황은 악역에 해당되는 김석호 실장(조성하 분) 개인의 비리와 관련된 극적인 상황이라는 점에서 직접 비교는 불가하다. 다만 국정원이 인위적으로 간첩 사건을 조작한다는 점에서는 어느 정도 유사점이 있어 영화를 보는 재미를 더한다.
@ 줄거리
조국 북한으로부터 버림받고 가족까지 잃은 상황에서 남한으로 망명한 북한 룡강부대 출신 최정예 특수요원 ‘지동철’(공유 분). 그의 목표는 단 하나, 아내와 딸을 죽인 자를 찾는 것뿐이다. 지동철의 가족을 죽인 이는 같은 룡강 부대 출신인 리광조(김성균 분)다.
탈북한 뒤 지동철은 이북 출신 사업가 해주그룹 박건호 회장(송재호 분)의 도움을 받아왔다. 같은 고향 출신 탈북자인 지동철을 자신의 집에서 일하게 했지만 언젠가 지동철은 박 회장의 곁을 떠나 대리기사 일을 하고 있다. 리광조를 찾고 서울 지리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다.
대북 경협에 앞장서던 박 회장이 방북을 앞두고 지동철을 집으로 부른다. 그리고 박 회장은 지동철이 그리 찾던 리광조의 서울 집 주소를 알려주며 용서해주라고 부탁한다. 바로 그날 박 회장은 괴한의 습격을 받아 사망한다. 박 회장의 집을 나서던 길에 이상한 낌새를 느낀 지동철은 박 회장의 집으로 돌아가 괴한을 제압하는 데 성공하지만 이미 박 회장은 사망했다. 박 회장은 사망하기 직전 지동철에게 안경을 하나 건네며 “땅에 묻어 달라”는 묘한 유언을 남긴다.
그렇지만 지동철은 박 회장의 살해범이라는 누명을 쓰고 쫓기기 시작한다. 지동철이 제압한 박 회장 살해범은 어느 새 사라졌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오히려 지동철을 죽이려 한다. 박 회장의 죽음엔 누군가의 음모가 도사려 있었던 것.
박 회장 살해를 주도한 것은 국정원 실세 김석호 실장(조성하 분)이다. 김 실장은 박 회장 살해 사건을 북한 특수부대 출신 탈북자로 간첩 활동이 의심되던 지동철이 박 회장의 방북을 앞둔 시점에 살해한 사건이라고 규정한다. 검경군 합동 수사팀을 주도한는 김 실장은 방첩 분야 최고 전문가 민세훈 대령(박희순 분)을 투입한다.
민 대령 역시 홍콩 작전에서 지동철에게 부하를 잃고 작전에도 실패해 일선을 떠나 훈련 조교 일을 하고 있다. 그만큼 지동철에 악감정을 품고 있다.
과연 지동철은 가족을 죽인 리광조를 찾아내 복수하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 또 박 회장 살해 용의자라는 누명을 벗을 수 있을까. 북한에선 최정예 특수요원이었지만 지동철은 탈북한 뒤 남한에서 엉뚱한 살인 사건의 용의자가 됐다. 남과 북에서 모두 버림받은 지동철, 그가 뛰고 있다.
영화는 액션 장면이 수려하고 이야기 전개가 매우 빠르다. 따라서 기본적인 인물 구도를 먼저 알고 영화를 보면 보다 영화에 집중할 수 있다.
우선 지동철과 리광조는 매우 절친한 사이였다. 둘 다 룡강부대 출신의 최정예 요원이었지만 지동철이 먼저 북한에서 버림을 받으면서 적이 된다. 특히 지동철의 부인과 어린 딸은 지동철이 탈북을 시도하자 절친이던 리광조가 이들을 살해하라는 명령을 받고 이를 수행한다. 이로 인해 지동철에게 리광조는 더 이상 절친이 아닌 원수가 된다. 리광조는 친구의 아내와 딸을 살해한 뒤 탈북해 남한에서 김석호 실장을 돕고 있다.
김석호 실장과 민세훈 대령 역시 친구 사이였다. 함께 군에 있을 당시엔 민 대령이 훨씬 잘나갔지만 지동철과 얽힌 홍콩 작전 실패로 일선을 떠나 훈련 교관이 됐고 김 실장은 국정원으로 소속을 옮긴 뒤 승승가도 중이다.
지동철을 주인공으로 다큐멘터리를 찍으려 하는 최경희 PD(유다인 분)는 전직 기자로 김석호 실장 관련 비리를 보도하려다 해직됐다. 이후 다큐멘터리 촬영을 가장해 지동철에게 접근해 김 실장의 비리를 취재하려 하고 있다. 그런 까닭에 지동철, 해주그룹 박건호 회장 그리고 김 실장 등의 관계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다.
@ 배틀M이 추천 ‘초이스 기준’ : 액션 영화를 좋아한다면 무조건 클릭
평소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무조건 추천이다. 액션 영화로서의 가치는 이미 할리우드 유명 액션 블록버스터의 수준을 뛰어 넘었다. 북한 최정예 특수요원으로 출연한 공유는 현란한 액션은 기본, 특전사의 낙하산 강하훈련 도중 돌발사고 장면에서의 고공 액션, 역주행은 기본이고 계단까지 활용한 수려한 차량 액션 등을 선보여 볼거리가 넘쳐 난다. 게다가 스토리까지 탄탄해 볼거리는 많고 내용은 부실한 액션 영화들과의 차별점도 확실하다.
@ 배틀M 추천 ‘다운로드 가격’ : 2만 원
망설임 없이 높은 가격을 책정했다. 다운로드 시장에선 극장 동시 개봉 영화가 1만 원임을 감안하면 2만 원은 현실적인 수준을 뛰어 넘는 가격이다. 결국 무조건 선택해도 좋을 영화라는 의미다. 2만 원이면 극장 관람비보다는 비싼 가격이다. 극장에서 봤어도 후회 없었을 것이라는 의미로, 사실 액션이 화려한 만큼 극장에서 관람하는 게 더 좋았을 것이라는 의미도 있다. 이미 극장 관람의 기회는 사라진 만큼 온라인 영화 웹하드 사이트에서 다운로드를 받거나 TV VOD 서비스 등을 통해 반드시 관람할 것을 강력 추천한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