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마녀사냥> <썰전> 마성의 그 남자, 섹시한 글쟁이 허지웅의 연애하는 인간 관찰기.
이 책은 허지웅이 5년 만에 발표하는 신작이자, 그의 첫 소설이다.
3년 전부터 이 작품을 써온 저자는 그가 “세상에서 가장 사려 깊은 괴물”이라 표현한 개포동 김갑수 씨를 세상에 소개하려 한다.
<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은 허지웅이 가끔가다 술자리에서 마주치는 한 지인의 망한 연애담이다.
개포동의 김갑수 씨는 늘 연애에 망하고 “내가 지나간 옛사랑에게 얼마나 사무치게 쌍놈이라 하늘의 분노를 샀으면, 이제 와 이런 쌍년을 만나 개고생을 하느냐”며 소같이 울어대는 사람이다.
그는 늘 여자를 탐구해야겠다고 말하지만, 그에게서 파란만장한 연애 이야기를 전해 듣는 허지웅은 그가 정작 알고 싶은 것은 ‘자기 자신’이 아닌가 생각한다.
허지웅 특유의 재기발랄한 문장들 사이에 한 개인의 연애담과 섹스사를 넘어, 오늘날 대도시에서의 고단한 삶을 버텨내는 보통 사람들의 소소한 생활상이 웃기고도 애잔하게 드러난다.
결말에 이르면 매달리는 사람은 ‘사육신처럼 울부짖고’ 마음이 변한 자는 ‘수양대군의 박력으로 걷어차는’ 이 숱한 연애의 난장 끝에, ‘우리가 가끔 깨닫고 대개 까먹는’ 사람 간의 관계와 생의 진실이 김갑수 씨와 허지웅의 대화 속에 반짝 빛난다.
아우름. 172쪽. 1만 2000원
조현진 기자 gabar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