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용 아니죠~ 홍보용 맞습니다
두바이 경찰이 수집가처럼 슈퍼카를 계속 사들이는 이유는 돈이 넘쳐서가 아니라 두바이 홍보를 위해서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최고 시속 450㎞를 자랑하는 코닉세그 One:1은 전 세계에서 5대만 생산되는 20억 원짜리 슈퍼카. ‘대체 누가 이런 최고급 슈퍼카를 경찰차로 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두바이 경찰의 그간 행보를 보면 가능성을 어느 정도 열어두어야 할 것 같다. 알려졌다시피 두바이 경찰은 이미 수많은 드림카를 경찰차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막대한 오일달러를 바탕으로 ‘중동의 보석’으로 떠오른 두바이는 아랍에미리트 최대도시이자 세계적인 물류·관광 도시. 자동차 마니아에게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슈퍼 패트롤카’(Super Patrol Car·슈퍼 순찰차)의 도시로도 명성이 높다.
특히 최근 1년 동안 두바이 경찰이 페이스북 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한 순찰차들을 보면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BMW 5시리즈, 아우디 R8,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LP 700-4), 페라리 FF, 애스턴 마틴 One-77, 맥라렌 MP4-12C, 벤틀리 콘티넨탈 GT, 메르세데스 벤츠 SLS AMG, 부가티 베이론 등 세계적인 슈퍼카가 망라돼 있다. 이들 슈퍼 경찰차의 면면을 잠깐 살펴보자.
지난해 5월에 두바이 경찰이 순찰차로 도입한 애스턴 마틴 One-77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경찰차’다. 당시 현지 보도에 따르면 차량 가격이 1100만 디르함(아랍에미리트 화폐단위), 현재 우리 돈으로 약 31억 9600만 원에 이른다. 전 세계에서 77대만 제작된 슈퍼카로 7.3리터 V12 엔진이 탑재돼 701마력의 힘을 뿜어낸다.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시간)은 3.5초, 최고 속도는 357㎞/h에 이른다.
지난해에 최초로 도입된 데 이어 지난 2월에도 두바이 경찰이 순찰차의 새 모델로 소개한 부가티 베이론 역시 초고가의 슈퍼카다. 부가티 베이론은 전 세계에서 300대만 한정 생산된 것으로 알려지는데, 추정 가격은 약 20억 원에 달한다. 2000년대 중반 ‘도로 위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로 군림했을 만큼 16기통 엔진이 내뿜는 1200마력의 파워가 일품이다. 최고속도는 407㎞/h에 이르고, 제로백은 2.5초에 불과하다.
왼쪽부터 애스턴 마틴 One-77,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위의 두 슈퍼카와 체급은 다르지만 지난해 봄 두바이 경찰이 도입해 최고급 순찰차 시대를 상징적으로 알린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도 스펙이 만만치 않다. 대당 가격이 약 29만 4600파운드(약 5억 2000만 원)로 최고 속도는 시속 349㎞, 제로백은 3초다. 람보르기니 도입 후 세계 언론이 뜨거운 관심을 보이자 두바이 경찰은 지난해 4월 페라리 FF를 순찰차로 현장에 투입하기도 했다. 경찰 측이 밝힌 도입 가격은 200만 디르함, 우리 돈으로 약 5억 8000만 원에 달했다. 페라리의 첫 4륜구동 스포츠카이기도 한 페라리 FF는 제로백 3.7초, 최고속도 335㎞/h를 자랑한다.
이밖에도 최고속도 333㎞/h에 제로백 3.1초의 고성능 슈퍼카인 맥라렌 MP4-12C(약 2억 5600만 원), 최고속도 318㎞에 제로백 4.6초인 벤틀리 콘티넨탈 GT(약 2억 3500만 원)도 모두 눈으로 속도를 쫓아가기 어려운 초고속 스포츠카들이다.
두바이 경찰이 이렇듯 슈퍼카 중의 슈퍼카들을 순찰차로 배치한 까닭은 무엇일까. 상당수 언론에서는 ‘슈퍼카가 국민차처럼 흔한 도시이다 보니 위법 차량을 단속하려면 경찰차도 슈퍼카일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이들 슈퍼 경찰차들 중 대부분은 범죄 추격용이 아니다. 특히 ‘드림카’로 불리는 초고가의 슈퍼 경찰차들은 특별한 임무를 띠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월 13일 두바이 한인 매체인 <DK저널>에 실린 슈퍼 경찰차 관련 기사를 들춰보자. 여기에는 ‘슈퍼카 투입 배경’에 대한 ‘다히 칼판 알 타민’ 두바이 경찰청장의 발언이 실려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두바이의 독특함을 강조하기 위해 최고급 스포츠카를 순찰차로 구매하고 있으며, 이들 최고급 순찰차들이 도망자를 쫓거나 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대목이다.
현지에서는 지난해 두바이 경찰이 마치 수집가처럼 슈퍼카를 계속 사들인 것은 돈이 넘쳐서가 아니라 ‘두바이 홍보’를 위해서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다른 도시들과 치열하게 ‘엑스포(세계종합박람회) 2020’ 유치 경쟁을 벌이던 두바이가 지구촌 관심을 이끌어내는 방편의 하나로 슈퍼 경찰차를 활용했다는 것이다. 어찌 됐든 두바이는 지난해 11월 말 엑스포 유치에 성공함으로써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게 됐다. 현지의 해석대로라면 슈퍼 순찰차가 범죄자를 뒤쫓지는 않았지만, 더 큰 임무를 완수한 셈이다.
이정수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