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터미네이터5>는 ‘기원’ ‘발생’ 등을 의미하는 단어인 ‘제네시스’를 부제로 하고 있다. 아직 영화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이미 캐스팅된 주요 배역이 터미네이터(아놀드 슈워제네거 분), 사라 코너(에밀리 클락 분), 카일 리스(제이 코트니 분), 존 코너( 제이슨 클락 분) 등임을 놓고 볼 때 <터미네이터1>과 같은 시점을 그린 영화로 보인다. ‘제네시스’라는 부제로 볼 때에도 존 코너의 제네시스(출생) 과정을 다룬 <터미네이터1> 시점을 다룬 영화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터미네이터>의 1~3편은 현재 시점(1984년~2003년)을 바탕으로 존 코너를 제거하기 위해 미래에서 온 기계들과의 사라 코너와 존 코너 모자의 싸움을 주로 그린 데 반해 <터미네이터4 : 미래 전쟁의 시작>은 제목처럼 기계(스카이넷)가 지구를 지배하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 존 코너 역시 스카이넷에 대항하는 인간 저항군의 리더 가운데 한 명으로 등장했다.
아놀드 슈워제네거. <터미네이터1> 스틸 컷
<터미네이터5>는 미래 시점에선 <터미네이터5> 이후 시점이지만 현재 시점으로는 <터미네이터1> 즈음이 될 전망이다. 결국 존 코너의 출생을 다룬 <터미네이터1>을 미래 시점 위주로 그린 영화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따라 현재 시점(정확히는 1984년)에 등장할 젊은 시절의 사라 코너와 카일 리스, 미래 시점의 존 코너 등이 모두 등장하게 된다. 가장 좋은 캐스팅은 <터미네이터1>의 사라 코너와 카일 리스가 등장하는 것이겠지만 이미 30년 전에 촬영한 영화라 당시 출연 배우들은 이미 상당히 나이를 먹어 젊은 배우들이 대신 캐스팅됐다. 아놀드 슈워제네거만 1편에 이어 5편에 또 출연하는데 워낙 상징적인 의미가 커 다른 배우로의 대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터미네이터4>의 존 코너 역할을 맡았던 크리스찬 베일 대신 <터미네이터5>에선 제이슨 클락이 캐스팅됐다. 결국 이야기의 흐름은 1~4편과 이어지지만 캐스팅만 놓고 보면 아놀드 슈워제네거를 제외하면 전혀 다른 영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감독 역시 <토르 나크월드>의 앨런 테일러가 새롭게 가세했다.
관건은 이병헌의 역할이다. <터미네이터5> 제작진은 ‘핵심적인 배역’이라고만 밝히고 있을 뿐이다. 이를 두고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현재 시점을 그린 <터미네이터1>에선 동양인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래 시점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미래 시점의 경우 전혀 예상이 불가능한 캐릭터다.
이병헌. 영화 <레드2> 스틸 컷
물론 현재 시점(1984년)에 등장하는 캐릭터일 수도 있다. <터미네이터2>에서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인간과 똑같이 만든 유기적인 침투용 사이보그 신형 모델 ‘T-101’로 출연하는 데 그 역할은 어린 존 코너를 지키는 것이었다. 미래에서 현재로 그를 보낸 것이 바로 미래의 존 코너였기 때문이다.
반면 <터미네이터1>에선 미래의 존 코너가 현재로 보낸 것은 저항군 동료 카일 리스였고 그는 현재 시점의 사라 코너를 구하려다 사랑에 빠져 존 코너의 생물학적인 아버지가 된다. 당시 존 코너의 출생을 막기 위해 스카이넷이 현재 시점으로 보낸 것이 바로 T-101이다. 따라서 <터미네이터2>에서 착한 역할이던 T-101(아놀드 수워제네거 분)이 <터미네이터1>에선 악역이었다.
<터미네이터5>역시 시점이 <터미네이터1>과 같을 경우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악역이다. 현재 이병헌이 할리우드에서 악역 캐릭터를 주로 맡고 있음을 감안할 때 그가 현재 시점에 등장해 T-101을 돕는 악역 캐릭터를 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터미네이터 4>에서 빠졌던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다시 돌아오는 만큼 그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음을 감안하면 그를 돕는 악역 캐릭터가 미래 시점의 캐릭터보다는 더 비중이 클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병헌이 이런 악역 캐릭터를 소화할 경우 아놀드 슈워제네거와 함께 촬영하는 비중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