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하면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흰머리, 주름살, 배 나온 아버지, 사오정, 오륙도…. 물론 불혹, 지천명처럼 긍정적인 이미지도 있지만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 많이 떠오르게 마련이다.
이제 ‘중년의 위기’는 누구나 인정하는 굳건한 사회적 통념이 됐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이 책은 중년에게 덧씌워진 억울한 오해가 만들어져 온 과정을 꼼꼼하게 추적한다.
중년이라는 새로운 인생의 단계는 19세기 후반에 만들어졌다. 그 이전에는 단지 어린이, 성인 그리고 노인으로만 구분했다. 20세기 이전의 사람들은 40~50대에 그들의 능력과 영향력이 최고조에 도달한다고 생각했다. 18세기에는 원숙함과 연륜이 주는 부가적인 이익 때문에 사람들은 실제 나이보다 더 많은 것처럼 행동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중년이라는 개념이 생겨나기 시작하던, 1880년 무렵부터는 나이를 낮추려 했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진입하면서 노동에는 효율성이라는 개념이 도입됐다. 또한 시간당 생산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보다 더 빨리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보다 더 젊은 노동자를 선호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당시의 노동자들은 대부분 직장을 계속 다니거나 다른 직장을 얻기 위해 자신들의 실제 나이를 감추려 했다. 원숙함과 지혜를 상징하는 문화적 개념으로 만들어진 중년은 산업화와 함께 노동 가치가 떨어지는 시기를 나타내는 경제적 개념으로 전락한 것이다.
저자는 “만약 신이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신을 만들어냈어야 했을 것이라는 볼테르처럼 만약 중년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결국 그것을 발명해내야만 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20세기로 접어들면서 중년을 무기력과 쇠퇴의 시기로 못박아놓아야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산업이 번성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중년의 몸과 마음을 대상으로 끊임없이 불안감과 불확실성을 조성해 사업을 펼쳐나갔다. 이른바 영화, 텔레비전, 잡지 그리고 의약품과 건강보조식품 업체들로 구성된 중년 산업 복합체의 출현이다.
현대사회에서 이 복합체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이 복합체는 사람들이 먹는 것과 입는 것, 생각과 취향, 심지어는 노는 방법까지 표준을 만들어내고 널리 퍼뜨린다. 그들의 공통점은 젊음을 찬양한다는 데 있다.
청춘이야말로 인생의 황금기라는 이데올로기를 쉴 새 없이 만들어내고 전파한다. 판단 능력의 부족에 따른 미숙함은 도전과 패기라는 무한한 가능성으로 포장돼 유통된다. 여기에는 중년 산업 복합체의 음모가 개입돼 있다.
저자는 거의 150년간 진행되어온 중년을 향한 오해의 역사를 방대한 자료와 통계 생생한 현장 인터뷰를 통해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발명’되고 ‘왜곡’돼온 중년의 역사는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패트리샤 코헨 지음. 권혁 옮김. 돋을새김. 정가 1만 7000원.
연규범 기자 ygb@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