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의 바이블인 <걷기예찬> 그 후 10년, 다비드 르 브르통이 그 후속편이라 할 수 있는 <느리게 걷는 즐거움>이란 책을 최근 펴냈다. 2002년에 출간된 <걷기예찬>은 하루 종일 사무실에 앉아 있다가 차를 타고 집으로 가서는 또 텔레비전 앞에 앉는 ‘두 다리를 잃어버린’ 현대인들에게 가장 근본으로 돌아가는 행위인 ‘걷기’에 대해 열정적으로 예찬한 바 있다.
저자의 신작 <느리게 걷는 즐거움>(북라이프)은 걷기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지금,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걷는 즐거움에 대해 일깨워준다.
사람들은 어지럽고 자극적인 것으로부터 스스로를 차단시켜 오직 자신만의 속도에 맞춰 일부러 고독해지기 위해, 또 기분 좋은 피로감을 느끼기 위해 걷는다. 걷기는 사회가 요구하는 ‘가면’을 벗어던지고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을 되찾게 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 진정한 자유를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라고도 할 수 있다.
전작에 이어 베르나르 올리비에, 랭보, 빅토르 위고, 헨리 데이비드 소로, 헤르만 헤세, 니체 등 걷기를 사랑했던 수많은 작가들의 글과 작품을 실었다. 다비드 르 브르통은 자신이 사랑했던 작품들과 함께 10년 전 그 길을 다시 걸으며 그때와는 사뭇 달라진 풍경과 새롭게 느낀 걷는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북라이프. 252쪽. 1만 3000원.
김수현 기자 penpop@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