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반세기 전 <침묵의 봄>은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으로 파괴되는 야생 생물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공개했다. 언론의 비난과 이 책의 출판을 막으려는 화학업계의 거센 방해에도 카슨은 환경 문제에 대한 새로운 대중적 인식을 이끌어내며 정부의 정책 변화와 현대적인 환경운동을 촉발시켰다. 1963년 케네디 대통령은 환경 문제를 다룰 자문위원회를 구성했고, 1969년 미국 의회는 국가환경정책법안을 통과시켰으며, 암연구소는 DDT의 암 유발 증거를 제시함으로써 각 주들의 DDT 사용 금지를 이끌었다.
<레이첼 카슨: 환경운동의 역사이자 현재>는 2012년 <침묵의 봄> 출간 50주년을 기념해 윌리엄 사우더가 새로 쓴 전기다. 저자는 카슨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으나 독서와 자연 관찰을 즐겼던 어린 시절, 작가가 되고 싶었으나 과학자의 길로 들어선 대학 시절, 전업작가로 들어선 이유, 1994년 암으로 죽어간 정황 등 삶의 변곡점을 짚어나갔다.
1997년 린다 리어가 쓴 <레이첼 카슨 평전>이 출생에서 사망에 이르기까지 연대기적으로 기술한 치밀하고 밀도 있는 전기라면, 사우더가 쓴 이 책은 ‘보존주의 시대를 살면서 환경주의를 잉태한 삶’이라는 창을 통해 카슨을 조명했다.
과학적 엄밀함을 바탕으로 시적인 글쓰기로 독자를 설득하고 감동시키는 작가, 철저한 문헌 조사와 수많은 전문가와의 편지 교환을 통해 자료를 확보하는 집요한 연구자였던 그녀. 환경운동에 관심이 있거나 레이첼 카슨의 팬이라면 꼭 한번 읽어볼 만한 책이다. 윌리엄 사우더 지음. 김홍옥 옮김. 에코리브르. 정가 3만 5000원.
연규범 기자 ygb@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