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기본적으로 연예계를 다루고 있다. 우선 주인공 이우곤(김강우 분)의 직업이 연예인 매니저다. 그리고 영화의 기본이 되는 사건 역시 이우곤이 키운 여자 연예인 최미진(고원희 분)에 대한 정보(혹은 악성루머)가 찌라시에 실리고 이로 인해 최미진의 자살이다. 최미진을 절대적으로 믿은 이우곤은 최미진을 죽음으로 몰아간 루머가 사실무근이라고 굳게 믿는다. 그리고 이우곤은 그런 터무니없는 루머로 최미진을 자살로 몰아간 게 누구인지를 밝혀내기 위해 찌라시의 세계로 뛰어 든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과연 이우곤의 최미진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의문까지 다가간다. 그렇지만 최미진의 자살 이면에는 엄청난 비밀이 감춰져 있으며 그 와중에서 최고급 정보가 오가는 찌라시가 숨겨진 속살을 내보인다.
찌라시는 일반 대중에게는 접근이 불허된 최고급 정보가 실려 있는 사설 정보지다. 이런 찌라시에도 등급이 있어서 일반 대중도 접할 수 있는 저가의 찌라시가 있는가 하면 대기업 고위층과 정관계 고위층 인사들만 접근이 가능한 최고가 찌라시도 있다. 당연히 가격이 비쌀수록 신뢰성이 높으며 일반인은 절대 접근할 수 없는 최고급 정보가 실려 있다.
당연히 주된 내용 역시 연예계 정보는 아니다. 정치 경제 사회 등 정재계 인사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정보가 위주이며 연예계 정보는 말 그대로 ‘쉬어가는 페이지’요, ‘흥미로운 읽을거리’에 불과하다. 물론 연예인과 정재계 인사가 얽힌 소문은 높은 정보 가치를 갖는데 그런 정보들은 최고급으로 분류돼, 역시 일반인은 근접할 수 없는 찌라시에만 실린다. 따라서 일반인들이 ‘찌라시에 나왔다더라’며 접할 수 있는 연예계 정보는 신뢰성이 극히 낮으며 그리 중요하지도 않은 내용들일 수밖에 없다.
심지어 이런 연예계 정보들이 정보맨들을 통해 활용되기도 한다. 더 크고 민감한 관심사로부터 세인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또는 누군가를 음해하기 위해 이런 정보들이 악용당하기도 하는 것. 영화 <찌라시>는 이처럼 연예계 루머가 누군가에 의해 악용되는 사례를 다루고 있다.
충분한 사전 취재를 통해 제작된 만큼 이 영화는 찌라시의 세계를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대기업 정보 관계자와 국가기관 정보 관계자, 그리고 언론계 인사 들이 모여서 정보 회의를 하는 장면이 상당히 사실감 있게 묘사됐다는 것이 실제로 찌라시 제작에 관여하는 이들의 공통된 반응일 정도다.
연예계 뉴스에서 수없이 접해본 찌라시라는 게 과연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 <찌라시>는 충분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영화가 너무 방대한 비밀, 아니 최고급 정보를 담아내려 했다는 점은 이 영화의 한계일 수 있다. 연예인 자살로 시작된 이야기가 대기업과 청와대를 뒤흔들 만큼 확대되는 과정이 너무 극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영화인만큼 재미를 위해 이야기를 확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너무 자극적으로 과장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런 지적의 눈길은 막판 반전에서 무너졌다.
어쩌면 김광식 감독이 영화 <찌라시>를 통해 그리려고 한 부분은 바로 이런 정보의 허상인 지도 모른다. 영화의 첫 장면과 끝 장면은 정보 회의에서 누군가가 이번 사건에 대한 정보를 얘기하는 부분이다. 결국 이 영화 자체가 정보 회의에서 누군가를 통해 공유되는 정보를 다루고 있다. 그렇지만 정보가 사실이 될 순 있지만 진실이 될 순 없다. 진실의 사전적 의미는 ‘거짓이 없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사실’에는 ‘거짓이 있는 사실’도 있다는 의미다.
정보가 다룰 수 없는 한계는 결국 겉으로 보이는 사안들에 불과하다. 그 내부의 속사정까지 다룰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정보맨들이 수집한 정보가 아무리 최상급 정보이고 수천만 원씩 하는 최고가 찌라시에 실릴 지라도 당사자의 속사정까지 모두 파악할 순 없다. 이 영화의 막판 반전에서 드러나는 진실과 이것이 또 다른 정보로 포장돼 공유되는 과정에선 실소를 금치 못할 정도다.
대단해 보이는 정보맨들이 모여서 서로의 최고급 정보를 공유하는 장면, 최고의 도청 전문가가 등장해 각종 첨단 기기를 활용하는 장면, 최고급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깡패까지 활용하는 장면 등을 통해 형성된 찌라시의 대단한 위상은 마지막 반전의 진실 앞에서 한 번에 무너져 버린다. 그런 정보들이 비록 사실이 될 순 있어도 진실에는 결코 이를 수 없음을 새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별다른 기대 없이 보기 시작해 영화의 재미와 캐릭터의 매력에 빠져 들어 영화에 몰입됐다가 막판 반전에 무릎을 친, 오랜만에 본 재밌는 한국 영화였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