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론자들은 경제가 성장하면 빈곤층이 줄어들고 복지가 향상돼 모두가 잘살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저자 데이비드 C. 코튼 박사는 성장론자의 논리는 환상에 불과하다고 단언한다.
<경제가 성장하면 우리는 정말로 행복해질까>의 저자는 “경제가 성장하면 원래 가진 것이 많은 부유층은 더 부유해지고 정작 중산층과 빈곤층은 자신들의 희생으로 이뤄낸 경제 성장의 과실을 소수의 부유층에게 빼앗기면서 오히려 더 힘든 삶을 보내게 된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보수적인 중상류층 백인 가정에서 태어난 이 책의 저자는 보수주의자였던 대학 시절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현대식 경영이나 기업가 정신을 빈곤국 사람들에게 전수함으로써 그들도 미국식 번영을 누리게끔 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하지만 개발과 성장 관리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성장 위주의 정책이 인류가 맞닥뜨린 위기에 대한 해결책이 아닌 그 주된 원인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성장 위주의 정책이 정작 성장의 수혜자라고 여겼던 사람들에게 고통을 야기한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서 목격하면서 자신의 노선을 변경하게 된다.
자유 시장 경제에서 각 개인은 한정된 자원과 기회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놓고 목숨을 건 사투를 벌여야 하는데 가장 많이 가진 자가 어김없이 그 경쟁에서 이긴다. 그래서 경제 성장은 생계가 불안정한 사람들의 소득을 빼앗아 부유층에게 이동시켜 그들의 소득을 더 빨리 증가시킨다. 저자는 이 모든 것들의 시작을 경제 세계화로 보고 있다. 소수 엘리트들과 세계적 거대 기업들이 자신들만의 새로운 식민 제국을 건설하려는 야욕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약탈적 금융 시스템과, 금권정치, 세계적인 경제․금융기관들의 횡포를 파헤친다. 그들이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숨기고 있는 진짜 목적 등을 폭로하면서, 이들이 주도한 성장 위주 정책이 전 세계에 야기한 파국과 위기에 대해 실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데이비드 C. 코튼 지음. 김경숙 옮김. 사이. 정가 1만 8900원.
연규범 기자 ygb@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