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기자는 마이클 베이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 우선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자. <나쁜 녀석들> 시리즈로 시작해 <더 록> <아마게돈> <진주만> <아일랜드>, 그리고 <트랜스포머> 시리즈까지 하나같이 대박 흥행작이다. 그는 요즘 할리우드에서 가장 잘 나가는 블록버스터 감독이자 흥행 보증수표다. 국내에서도 마이클 베이 감독의 영화는 대부분 흥행 대박을 일궈냈다.
그런데 마이클 베이 감독의 연출작 가운데 가장 최신작인 <페인 앤 게인>(2013)은 아직 국내에서 개봉되지 않았다. 분위기만 놓고 보면 극장에서 개봉되지 않고 온라인 다운로드와 TV VOD 서비스 등 부가판권시장으로 직행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벌써부터 알음알음 온라인에선 불법 다운로드가 이뤄지고 있기도 하다.
<페인 앤 게인>, 영문 제목은 <Pain & Gain>이다. 러닝 타임은 129분. 마이클 베이 감독의 영화 가운데 몇 안 되는 블록버스터가 아닌 영화이자 최초의 코미디 영화다. 마이클 베이 감독은 이 영화를 직접 제작하고 연출까지 했다. 마크 월버그와 드웨인 존슨, 안소니 마키, 에드 해리스 등이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지만 스타급 출연 배우는 없다. 이 부분 역시 마이클 베이 감독 영화로는 다소 특이한 부분이다.
게다가 기존 작품들과 달리 재미는 크게 떨어지는 편이다. 코미디 영화지만 상황이 코믹할 뿐 사실 웃음을 유발하는 장르의 영화로 보기도 힘든 구석이 있다. 황당하다는 생각이 거듭 들 정도다. 장면 장면에서 마이클 베이다운 색채가 엿보이기도 하지만 정말 감독이 마이클 베이 맞나 싶은 생각이 더 강렬하게 남는 영화였다.
기본적으로 이 영화는 아메리칸 드림을 얘기하고 있다. 이미 기회의 땅에서 성공한 이와 기회를 엿보는 이들이 이 영화의 큰 축을 담당한다. 비록 악독한 방식이지만 그로 인해 큰돈을 벌어 아메리칸 드림을 성공한 이와 범죄 행위로 그의 돈을 빼앗아 또 다른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이들이 등장한다.
주인공은 범죄자 일행 세 명으로 순진해 보이기도 하며 인간적인 면모가 엿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들은 범죄라는 빗나간 방법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려 한다. 그렇지만 그들의 완벽해 보이는 범죄 행각은 조금씩 계산하지 못한 돌발 변수들로 흔들리기 시작하고 결국 최대 위기로 내몰리게 된다.
제목이 <페인 앤 게인>인 까닭은 범죄자 일행이 보디빌더 등 근육질의 몸매를 소유한 이들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멋진 근육을 게인하기(갖기) 위해선 페인, 다시 말해 육체적인 고통을 감수해야만 한다.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게인을 얻기 위해 이들은 범죄행각이라는 페인을 감수하려 한다. 그로 인해 한때는 ‘게인’을 얻기도 한다. 그렇지만 더 부자가 되고 싶다는 욕심은 더 큰 페인을 요구하고 결국 그들의 게인도 흔들리게 된다.
이런 모습은 운동중독자로 나오는 이들의 평소 모습에서도 드러난다. 이미 빼어난 근육질 몸매의 소유자이지만 그들은 더 훌륭한 근육을 갖기 위해 시간만 나면 힘겹게 운동이 빠져든다. 이들의 운동중독이 이 영화에선 더 큰 부자가 되고 픈 욕망을 비유적으로 보여준다.
마이클 베이의 영화인만큼 기본적으로 대본이 탄탄하고 연출력 역시 안정돼 있다. 그렇지만 자기만의 코믹 액션 영화를 만들기 위해 마이클 베이 감독은 기존 영화들과 달리 현란하고 자유분방한, 그래서 조금은 컬트한 느낌의 편집을 선보인다. 이로 인해 기존 마이클 베이 감독의 영화와는 분명한 차별점을 갖고 있다. 다만 이런 부분이 마이클 베이의 블록버스터에 길들여진 관객들 입장에선 다소 많이 낯설다.
더욱이 이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하나 같이 스토리가 다소 황당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영화를 위해 만든 황당한 스토리가 아닌 실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벌어진 실화라는 얘기다. 물론 한국과는 많이 다른 미국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이지만, 황당한 일들이 끊이지 않고 벌어지고 있는 공간이 바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다.
@ 줄거리
미국 마이애미에서 헬스 트레이너로 일하는 다니엘(마크 월버그 분). 항상 부자가 되는 법을 궁리하는 다니엘은 열심히 공부하고 계획도 세우고 투자 권유 등으로 실행까지 하곤 하지만 매번 뜻대로 되지 않는다. 다니엘에게 부자가 되고 픈 아메리칸 드림은 늘 먼 곳에 있다. 한 강연에서 ‘절대 실패자가 되지 말라’는 강사의 얘기에 깊은 감동을 받은 다니엘은 범죄 행위를 통해서라도 실패자에서 성공한 자로 변신하고자 결심한다.
동료 트레이너 폴(드웨인 존슨 분)과 아드리안(안소니 마키 분)을 끌어들여 범죄 계획을 세운 다니엘은 헬스클럽의 고객 가운데 상당한 부자인 빅터(토니 살호브 분)를 납치해 그의 재산을 가로 채려는 계획을 세운다. 여러 가지 계획을 세워 몇 차례 실패한 끝에 결국 다니엘 일당은 이를 실행에 옮기고 실제로 빅터의 어마어마한 재산을 훔치는데 성공한다.
다만 다니엘 일행은 빅터에게 자신들의 정체를 노출시키는 결정적인 실수를 범하게 된다. 결국 빅터를 살해하기로 결심하지만 그 계획 역시 실패하고 만다. 그렇지만 다니엘의 계획이 워낙 뛰어났던 터라 이미 빅터의 재산은 모두 이들의 것이 된 뒤다. 아무도 빅터의 얘기를 믿어주지 않은 만큼 다니엘의 계획은 뛰어났다. 심지어 경찰 역시 빅터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결국 빅터는 사립탐정 에드(에드 해리스 분)를 고용해 다니엘 일행의 범죄를 입증하려 한다. 노련한 에드가 조금씩 다니엘 일행에게 다가가기 시작할 무렵, 다니엘 일행은 또 한 번의 범죄 행각을 계획한다. 더 큰 부자가 되고 싶다는 욕심이 서서히 그들을 지배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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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영화 <페인 앤 게인>은 마이클 베이 감독의 데뷔작인 <나쁜녀석들>과 조금 닮아 보인다. 그렇지만 <나쁜녀석들>보다는 컬트한 느낌이 훨씬 강조된 영화다. 마이클 베이 감독은 <나쁜 녀석들>의 대성공 이후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블록버스터 전문 흥행감독으로 성장했다. 그렇지만 만약 그가 흥행 감독이 되지 못했다면 어떤 색깔의 감독이 됐을까. 다소 무의미해 보이기도 하는 이런 질문의 정답이 바로 <페인 앤 게인>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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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베이 감독의 특징은 대중적이라는 점이다. 그가 세계적인 흥행 감독이 된 결정적인 원인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페인 앤 게인>은 그가 대중성이라는 굴레를 벗고 보다 자유롭게 만든 영화로 보인다. 따라서 조금은 컬트적이고 자유분방한 느낌이 돋보이는 영화이긴 하지만 그만큼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릴 수밖에 없어 보인다. 게다가 한국 정서와는 잘 어울리는 분위기의 영화도 아니다. 세계적인 흥행 감독 마이클 베이의 최신작임에도 아직 국내 개봉을 못한 까닭 역시 여기에 있는 게 아닌 가 싶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