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은빛 유령’ 셀럽들의 자존심
롤스로이스는 1907년 최고시속 80㎞에 이르는 40/50 HP를 내놓으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밤에 소리 없이 달리는 모습이 마치 은빛 유령이 지나가는 듯하다고 해 ‘실버고스트’라고 불렸다. 오른쪽 위는 1940년대 후반 각국 상류층의 머스트해브 모델로 오르내린 ‘실버던’. 아래는 영화 <노란 롤스로이스>에 출연한 오마 샤리프와 잉그리드 버그먼. 사진출처=롤스로이스 웹사이트·페이스북
롤스로이스 웹사이트에 따르면 롤스로이스는 1904년 미드랜드 호텔에서 있었던 유명한 점심식사에서 유래했다. 귀족 출신 자동차 레이서이자 사업가인 찰스 롤스와 성공한 엔지니어인 헨리 로이스가 함께 식사를 하면서 ‘완벽한 자동차를 만들자’는 데 의기투합해 손을 맞잡은 것이다. 이렇게 두 사람의 이름을 딴 회사 롤스로이스가 탄생했고, 최고급 수제 자동차의 역사가 시작된다.
롤스로이스의 이름이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1907년 ‘40/50 HP’, 일명 ‘실버고스트’(Silver Ghost)를 내놓으면서부터였다. 40/50 HP란 모델 이름은 출력 크기를 나타내는 것. 출시 당시 7036㏄ 6기통 엔진을 탑재해 최고속도가 80㎞/h에 이르던 40/50 HP는 뛰어난 정숙감과 고장 없는 완벽함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밤에 소리 없이 달리는 모습이 마치 은빛 유령이 지나가는 듯하다고 해서 ‘실버고스트’로 불렸다고 한다. 당시 영국 왕실자동차클럽이 주최한 안전성 시험경주에서 하루 12시간씩 2만 4000여km를 고장 없이 달려 ‘최고의 자동차’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롤스로이스 심벌과 엠블럼.
1940년대 후반 탄생한 ‘실버던’(Silver Dawn)은 롤스로이스가 섀시뿐만 차체까지 생산한 최초의 모델. ‘은빛 여명’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의 이 차는 세련되고 아름다운 스타일과 4257~4900㏄급 강력한 엔진 성능으로 인해 해외 각국 상류층의 ‘머스트해브’ 모델로 오르내리기도 했다.
1950년대 들어 롤스로이스는 전통적으로 영국 왕실의 선택을 받던 다임러를 제치고 왕실 의전차량을 제공하게 됨으로써 다시 한 번 세계 최고의 자동차라는 명성을 차지한다. 1950년 엘리자베스 공주 부부에게 팬텀IV를 인도한 것이 그 첫 걸음이었다. 왕실과 국가 수장을 위해 특별히 디자인된 팬텀IV는 단 18대만이 생산된 희귀 모델이기도 하다.
전세계적으로 변혁과 도전의 시기였던 1960년대는 롤스로이스에게는 번영의 시기이기도 했다. ‘누구나 타고 싶어 하나 아무나 탈 수 없는 최고급 자동차.’ 이러한 롤스로이스 특유의 귀족마케팅은 수많은 배우, 팝스타, 유명인사들이 롤스로이스를 선택하도록 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특히 1965년 영화 <노란 롤스로이스>에 등장한 노란색 팬텀II는 당대 은막의 스타였던 오마 샤리프, 잉그리드 버그먼과 함께 롤스로이스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같은 해에 팝스타 존 레넌은 팬텀V를 구입해 수많은 화제를 뿌렸다. 존 레넌이 흰색으로 마감된 이 모델을 무광 검정색으로 도색해 타고 다니다, 이에 싫증이 나자 사이키델릭한(환각적인) 디자인으로 다시 도색한 일화도 유명하다.
이정수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