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터미네이터는 지구 멸망 이전까지를 다룬 1~3편과 핵전쟁으로 지구가 멸망한 뒤 ‘스카이넷’이 지구를 지배하고 인류는 기계의 지배를 받으며 저항하고 있는 상황을 다룬 4편으로 이어졌다. 이런 흐름대로라면 5편 역시 핵전쟁 이후 스카이넷과 인간 저항군의 항전을 다룬 내용이어야 한다.
그렇지만 <터미네이터5>라고 알려진 <터미네이터 : 제네시스>는 기존 흐름을 이어가는 <터미네이터>의 5편이 아닌 새로운 리부트 시리즈다. 리부트(reboot)란 시리즈의 연속성을 버리고 새롭게 처음부터 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비긴즈>다. 배트맨의 리부트 시리즈는 <다크 나이트>로 이어지며 최고의 블록버스터 영화로 거듭났다. 슈퍼맨 시리즈의 리부트인 <맨 오브 스틸>, <스파이더맨>의 리부트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 등도 대표적인 리부트다.
결국 <터미네이터 : 제네시스> 역시 기존 1~4편의 흐름과 무관하게 새롭게 시작되는 <터미네이터>를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이병헌의 배역은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애초에 알려진 대로라면 3부작으로 제작되는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기존 <터미네이터>의 리부트다. 따라서 리부트의 1편인 <터미네이터 : 제네시스> 역시 기존 <터미네이터> 1편과 내용은 비슷할 것으로 보였다.
<터미네이터1> 포스터
<터미네이터> 1편은 스카이넷이 저항군의 리더인 존 코너를 제거하기 위해 타임머신을 이용해 과거로 T-800(아놀드 슈워제네거 분)을 보내고 존 코너는 자신의 수하인 카일 리스를 과거로 보낸다. 1984년 LA에 살고 있는 사라 코너는 갑작스럽게 자신을 공격하는 T-800으로 엄청난 위기에 내몰리지만 카일 리스의 도움을 받아 목숨을 구한다. 그리고 카일 리스와 사랑에 빠진 사라 코너는 임신을 하게 되고 그렇게 생긴 아이가 바로 존 코너다. 결국 존 코너는 미래의 자신이 어머니를 보호하기 위해 보낸 부하의 아이였던 것이다. 그리고 1편에서 터미네이터인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사라 코너의 목숨을 노리는 악역이다.
<터미네티터> 2편에선 10대가 된 존 코너와 사라 코너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T-800을 과거로 보냈지만 작전에 실패한 스카이넷은 신형 모델인 T-1000을 과거로 보내고 존 코너는 어린 자신과 어머니를 보호하기 위해 T-800을 과거로 보낸다. 이로 인해 T-800 역할의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2편에선 선한 역할이 돼 T-1000과 싸운다. 2편의 가장 주된 흐름은 10대와 존 코너와 T-800의 우정, 그리고 T-800의 희생정신이었다. 그리고 액체로 호환되는 금속으로 만든 신개념 로봇인 T-1000은 엄청난 관심의 대상이 됐다. 이로 인해 <터미네이터>는 2편을 통해 최고의 영화로 거듭난다. 지금까지도 <터미네이터> 최고의 영화는 바로 이 2편으로 기록되고 있다.
그런데 이병헌의 배역이 알려지면서 새롭게 제작되는 리부트 시리즈의 첫 편인 <터미네이터 : 제네시스>에 대한 예상도 엇갈리게 됐다. 어차피 리부트 시리즈인 만큼 기존 시리즈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대략적인 이야기 흐름이나 캐릭터는 오리지널 편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병헌의 배역으로 이런 예측이 모두 빗나갔다.
최근 온라인에 떠도는 <터미네이터5>의 큐시트 이미지에는 이병헌의 역할이 경찰(Cop), ‘T-1000’이라고 명시돼 있다. <터미네이터2>에 등장한 T-1000 역시 과거로 돌아와 경찰 복장을 입고 다녔음을 감안하면 이병헌의 역할이 우리가 기억하는 액체금속 호환형 로봇인 T-1000과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리부트 시리즈의 첫 편인 <터미네이터 : 제네시스>가 <터미네이터> 1편 내용과 유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주인공은 사라 코너와 카일 리스 커플이 주인공이며 T-800 역할의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악역이다. 이에 따라 이병헌의 배역을 두고 다양한 예측이 나왔는데 그의 배역은 <터미네이터> 1편이 아닌 2편에 등장하는 T-1000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오리지널 편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리부트 시리즈가 될 것임이 확연해진 셈이다.
다양한 예측이 가능하다. 가장 쉬운 예측은 존 코너가 카일 리스와 T-800을 과거로 보내고 스카이넷이 T-1000을 과거로 보내는 구도다. 그렇다면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선한 역할이 되고 악역의 중심이 이병헌이 된다. 사실상 기존 <터미네이터> 1~2편을 모두 합친 버전이 되는데 이런 경우 <터미네이터2>의 핵심 사안인 10대의 존 코너와 로봇 T-800의 우정은 그릴 수가 없게 된다.
그렇지만 존 코너의 10대 시절을 그린 리부트 시리즈의 2편에서 새로운 신종 기종 로봇을 활용하면 된다는 부분에선 충분히 가능성이 열려 있는 예측이다.
결국 이병헌의 배역이 살짝 드러나면서 베일에 감춰져 있는 <터미네이터> 리부트 시리즈의 속살까지 깜짝 노출된 셈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