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달팽이는 섬세한 구조의 껍질을 겹겹의 소용돌이 모양으로 키우고 나면 껍질 만드는 활동을 갑자기 중지하거나 줄여 간다. 그러나 소용돌이를 한 번 더 만들게 되면 껍질의 크기는 16배나 증가해 버린다. 이렇게 되면 안정된 생활은커녕 무게의 부담이 지나치게 된다. 그때부터 증가된 생산성은 모두 껍질의 확대에서 오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일에 쓰이고 마는 결과가 나타난다.”
프랑스의 경제학자이자 철학자인 <탈성장사회>의 저자 세르주 라투슈는 “경제성장이 일어나지 않는 성장사회만큼 최악의 것은 없다”고 말한다. 실업, 빈부 격차의 증대, 빈곤층의 구매력 저하,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하는 복지정책의 포기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심하게 ‘경제성장 중독’에 빠진 나라다. 그 결과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살률, 노인 빈곤율을 보이고 있다. 노동시간은 OECD 국가 중에 두 번째로 길지만 소득격차, 빈부격차는 날로 심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원전밀집도 세계 1위, 온실가스 배출 세계 7위 등 경제성장 중독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문제점을 보여주고 있다. 세월호 참사도 경제성장 중독과 무관하지 않다.
탈성장은 파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방법으로 파이를 나누는 것이다. 경쟁, 축적 등과 같은 시장 사회의 가치와 자연에 대한 약탈적 사고 대신에 ‘증여’와 ‘행복의 경제학’을 말한다. 재분배는 나눔의 윤리를, 재사용은 받은 증여품에 대한 존중을, 재활용은 우리가 차용한 자원을 자연과 지구에 돌려주는 것을 의미한다.
이 책은 사파티스타 운동, 이반 일리치의 ‘탈학교’, 카스토리아디스의 ‘자율사회’, 지중해적인 유토피아와 크레타 다이어트 등 다양한 ‘탈성장의 길’을 제시한다. 세르주 라투슈 지음. 양상모 옮김. 오래된생각. 정가 1만 5000원.
연규범 기자 ygb@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