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 배우 라인업만 놓고 보면 말 그대로 수려하다. 우선 윤시윤과 여진구가 투톱 주연이다. 요즘 가장 잘나가는 어린 배우들이다. 여기에 조연급은 더욱 화려하다. 이경영, 천호진, 이원종, 이병준, 박상면 등 소위 신 스틸러로 유명한 조연 배우들이다. 특히 이들을 촬영 현장인 섬으로 모두 모아서 촬영했다는 것만 놓고 봐도 이른바 대작이다. 여러 편의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해 주연급보다 오히려 촬영 스케줄이 빡빡한 조연 배우들의 경우 서울 등 비교적 이동이 편리한 장소에서 촬영하면 여럿을 모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접근이 어려운 섬에서 촬영이 이뤄짐에도 이렇게 수려한 조연진을 확보했다는 것은 매우 대단해 보인다.
소재 역시 감동과 스포츠를 더해 놓은 ‘될 법한 재료’다. 섬마을에 살던 한 아이가 전직 골프 프로를 만나 엄청난 실력의 골퍼가 된다는 기본 내용은 말 그대로 잘 먹히는 소재다. 이처럼 재료인 소재가 좋고 요리사인 배우들도 좋다.
그럼에도 영화 <백프로>는 3년가량 개봉을 하지 못한 채 창고에 머물다가 지난 4월 3일에서야 힘겹게 개봉했다. 극장 개봉 성적은 매우 좋지 못했고 지금은 온라인 다운로드 시장과 TV VOD 시장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수려한 배우 출연진을 확보하고 될 법한 소재를 갖춘 영화 <백프로>는 왜 흥행에 실패한 것일까. 과연 이제라도 다운로드 받거나 VOD로 봐도 좋은 영화일까.
기본적으로 영화 <백프로>의 한계는 되는 영화의 흥행 공식에 너무 충실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런 형태의 영화를 너무 많이 본 관객들 입장에선 영화가 시작하고 단 10분만 지나도 모든 내용을 예상할 수 있다. 그만큼 지금까지 제작된 이런 종류의 영화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관객들이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영화를 가지고는 더 이상 흥행이 힘들다. 뭔가 변화를 주고 어딘가에 포인트를 두는 등의 노력을 가미해야 하는 데 영화 <백프로>는 너무 오래된 흥행 공식에만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다.
초반 10분의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천재 프로 골퍼 ‘백프로(윤시윤 분)’는 슬럼프에 빠진 뒤 방탕한 생활을 한다. 그의 캐디이자 매니저가 사고만 치고 다니는 백프로를 다시 정상의 자리에 올려 누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렇지만 또 룸살롱에서 술 마시다 사고를 친 백프로에가 달려온 매니저는 사고 뒤처리를 하고 음주운전을 하려던 백프로를 말리려 조수석에 탔다가 교통사고를 당한다. 이로 인해 매니저는 사망하고 백프로는 목소리를 잃는다.
폐교 위기의 한 섬마을 학교. 전교생이 6명인데 선생님이 없다. 이에 교장은 옛 제자인 백프로를 그 학교 교사로 데려오려 한다. 백프로가 대학 시절 교사자격증을 땄기 때문이다. 그 학교 학생 가운데 병주(여진구 분)가 있다.
당연한 결론은 백프로는 개과천선해 좋은 선생님이 되고 병주는 주니어 골프 대회에 출전해 우승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시련이 존재하겠지만 결국 백프로와 병주는 모든 고난과 역경을 헤쳐 나갈 것이다.
그리고 결국 이 영화의 결론은 이런 예상에 100% 일치한다.
영화 제목이자 타이틀롤이 백프로인 까닭은 주인공이 백 씨이자 프로 골퍼이기 때문에 그를 부르는 호칭이 백프로라서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백프로(100%) 예상이 가능한 뻔한 내용의 영화이기 때문에 <백프로>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현실성 역시 제로다. 아무리 백프로과 병주가 모두 골프 천재일지라도 섬의 잔디밭에서만 연습하던 병주가 처음으로 골프장에서 경기를 펼치며 대역전극으로 우승을 거둔다는 설정은 골프 선수, 아니 취미로 골프를 즐기는 모든 골프인이 화를 낼 수도 있는 설정이다.
또한 아무리 섬 마을 사람들이 외지에 산다고 할지라도 대한민국을 뒤흔들던 골프 천재 백프로가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내 매니저를 사망케 한 사실을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 역시 말이 안 된다. 섬은 인터넷도 없고 TV도 안 나오며 신문도 없다는 설정인 셈이다. 이는 섬에 사는 국민들을 분노케 할 수도 있는 설정이다.
왜 이런 수려한 출연진이 참여한 영화가 3년이나 개봉되지 못했는지도 백프로(100%) 이해가 되는 영화다.
@ 배틀M이 추천 ‘초이스 기준’ : 여진구의 젊은, 아니 어린 모습이 보고 싶다면 클릭
성인 연기자 못지 않은 빼어난 연기력으로 인정받아온 아역 배우 여진구는 이제 충무로에서 가장 탐내는 주연 배우로 성장했다. 그렇지만 영화 <백프로>에서의 여진구는 주연 이지만 여전히 아역 배우다. 이미 3년 전에 촬영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지금보다 훨씬 젊은, 아니 어린 여진구의 모습을 보고 싶은 여진구 팬들에겐 영화 <백프로>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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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진구와 윤시윤 등 주연 배우의 스타성이 돋보이고 이경영, 천호진, 이원종, 이병준, 박상면 등 조연진은 더욱 수려하지만 아쉽게도 영화는 그리 재밌는 편이 아니다. 곧 명절을 즈음해 특집 영화로 방영될 가능성이 농후하니 조금 더 기다렸다가 TV에서 공짜로 보는 게 더 적합해 보인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