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카추라니스의 부재는 탄탄한 그리스 수비 조직력에 금이 가게 만드는 악재다 됐다. 이로 인해 그리스의 페르난도 산토스 감독은 중원과 측면 수비를 사실상 포기했다. 대신 골문 앞 중앙 부분을 탄탄하게 지키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일본이 경기장 중원과 그리스의 측면을 모두 장악하도록 방치한 채 골문 앞만큼은 탄탄하게 틀어막겠다는 전술을 꺼내든 것.그리고 그리스는 경기 종료까지 55분가량을 완벽하게 막아냈다.
중계 화면 캡쳐
이로 인해 20일 오전 7시(한국시간) 브라질 나타우의 에스타디오 다스 두 나스 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 월드컵 C조 예선 2차전 일본과 그리스의 경기는 득점 없이 비겼다. 그리스는 후반 35분 디미트리스 살핑기디스를 투입하면서 승리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지만 한 명이 부족한 상황이라 역부족이었다.
결국 카추라니스의 부재는 그리스의 수비 전술에 변화를 이끌어 내면서 무승부의 기폭제가 됐다. 만약 11명 대 11명의 승부였다면 역시 승리가 절실했던 그리스가 더욱 공격적으로 나왔을 것이며 일본 입장에선 그리스 수비를 뚫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을 지도 모른다.
게다가 그리스 선수들의 투쟁심에 불을 밝힌 퇴장이기도 했다. A 매치 110경기에 나선 카추라니스는 이번 퇴장으로 월드컵과의 인연이 끝날 위기에 놓였다. 퇴장으로 인해 조별예선 3차전에 출전할 수 없게 된 것. 그가 다시 월드컵 무대에 서기 위해선 16강전 진출이 절실하다. 결코 일본에 패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 이로 인해 그리스 선수는 오히려 더욱 힘을 냈다. 실제로 카추라니스의 퇴장 이후 일본의 공격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였지만 전반 38분 카추라니스가 퇴장당한 뒤 전반전이 종료될 때까지 10분 가량은 오히려 그리스의 맹공이 이어졌다.
상대팀 선수의 퇴장으로 수적 우위를 차지하게 되는 것은 분명 호재다. 그렇지만 일본에게 카추라니스의 퇴장은 악재가 되고 말았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