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코트디부아르가 그리스를 이기면 일본은 무조건 16강 탈락이다. 다만 콜롬비아를 이기고 코트디브아르가 그리스에 패하면 16강 진출도 가능했다. 일본이 그리스를 골득실에서 2점 앞서고 있기 때문에 그리스가 대승을 거두는 상황만 연출되지 않으면 일본이 16강에 가게 되는 것이다.
다만 코트디브아르와 그리스가 비길 경우를 대비해 일본은 콜롬비아를 2점 차 이상으로 이겨야 했다. 일본이 코트디부아르에 골득실에서 1점 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한국 언론은 일본이 16강에 진출하려면 바늘구멍 같은 경우의 수를 통과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그렇지만 한국은 닮은 꼴 상황에서 더 절박한 위기에 내몰렸다. 조별예선 2차전에서 알제리에 2대 4로 대패했기 때문이다. 상황은 일본과 유사하다. 우선 조별 예선 3차전에서 알제리가 러시아를 이기면 한국은 무조건 16강 탈락이다. 100대 0으로 승리해도 의미가 없다.
중계 화면 캡쳐
일본이 그리스의 승리를 염원했듯이 한국은 러시아의 승리를 염원하고 있다. 다만 골득실에서 그리스에 앞선 일본과 달리 한국은 골득실에서도 러시아에 뒤져 러시아가 최소 득점으로 알제리를 이겨야 한다. 예를 들어 러시아가 알제리를 1대 0으로 이기고 한국이 덴마크를 2대 0으로 이기면 한국이 16강에 진출한다. 그렇지만 러시아가 다득점으로 승리하거나 한국이 덴마크를 2점 차 이상으로 승리하지 못하면 러시아가 16강에 가게 된다.
알제리에게는 골득실에서 3점이나 뒤지고 있어 러시아가 알제리와 비기면 더욱 복잡해진다. 일본은 코트디브아르와 그리스가 비길 경우 콜롬비아를 상대로 두점 차 이상의 승리가 필요하지만 한국은 알제리와 러시아가 비길 경우 4점 차 이상의 대승이 필요하다.
결국 일본의 경우의 수는 쥐구멍 정도 크기이고 한국이야 말로 진정한 바늘구멍 경우의 수를 통과해야 16강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일본의 조별예선 3차전은 경우의 수가 아무런 의미도 없음을 보여준다. 사실 일본은 쥐구멍 같은 경우의 수는 통과했다. 그리스가 경기 종료 직전 기적적으로 결승골을 성공시키며 코트디브아르를 이겼기 때문이다.
만약 일본이 콜롬비아를 상대로 승리했다면 기적적인 승리의 그리스보다 오히려 더 기쁜 것은 일본이 될 수 있었다. 골득실에서도 앞선 일본은 다만 콜롬비아를 이기기만 하면 됐다. 기대대로 16강 진출을 확정 지은 콜롬비아는 주전 멤버를 대거 쉬게 하는 등 1.5군으로 일본전에 나섰지만 결과는 4대 1, 콜롬비아의 대승이었다. 결국 경우의 수보다 중요한 부분은 일본의 실력이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그리스처럼 러시아가 후반 인저리타임에 극적인 결승골을 집어 넣어 1대 0 승리를 챙길 지라도 한국팀이 먼저 덴마크를 상대로 2대 0 이상의 상황을 만들어 놔야만 16강 진출이 가능하다.
결국 경우의 수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 대표팀의 실력이며, 주전 선수 가운데 몇몇을 교체한 상황에서 조별예산 3차전에 나서는 덴마크를 큰 점수 차로 이길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오매불망 기다린 러시아의 1대 0 승리 상황이 연출될 지라도 한국이 덴마크에 패하거나 비길 경우, 내지는 이길 지라도 적은 점수 차로 이긴다면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