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표에 9900이라는 숫자가 붙으면 왜 덜 비싸게 느껴질까?
만인의 관심사이며 기업의 언어라고 할 만한 가격에 대해 심층적으로 다룬 책 <9900원의 심리학>이 출간됐다. 영국의 가격 정책 전문가이자 인지경제학, 행동경제학 분야에서 명망 높은 연구자인 저자 리 칼드웰은 심리학이 가격 책정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 한 요소라는 사실에 주목한다. 그리고 소비자의 마음이 작동하는 방식을 제대로 읽어냄으로써 적절한 가격에 제품을 출시하고 고객을 성공적으로 확보할 수 있음을 알기 쉽게 설명해낸다.
가령 90원이나 900원으로 끝나는 가격은 물건을 더 많이 파는 데 효과적이라고 한다. 소비자는 제품을 대략적인 가격대로 분류하는 경향이 있다. 가격을 9000원대나 1만 원대와 같은 식으로 나누는 경향이다. 9000원 대 범위 내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기가 9600원을 썼는지, 9800원을 썼는지 기억하기 어렵다. 그리고 1만 원이 아닌 9900원을 지불함으로써 소비자는 그 제품을 저가 범위에 속하는 것으로 인식하곤 한다. 이른바 ‘9900원의 술수’가 먹혀드는 이유다.
기존 고객을 잃더라도 가격을 올리는 게 매출에 도움이 될까? 환불을 보장하면 손해일까? 세트 메뉴와 원 플러스 원 가격은 어떻게 설정할까? 이 책은 이러한 궁금증을 풀어주며 가격과 시장의 속살을 들여다본다. 리 칼드웰 지음. 권오열 옮김. 갈매나무. 정가 1만 4000원.
연규범 기자 ygb@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