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없이 정신질환 위장? 연기 신이거나 진짜 환자거나
쿨케이의 ‘괄약근 힘주기’가 한때 병역기피 수법으로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눈길을 끄는 사안은 이런 병역 기피의 최신 트렌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이들이 유흥업계 종사자들이라는 점이다. 물론 여성 접대부가 있는 룸살롱이 아닌 남성 접대부가 있는 호스트바가 그 중심이다. 호스트로 지내며 큰돈을 버는 남성 접대부들 입장에서도 군 입대는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부분이다. 이를 위해 각종 병역비리 수법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역삼동 소재의 한 호스트바 관계자의 설명이다.
“사구체신염이나 괄약근 힘주기 등 과거 유행했던 방식으로 군 면제 판정을 받은 이쪽(호스트바 업계) 애들도 많다. 몇몇 재수 없는 애들이 사법 처벌을 받기도 했지만 잘 피해나간 애들도 많다. 그 외에도 수사기관이 미처 알 수 없는 신종 기법으로 군 면제를 받은 경우도 있다고 알고 있다. 그렇지만 이번에 알려진 정신질환 위장이나 급격히 체중을 불리는 방식은 신종 기법이라고 볼 수 없다. 사실 미친 척하거나 어느 정도 이상으로 체중을 늘리면 군대에 안 간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렇게 하기 힘들어서 그렇게 하지 못할 뿐이다.정말 미치지 않았는데 한 달 동안 입원 치료를 받으며 의사에게 미쳤다는 진단서를 받아냈다면 그것 역시 그 사람의 능력이다. 그 정도 연기력을 가진 사람이 돼 배우로 성공하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이 호스트바 관계자는 병역 비리의 가장 중요한 기준을 브로커라고 설명한다. 진정한 병역 비리는 일반인들이 모르는 비법으로 군 면제 판정을 받는 것이다. 브로커들이 군 면제 판정을 받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돈을 받고 이런 비법을 포함해 갖가지 도움을 주는 것이 병역 비리라는 것. 그렇지만 이번 병역 비리 사건에선 브로커의 존재는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의 얘길 더 들어 본다.
“물론 멀쩡한 사람이라도 어떻게 하면 정신 질환이 있는 것처럼 보여서 입원할 수 있으며 입원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어떻게 해야 정신 질환 진단서를 발급받아 군 면제를 받을 수 있는지 알려주는 브로커가 있었다면 신종 수법의 병역 비리가 맞는데 이번 사례는 정확히 모르겠다. 또한 형식적으로 입원하게 만든 뒤 허위로 정신질환 진단서를 떼준 병원이 있고 해당 병원과 연결해주는 브로커가 있다면 그것 역시 신종 수법 병역 비리겠지만 이번 사건은 이것과도 무관해 보인다. 지금까지 보도된 내용만 보면 군 면제를 위한 불가능에 가까운 장벽을 넘어선 이들이 결국 수사망에 걸려들었거나 실제 정신 질환이 있는 이들이 억울한 상황에 처해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에 적발된 사례가 유사한 방법으로 병역 면제를 받은 이들에 대한 수사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보는 유흥업계 관계자들이 많았다. 논현동 소재의 호스트바 사장의 얘기다.
“수사를 확대하려면 뭔가 실마리가 있어야 한다. 병역 비리에선 대부분 브로커가 그 실마리다. 실제로 예전에 데리고 있던 애들 가운데 비슷한 방법으로 병역 면제를 받았는데 누구는 걸리고 누구는 안 걸렸다. 병역 면제를 도와준 브로커가 수사 당국에 걸린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로 나뉜 셈이다. 이번 역시 전문 브로커가 끼어 있고 그들이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면 브로커를 통해 수사가 확대될 수는 있다. 그렇지만 아직 이번 사건에 브로커가 있다는 얘긴 못 들었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