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남자’ 세우는 회음혈 주목!
60대의 일본인 남성은 성욕은 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아 고민이다. 어느 날, 요통 치료를 위해 다니고 있던 접골원 원장에게 슬그머니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는데 “발기부전에 좋은 경혈이 있다”는 뜻밖의 조언을 듣게 됐다.
“매일 시간이 날 때마다 손가락을 움직여 자극해주세요. 힘들면 진동기를 사용해도 괜찮습니다.” 원장의 말대로 남성은 경혈을 눌러주는 것을 반복했다. 그로부터 한 달 반 뒤, 놀랍게도 남성은 자신감을 되찾게 됐으며 만족스런 성생활을 영위 중이다.
남성이 자극한 경혈은 바로 회음⑱이었다. 성기와 항문 사이에 있는 회음혈은 발기부전과 전립선질환 개선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 회음혈을 누르거나 문지르는 등 자극을 가하면 음부의 혈액순환이 원활해지고 결국 발기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다.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회음혈에 발꿈치를 대고 압박하는 방법도 추천한다.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만큼 잠시 휴식을 취할 때라든지 집에서 TV를 볼 때 등 수시로 따라해 볼만하다.
발기부전에 효과적인 경혈은 성기에서 가까운 회음혈만은 아니다. 안쪽 복사뼈와 아킬레스건 사이의 움푹 파인 곳, 태계⑲ 역시 특효혈이다. ‘태계에 매일 뜸을 뜨면 발기부전이 개선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 그런데 굳이 뜸을 뜨지 않더라도, 지그시 15번 정도 반복해 눌러줘도 충분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태계혈 지압은 탈모도 예방해 준다니 남성이라면 꼭 알아둬야 할 경혈이라 하겠다.
이처럼 경혈을 자극하면, 성기능 활성화 외에도 통증완화와 질병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다. 현대인들이 흔히 호소하는 통증인 요통과 어깨 결림을 예로 들어보자. 먼저 요통에 좋은 혈은 안쪽 복사뼈 앞쪽에 있는 우묵한 곳, 중봉⑪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엄지의 지문부분으로 중봉혈을 세게 눌러주며 마사지하면 된다. 또 종아리 중간에 있는 승산⑰도 다리의 부종과 피로를 풀어주며, 요통을 경감시키는 혈이다. 5초 정도 지그시 누른 후 5초 정도 떼는 방법으로 20회 정도 반복해 눌러주면 허리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다.
오십견과 같은 어깨 결림에는 견정⑬을 지속적으로 눌러보자. 위치는 양쪽 어깨 위, 유두에서 수직으로 그어 올린 선과 만나는 지점이다. 왼쪽 어깨는 오른손으로, 오른쪽 어깨는 왼손으로 꾹꾹 눌러주면 된다. 이때 엄지와 집게손가락 사이 움푹 들어간 합곡⑭을 함께 지압하면 몸이 한결 시원해진다. 합곡혈은 어깨 결림을 비롯해 소화불량, 통증, 발열 등에도 효과가 뛰어난 ‘만능혈’이다. 합곡혈은 조금 아플 정도로 강하게 누르는 것이 포인트다.
동양 의학 이론에 따르면, 경혈을 자극해 막혀있던 기의 흐름을 풀어주면 병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
만약, 여름밤 무더위에 지쳐 잠을 못 이루는 사람은 실면⑳ 부위를 자극해보자. 실면은 발바닥 뒤꿈치 한가운데 위치해 있는 경혈로 이곳을 15회 정도 천천히 두드리면 숙면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 정수리에 있는 백회①도 1회 10초 이상 자주 눌러주면 잠을 푹 잘 수 있다.
사실 불면증에 좋은 혈은 우울증에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일본 중의학회 사무국장인 세오 코지 씨는 “불면증과 우울증은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몸은 피곤한데 잠이 쉽게 오지 않는 사람은 교감신경이 흥분돼 수면장애가 일어난 것으로 극심한 피로에 시달리게 된다. 그리고 이는 우울증으로 연결될 수 있다”면서 “불면증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불면증에 좋은 혈은 어디일까. 대표적인 특효혈은 바로 곡택④이다. 곡택은 팔꿈치 안쪽에 오목하게 들어간 부위인데, 이곳을 약간의 통증이 느껴질 정도로 2~3분간 자극해보자. 심장에서 가까운 왼손을 자극하면 효과는 더욱 커진다.
가슴 양쪽의 유두 사이에 있는 단중③을 지그시 눌렀을 때 통증이 심하면 이미 몸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증거다. 이럴 땐 부드럽게 풀어줘야 한다. 엄지를 사용해 15번 정도 누르면 긴장과 흥분이 가라앉는다. 배꼽 아래의 혈인 기해⑦를 자극하는 것도 우울증을 해소하는 데 좋다.
동양의학에서는 에너지 즉 ‘기(氣)’가 인체에 흐르고 있다고 본다. 여기서 기가 흐르는 통로가 경락이며, 경락 중에서도 특히 기가 모여 있는 지점을 경혈이라고 한다. 경락이 도로라면 경혈은 정류장에 해당되는 것이다. 기는 경락을 따라 흐르고 있기 때문에, 예를 들어 머리가 아프다면 같은 경락으로 연결된 발과 손, 허리 등의 경혈에 통증이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경혈을 자극함으로써 막혀 있는 기의 흐름을 풀어주면 병을 낫게 할 수도 있다. 경혈이 일종의 치료점 역할을 하는 셈이다. 또 경혈을 누르면, 통증의 강도를 통해 특별히 약한 장기나 기관도 파악할 수 있으므로 질병을 예방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