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복판서 질퍽한 북창동 냄새
▲ LA 한인타운이 한국에서 유입된 유흥문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은 서울 북창동의 유흥업소로 기사 내 특정사실과 관련 없음. | ||
지난해 9월 국내의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부터 그 여파가 미치기 시작한 미국 한인사회는 급기야 지난 7월 미연방수사국(FBI)이 한인타운 내 불법매춘 행위에 대한 집중 단속에 나서는 지경에까지 이르러 국가 이미지에 먹칠을 하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이 언론인은 “미국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해도 이는 미국의 문제가 아닌 한국의 문제”라며 “특히 현지의 한국 윤락여성들이 노리는 집중 타깃은 한국에서 건너오는 관광객이나 파견 근무 나온 상사주재원 및 공관원들이라는 점에서 고국에서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경고했다.
현재 미국의 한인타운에는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수백 명에 이르는 국내의 윤락여성들이 흘러들어갔고, 이들은 생계를 위해서 ‘데이트라인’ ‘마사지 팔러’ ‘콜걸’ 등의 다양한 불법매춘 행위뿐만 아니라 ‘꽃뱀’으로까지 변신해 심각한 범죄행위도 저지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요신문>은 LA 현지에서 보내온 이 언론인의 취재 내용과 인터뷰를 통해 LA를 중심으로 한 한인사회의 탈선 유흥문화 실태를 들여다봤다.
지난 7월 미국의 LA 등 한인타운은 한바탕 난리가 났다. 한국의 한 매춘 여성이 ‘마사지 팔러’(안마 출장서비스 영업행태)로 매춘행위를 벌이던 도중에 FBI에 의해 현장에서 적발된 것이다. 이후 FBI는 한인타운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매춘 조직 일제 단속에 들어갔다. 성실하고 근면한 민족으로 인정받던 한인사회 내에서는 “이제 한인사회 하면 매춘으로 각인되게 생겼다. 한국인이란 게 수치스럽다”는 탄식이 난무했다.
이후 한인타운의 유흥업은 한때 소강상태를 맞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는 단지 수면 위에서 아래로 숨어들어간 것뿐이었다. 룸살롱과 모텔 등에서 노골적으로 행해지던 매춘 행위가 일단 잠복하고 철저한 점조직 형태의 ‘콜걸’과 ‘데이트라인’(박스기사 참조) ‘마사지 팔러’ 등은 오히려 더 성행하고 있는 것.
더욱 심각한 것은 일부 윤락여성의 경우 단순한 매춘 행위에 그치지 않고 한 사람의 삶을 파탄에까지 이르게 하는 ‘꽃뱀’으로 둔갑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LA 주변에서는 한국에서 온 관광객이나 현지 상사 주재원 및 공관원들이 한 순간의 실수로 꽃뱀에게 걸려 큰 화를 당한 사례가 여기저기서 화제가 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 몇 가지를 소개하면 이렇다.
서울에서 LA로 골프 여행을 온 K씨는 한국에서 상당한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재력가였다. 그는 골프장에서 상당한 수준의 골프 실력을 갖고 있는 미모의 한 40대 여성을 우연히 만났다. 이 여성은 한인타운 내에서 ‘일본 야쿠자 두목의 정부’라거나, ‘한때 잘나가던 술집 마담’이라는 등의 소문을 달고 다녔지만 K씨가 이런 사실을 알 리는 만무했다. 겉보기에도 특별한 직업 없이 고급 주택에 벤츠를 몰고 다니며 골프로 소일하는 이 여인은 그저 돈 많은 미망인쯤으로 여겨졌다. 이 여인에게 흠뻑 빠진 K씨는 사업 핑계로 아예 한 달 동안 미국에 머물며 동거 생활을 했다. 이후 K씨는 한국에 돌아온 후에도 자주 생활비조로 돈을 송금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가 사업상의 자금난 등을 호소하며 돈을 요구하는 일이 잦아지자 K씨는 이 여인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 여인은 마침내 “1백만달러를 위자료 조로 주지 않으면 부인과 가족들에게 알리겠다”며 그 본색을 드러냈다. 급기야는 이 여인이 그동안 K씨와의 관계를 담은 사진과 그로부터 송금받은 전표 등을 복사해 그의 부인에게 전했고 결국 K씨는 이혼을 당하는 등 가정파괴로까지 이어졌다.
한국에서 파견 온 LA의 한 지사원은 업무관계로 고객을 만나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그 고객의 소개로 30대 후반의 한 여성과 동석을 했다. 자연스럽게 사무적인 이야기를 하며 저녁식사를 하고는 2차로 노래방을 찾았다가 봉변을 당한 케이스였다.
노래방에서 놀던 중 고객이 먼저 자리를 뜨면서 두 사람만 남게 됐고 이들은 새벽 1시까지 질펀하게 놀다가 헤어졌다. 그런데 약 한 달 후 이 여인은 자신이 성추행을 당했다며 고소를 하겠다고 나섰다. 당황한 지사원은 본사로 불똥이 튈 것을 우려, 사정을 해 1만달러를 주고 겨우 합의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수개월이 지나자 또 다시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해와 현재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 여인이 한인타운 내의 수 개의 사회단체에서 활동할 정도로 상당히 알려진 여성이라는 점이다.
한국에서 출장을 왔다가 윤락녀와 하룻밤 잠자리를 했던 C씨는 황당한 경험을 털어놨다. 밤 늦게 LA에 거주하는 친구들과 룸살롱에서 술을 마시고 호텔로 돌아 왔는데 호텔 로비 앞에 검은 원피스를 입은 20대의 미모의 한국 여성과 눈이 맞았다. 취기도 있었고 또 무엇보다 해외라는 점이 그의 객기를 부추겼다.
C씨는 이 여성을 자신의 호텔 방으로 데리고 들어갔고 샤워를 하고 나온 순간 놀라 자빠졌다. 뜻밖에도 방에는 건장한 두 명의 남성이 이 여성과 함께 앉아 있었던 것. 이들은 C씨에게 칼을 들이대며 강도로 돌변했다. 그는 결국 여행경비 5천달러를 뺏겼고 뿐만 아니라 남자들의 강요에 못 이겨 이 여성과 강제로 섹스까지 해야 했다. 일이 끝나자 그들은 C씨의 오른 팔에 주사를 놓고는 밖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이내 의식이 몽롱해지며 다음 날 점심때가 되어서야 깨어난 C씨는 너무나 창피스러워 주변 사람들에게 한마디 말도 못하고 이튿날 성급히 한국으로 귀국해 버렸다고 한다.
또 다른 한인 여행객은 한인식당에서 주어 온 정보지에 실린 ‘데이트라인’ 광고를 보고 호텔로 윤락여성을 불렀다가 호되게 혼이 났다. 이 윤락여성이 방에 들어오자마자 벽에 얼굴을 부딪치는 등 자해 소동을 부리면서 “이 남자가 나를 때린다”며 난리를 쳤다는 것. 그러자 밖에서 대기중이던 일행으로 보이는 남자가 들어와 “당장 경찰을 부르겠다”고 위협하면서 합의금조로 1천달러를 빼앗아가는 해프닝을 벌였다고 한다.
이러한 경우들은 현지에 사는 교포들보다는 해외라는 일종의 해방감과 설렘 때문에 한순간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관광객이나 출장객에게 흔히 일어난다. 한인타운 내 유흥가 호스티스들의 대부분은 한국에서 밀입국했거나 여행자 신분으로 왔기 때문에 무서울 것이 없는 윤락여성들. 이들은 ‘한몫’ 잡기 위해 돈이나 지위가 있어 보이는 한국 남성 여행객들을 유혹, 한국으로 돌아갈 무렵이면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하고 들어주지 않으면 공갈 협박까지 서슴지 않는 ‘꽃뱀’으로 돌변하는 것이다.
리차드 윤 선데이저널 기자 richard@sundayjournalusa.com
정리 = 이남훈 르포라이터 freehoo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