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괴짜 사회학>으로 전 세계 지적 독자들의 고정관념을 깬 수디르 벤카테시가 뉴욕의 지하경제를 탐사한 <플로팅 시티>로 돌아왔다.
사회의 최약층에 관심을 가져온 그는 설문조사와 통계 등으로 이뤄지는 전통적인 사회학 연구방법에서 벗어나, 직접 현장에 뛰어들어 사람들과 부대끼며 그들의 생활상을 관찰하고 기록한다. 뉴욕의 지하경제 종사자들의 밀착 동행 취재를 통해 계층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람들의 모습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양상을 그려냈다.
부유한 은행가의 딸이자 하버드 출신의 재원이 성매매 브로커로 활약하고, 흑인 마약 판매상이 자신의 구역 할렘을 벗어나 소호의 갤러리를 드나들며, 상류층 자제가 포르노 영화를 제작하면서 재능 있는 젊은 영화인을 발굴하려 하고, 이민자들이 아메리칸드림을 쫓아 합법과 불법을 옮겨 다닌다.
뉴욕의 섹스산업을 살펴보자. 1980~90년대만 해도 거리의 창녀들이 지나가는 차를 세워 영업했고 그 지역은 무법 지대가 되어 온갖 범죄가 들끓었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 도시 재개발․재정비 사업과 더불어 치안이 강화되어 슬럼이 정비되고 거리의 매춘부들은 눈앞에서 사라졌다. 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거리에서는 모습을 감췄지만 지하 세계에서 새로운 조건으로 더 큰 시장이 형성돼 막대한 돈이 떠돌고 있다. 섹스산업은 이제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에스코트 매니저들에 따르면 중산층 출신 여성들의 상당수가 뉴욕에 들어와 저임금의 일반 직장을 다니면서 성매매로 부족한 돈을 메우고 있다. 이민자들은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면서, 상류층 자제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성공하기 위해 혹은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 섹스산업에 뛰어든다. 인종이 섞이고 계층 간 장벽이 허물어지는 현장이었다.
저자는 지하경제에서 고군분투하고 부유(floating)하는 각양각색의 사회 세력을 폭넓게 조망한다. 계층을 넘나드는 다양한 군상과 사회적 유동성을 기록한 이 책은 10년간의 현장 연구가 빚어낸 생생한 사회학적 보고다. 수디르 벤카테시 지음. 문희경 옮김. 어크로스. 정가 1만 6000원.
연규범 기자 ygb@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