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씨’ 뿌리다…공든 탑 와르르
아널드는 주지사 임기가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 가정부와의 관계로 숨겨 놓은 아들이 있다고 실토했다. 원 안은 가정부 패티와 사생아 아들 조셉.
배우가 되기 전에 마리화나에 취해 집단 난교를 즐겼다는 사실도 뒷덜미를 잡았다. 과거의 여자 문제도 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아널드는 1977년 베벌리힐스의 헤어드레서 보조였던 수 모레이라는 여성과 사귀고 있었는데, 이 시기 마리아 슈라이버와 이중 교제를 하고 있었던 것. 모레이와 아널드는 LA 이외의 지역에선 서로에게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이성을 만나기로 약속한 상태였다. 슈라이버는 유명한 TV 저널리스트이자 케네디 대통령의 조카였던 셀러브리티. 두 사람은 1986년 4월 26일 결혼했는데, 알고 보니 아널드는 1년 동안 모레이와 슈라이버 사이를 오갔던 것이다. 그리고 아널드와 <레드 소냐>(1985)에서 공연했던 덴마크 출신의 글래머이며 한때 실베스터 스탤론의 아내였던 브리지트 닐슨도 아널드와의 관계를 털어놓았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아널드는 여유 있게 주지사에 당선되었고, 재선까지 성공해 8년 동안 정치인으로 살았다. 하지만 그가 상원의원에 출마할지도 모른다는 루머가 돌던 2010년, 아널드의 아내 마리아 슈라이버는 의심을 하기 시작한다. 그들 부부의 집엔 20년 가까이 집안일을 돌봐 주던 가정부가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밀드레드 패트리샤 바에나. 과테말라 출신으로 ‘패티’라는 애칭으로 불리던 중년 여성이었다. 그런데 그녀의 아들 조셉이 아널드와 너무나 닮아가고 있었다. 사실 아널드와 밀드레드는 이전부터 눈치 채고 있었다. 부정하려 해도 너무나 조셉의 얼굴은 너무나 명백한 증거였던 것. 아널드의 가족은 스스럼없이 패티의 가족과 어울리곤 했는데(그녀는 남편 로젤리오와 1997년에 별거를 시작했고 2008년에 법적으로 이혼했다), 아널드는 조셉의 세례식에도 참석했고 직접 골프를 가르쳐 주기도 했다. 친목을 가장해, 자신의 아들을 챙기는 행동이었다.
아널드와 전처 마리아의 젊은 시절.
도저히 참지 못한 마리아 슈라이버는 패티 바에나를 불러 직접적으로 물어봤다. 마리아의 질문에 패티는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며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마리아도 눈물을 흘렸고, 잠시 후 두 사람은 껴안은 채 서로를 위로했다. 지난 이야기는 이렇다. 마리아가 넷째 크리스토퍼를 임신중이던 1997년에 패티도 임신중이었고, 마리아가 9월 27일에 출산했고 패티는 10월 2일에 조셉을 낳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패티는, 비록 아널드와 성 관계를 가지긴 했지만 비슷한 시기에 남편과도 관계를 가진 상태였고, 자신이 아널드의 아이를 낳았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점차 아이 아빠가 누구라는 걸 깨달았고, 아널드도 아내 몰래 생활비와 학비를 지원했고, 2010년엔 수영장 딸린 집도 사 주었다.
진실을 안 상황에서 마리아가 패티를 즉시 해고한다 해도 비난할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마리아는 긴 세월 동안 자신의 집안 살림을 맡았던 패티에게 계속 함께 있어 달라고 부탁했고, 오히려 패티가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패티는 아널드 패밀리와 마지막 성탄절을 보낸 후 20년 직장을 떠났다. 이후 가장 먼저 이 사실을 보도한 매체는 <LA타임스>. 아널드는 기자회견에서 아내 마리아의 추궁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은 채, “주지사 임기를 마친 후 아내에게 직접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아널드와 마리아는 곧 별거에 들어갔고, 2011년에 그들은 이혼했다. 한때 재결합 이야기도 나돌았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그리고 2014년, 아널드 슈워제네거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부끄러운 건 그때 그 일이다. 그 일로 나는 가족에게 고통을 주었고 결국은 나의 가족은 찢어지게 되었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