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 조계종 폭력사태 장본인
▲ 지난 94년 <일요신문>이 찾아낸 서 전 원장의 숨겨둔 아내가 소유한 부동산. | ||
지난 69년 영덕 은해사 주지를 시작으로 총무원 교무부장과 대구 동화사 주지를 지낸 서 전 원장은 86년 총무원장에 뽑히자마자 지나친 대외 활동으로 물의를 빚기 시작했다. 불교계 내에서는 처음 ‘권력’이라는 말이 등장했을 정도였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백담사행과 하산에 역할을 했고, 대통령 선거 때마다 노태우, 김영삼 등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등 총무원장 자리와는 전혀 걸맞지 않은 정치적 행보를 거듭하며 불교계 안팎에서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했다. 김영삼 정부 때는 최형우 전 의원 부친의 49재를 직접 주재하는 등 정치권 실세와의 교분을 넓히기 위해 큰 공을 들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도가 지나치면서 서서히 불자들에게 신임을 잃게 됐고, 차츰 서 전 원장 체제의 구조적 문제가 거론되면서 불교계 내부에서는 서 전 원장에 관한 비리들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90년에는 숨겨 놓은 처와의 사이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거나 강남 역삼동과 원주, 과천 등지에 당시 1백억원이 넘는 부동산과 동산을 축적해 놓았다는 등의 의혹이 제기돼 불교계가 한 바탕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일요신문>은 102호(94년 5월1일자)를 통해 숨겨 놓은 처가 강남에 횟집과 6층짜리 모텔을 운영하는 등 약 5백억원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러한 부동산은 서 전 원장이 86년 총무원장이 되고 난 이후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이라는 사실을 추적 보도하기도 했다.
또한 이 무렵 경북 은해사 주지 시절 내연 관계를 맺은 또 다른 최아무개씨에게 혼인 예약 불이행으로 인한 위자료 청구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시비가 커지면서 조계종 소속 승려 11명이 서 전 원장을 상대로 “총무원장에 있을만한 사람이 아니다”며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내기도 했다.
93년 5월에는 자신의 여비서에게 성폭행건으로 고발까지 당했다. 당시 서 전 원장을 고발한 여성 오아무개씨는 무고 혐의로 서 전 원장에게 맞고소 당했고 결국 대질신문은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은 채 되레 무고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 받았다가 집행 유예로 풀려났다.
오씨는 석방 직후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서 전 원장과의 관계를 세세히 밝힌 바 있다. 인터뷰를 통해 서 전 원장이 오씨에게 용돈과 승용차도 선물로 주었으며, 5억원짜리 아파트를 사주겠다고 약속한 사실도 알려졌다.
특히 오씨는 인터뷰에서 “서 전 원장이 누군가에게 돈을 건넬 때 절대 수표를 사용하지 않고, 금고에는 늘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대 현찰이 가득하다”는 충격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처럼 구설수에 계속 휘말려온 서 전 원장은 ▲17사단 훼불사건을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던 스님들과 신도들을 오히려 범법자로 규정한 사건 ▲불교방송 사장에 여권과 친분이 있는 천주교 신자를 임명하려다 실패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94년 광주 상무대 공사 유용 자금 조계종 유입 사건 의혹이 불거지면서 불교계 내의 반발은 극에 달했다. 상무대 건설을 맡은 조계종 전국신도회 회장이자 C건설 대표가 시주금 명목으로 조계사에 80억원을 전달했다고 밝힌 부분에 대해 서 전 원장이 별다른 해명을 하지 못하자 전국 4개 불교 단체가 발끈한 것.
뒤이어 총무원장 3선 연임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청부 폭력배를 동원, 3선 연임을 반대하는 범승가종단개혁추진회(범종추) 등 불교계 개혁세력을 습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결국 총무원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불교계 최대의 폭력 사태로 기록되고 있는 이 사건으로 그는 조계종 분규의 중심으로 지목되면서 결국 몸을 은신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이 과정에서도 자신의 측근들에 대해 주지 선임 등을 미끼로 5백만∼3천만원대의 금품을 받고, 이와는 별도로 ‘정치자금’명목으로 매년 각 사찰 주지들로부터 8백만∼1천만여원씩 헌금을 거둬온 사실이 폭로됐다. 자신의 생일과 부처님 오신 날 등에도 주기적으로 주지들에게 금품을 상납 받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등 서 전 원장의 깊은 비리는 계속 파헤쳐졌다.
승적 박탈 이후에도 그는 행보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서울 보승사 등 서울에만 4~5곳과 대구, 제주도 등지에서 은신하고 있다는 등 후속 보도가 계속 이어졌다. 측근들에 따르면 이 당시 서 전 원장은 충주 자연동굴 근처에 집을 얻어 내연녀와 5~6개월 동안 이곳에서 주로 거주하면서 전국 각지로 피해다녔고 99년 이후에는 주로 성불사에서 은신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잠적 후 광주 상무대 비리 자금 불교계 유입 의혹과 관련, 서 전 원장이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되자 일각에서는 그가 정치권 인사 리스트를 갖고 정치권과 흥정한다는 설이 퍼져 한동안 정치권이 후끈 달아오르기도 했다.
10여 년간 잠잠하던 서 전 원장의 이름이 재차 거론되면서 불교계가 다시 들썩이고 있다. 특히 서 전 원장의 측근 스님이 여러 고소건으로 서 전 원장과 대립하고 있다는 점에서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 전 원장은 수십년 동안 이 스님의 통장으로 돈 거래를 해왔고 대부분의 부동산 계약도 이 스님이 서 전 원장의 대리인으로 나선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기회에 그동안 미스터리로 남았던 서 전 원장의 재산이나 비자금에 대한 의문점이 해소될 수 있을지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유재영 기자 elegan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