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명 죽었다고? 1백명도 넘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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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북의 전당포들. 카지노객들이 출입이 잦다. | ||
과연 그럴까. 취재진이 강원랜드 주변을 취재한 바에 따르면 오히려 카지노 관련 자살이나 사망사고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현지 주민들과 카지노 이용자들은 “자살 사고가 고작 17건이라는 건 말도 안된다”며 “적어도 그 두 배, 아니 자살 외 살인 사건까지 따진다면 1백여 건도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의 조사는 강원랜드 객장 내에서 벌어졌거나 아니면 유서 등을 통해 자살 사인이 명확히 확인된 것만 따졌을 뿐 실제 알려지지 않은 숱한 자살 및 사망 사고가 카지노장 주변 숙박업소와 지역 인근에서 발생한다는 전언이다.
공식적으로 발표된 17건의 사망 사고만을 볼 때 30대가 7명으로 가장 많았고, 40대 5명, 50대 3명, 60대와 20대가 각각 1명씩이었다.
2003년 6월, 강원랜드 주변 도로에 차를 세우고 분신자살한 오아무개씨는 자살 당시 25세로 사망자 중 가장 어린 나이에 카지노에서 1억원을 탕진, 가족들과 불화를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2002년 자살한 고아무개씨(33)는 자살 당시 공군 대위로 복무 중이었으며,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32세의 김아무개씨는 카지노에 빠진 이후 강원랜드뿐만 아니라 필리핀 등 외국 카지노까지 드나들면서 8천만원을 탕진했다고 한다.
자살로 사망한 14명 중에는 목을 맨 사람이 10명, 투신이 2명, 음독이 1명이었다. 과로사한 이는 3명이었는데, 2002년 숨진 30대 후반 정아무개씨는 몇 달 동안 카지노에서 생활하다가 심근경색으로, 40대 후반 김아무개씨 쉬지 않고 23시간 연속 카지노를 하다가 쓰러져 사망한 경우다.
취재 도중에도 카지노에서 며칠째 잠과 끼니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채 도박에 빠져있는 사람들을 상당수 볼 수 있었다. 보름 넘게 카지노 사우나나 근처 찜질방에서 생활한다는 40대 남성 역시 게임 테이블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그는 기자에게 “카지노가 오전 6시에 폐장해서 오전 10시에 다시 개장하는데 서서 하지 않으려면 미리 자리를 맡아야 한다”며 “사우나 가는 시간도 아깝다”고 말했다.
강원랜드 개장 이후 햇수를 더해 갈수록 카지노를 제 집처럼, 갬블러를 직업처럼 여기는 사람들의 도박 중독성도 점점 심해지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12월 열흘 간격으로 자살한 50대 남녀는 카지노를 1백회 이상 출입해 온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카지노 호텔 4층 카페테리아에서 3층 로비로 투신 자살한 김아무개씨(54)의 경우 지난 한해 출입횟수만 1백90여 차례. 일반 객장에서 그를 본 적이 있다는 황아무개씨는 “친구 돈까지 모두 날리는 바람에 경북 영주에 있는 집에도 못가고 전당포에 휴대폰까지 잡혀 있는 상태였다”며 “그때 당시에도 20일 가까이 카지노에서 생활하고 있었다”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자수성가해 모은 21억여원을 모두 날려 자살한 김아무개씨(51)와 같은 VIP고객과 비교한다면 나머지 사망자들의 도박 빚은 불과(?) 몇천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 7월 목 매 자살한 이아무개씨(30)는 경찰 조사 결과 1천만원의 빚을 지고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망 사건 외 절도와 사기, 사채업자의 불법 행위도 강원랜드와 주변지역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선경찰서는 “카지노 내 절도 사건은 1년에 70~80건에 이르며 개장 이후 현재까지 불법 사채업자 1백여 명이 검거됐다”고 밝혔다. 이밖에 중국에서 입국, ‘카드 바꿔치기’수법으로 17억원을 딴 사기도박단이 발각된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자살 사건과 범죄 행위에 대해 강원랜드 관계자는 “강원랜드 내뿐만 아니라 서울에도 도박중독센터를 개설해 자발적, 또는 의무적으로 상담을 받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절도나 불법 사채 행위 근절을 위해 내부에서도 강력한 제재 방침을 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도박중독센터 개설 이후 몇 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자살 사건이 그치지 않는 데다 심각한 부채를 떠안고 있는 도박 중독자들이 상당수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방침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지 미지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강원 정선=양하나 프리랜서 hana01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