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결정적 단서 ‘그들만의 아지트’ 찾았다
▲ 황우석 교수의 ‘안가’로 확인된 서초동의 한 고급빌라 입구.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장소는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한 빌라. 황 교수와 강성근 이병천 교수 그리고 연구원 10여 명 등이 검찰수사가 시작되기 직전부터 이곳에서 검찰수사를 대비한 대책회의를 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그뿐만은 아니다. 취재 결과 황 교수 팀은 그 이전부터 이곳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장소로 이용해 왔으며 주요 자료들도 이곳에 보관해 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줄기세포 문제가 불거진 후 황 교수가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은신했던 곳 중의 하나도 이곳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지난 2일 황 교수, 윤현수 한양대 교수,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서부분소(전남 장성 소재) 이양한 박사 등 이 사건 핵심 관계자 8명의 집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이곳도 함께 압수수색한 바 있다. 이 ‘안가’는 검찰도 최근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안가’에서 컴퓨터 본체 2대와 사과상자 1개 분량의 자료를 압수했는데 이 자료들 중 일부는 사건의 열쇠가 될 중요한 자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요신문>은 그동안 풍문으로만 돌던 황 교수팀의 ‘안가’를 확인, 집중 취재했다.
황 교수가 모처에서 연구원들과 검찰수사를 대비한 대책회의를 해 왔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 사실. 그러나 그곳의 성격과 위치 등에 대해 검찰은 철저히 함구한 채 공개를 꺼려 왔다. 최근 그 위치를 확인한 검찰은 지난 2일 황 교수팀 관계자들의 집과 사무실 등 8곳을 압수수색하면서 이곳에 대해서도 전격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 특별수사팀은 지난 2일의 압수수색과 관련 “줄기세포 논문 조작사건 수사가 시작된 뒤에도 관련자들의 ‘말맞추기’가 끊이지 않아 대책 마련 차원에서 추가 압수수색을 실시했다”고 배경을 밝힌 바 있다. 당시 검찰은 “황 교수 등은 소환조사를 받고 돌아온 연구원들에게서 수시로 수사 진행 상황을 보고받았다. 황 교수팀과 미즈메디병원 연구팀은 각각 대책회의를 개최, 이메일 교환 등을 통해 검찰 조사에 대비한 ‘모범답안’을 작성해왔다”며 “말맞추기 시도가 최근까지 이어져 수사를 방해한다. 이제 제동을 걸 때가 됐다”고 말했었다. 추가 압수수색이 있은 2일 이후 기자들 사이에서는 ‘황 교수가 모 호텔에서 대책회의를 한다’, ‘황 교수팀이 지방의 한 장소에 모여 있다’는 등 소문이 돌기도 했다.
그러던 중 황 교수가 지난 한 달여 연구원들과 대책을 논의해 온 장소가 <일요신문>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번에 처음 확인된 황 교수팀의 대책회의 장소는 황 교수의 친인척으로 알려진 김아무개씨가 소유하고 있는 33평 크기의 고급빌라. 황 교수가 서울대 수의대를 떠난 이후 이곳은 줄곧 황 교수팀의 검찰수사에 대비한 대책회의 장소로 활용되어 왔다. 취재 결과 평소 이곳에는 황 교수팀 연구원 10여명이 매일 오전 중 모여 검찰의 수사상황을 체크하며 대책회의를 가져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안가’는 단순히 대책회의를 하던 곳을 넘어 이전부터 황 교수 연구팀의 비밀 장소로 이용돼 왔을 가능성이 크다. 김 아무개씨는 공사중인 이 빌라를 2003년 1월 구입했으며 2004년 10월 완공된 것으로 황 교수는 그 때부터 이곳을 이용해 왔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검찰의 수사가 시작된 뒤에는 외부에 일체 공개된 적이 없는 이곳을 주요 자료 은닉 장소로 이용해 왔을 가능성도 큰 것으로 검찰은 짐작하고 있다. 따라서 검찰은 2일 압수 수색시 이곳을 가장 중요하게 보고 수사력을 집중했다는 후문이다.
▲ 왼쪽은 현관. 오른쪽은 기자회견 당시 측근과 논의중인 황 교수. | ||
주변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 빌라는 검찰수사가 임박했던 지난 1월 초 황 교수팀 연구원들이 연구팀의 연구기록 등을 보관하는 곳으로도 활용됐음은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근 여러 사람이 드나들었다는 이야기로 미루어 볼 때 강성근 이병천 교수 등 황 교수팀의 핵심관계자들도 이곳을 드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 빌라에는 실제 소유주인 김씨가 아닌 20대 초반의 여성이 혼자 살고 있었다. 지난해 초부터 이곳에 살고 있는 이 여성은 황 교수팀의 연구원 중 한 명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 빌라 관리인은 “빌라 소유자인 김 씨는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고 현재 여기에는 26세의 여학생이 살고 있다. 신원은 확인해 줄 수 없다”며 “최근 그 여학생의 부모와 함께 사람들이 많이 드나든 것은 사실이지만 이 사람들이 황 교수와 관계있는 사람들인지는 몰랐다. 황 교수도 본 적이 없다. 빌라 내부에서 직접 출입문을 열 수 있게 되어 있어 드나드는 사람을 경비실에서 모두 알 수는 없는 구조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빌라와 관련 “소유주인 김 씨와 실제 거주하고 있는 여성이 누구인지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안가’와 관련, 검찰의 핵심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현재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내용보다 훨씬 많은 내용을 수사팀이 이미 확보한 상태다. 대책회의 장소에서 많은 자료를 찾아냈다”고 밝혔다. 이 곳에 대한 압수수색이 수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을 강조한 대목. 또 이 관계자는 “말맞추기 하지 말라고 수차례에 걸쳐 경고했음에도 황 교수팀 연구원들이 모처에 모여 입을 맞추는 정황이 드러나 그 장소를 확인하던 중 이곳을 알아내 압수수색을 단행했다”고 발했으나 이곳에서 발견된 자료들의 구체적인 내용은 수사 기밀이라며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이 ‘안가’를 압수 수색한 이후 2, 3번 줄기세포가 제럴드 섀튼 교수에게 전달됐음이 확인되는 등 검찰의 수사 행보가 빨라지고 있으며 또 이번주 중 황 교수를 비롯, 관계자들을 줄 소환해 사건을 마무리짓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이곳에서 압수된 자료가 매우 중요한 것임을 짐작케 하고 있다.
한상진 기자 sjin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