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건설사들도 ‘황 박사 앞으로’
▲ 지난 6일 감사원의 황우석 교수 연구비 집행 관련 감사결과 중간 발표 모습. 임준선 기자 | ||
최근 감사원이 황 교수의 연구비 및 후원금 지원 현황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실체가 어느 정도 드러났다. 그러나 감사원의 조사 결과가 완벽하다고는 볼 수 없다. 황 교수가 받은 후원금과 연구비 일부의 쓰임새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일요신문’은 감사원 감사 기간 중 서울대 수의대에서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황 교수 연구비 관련 서류 및 자금 흐름을 알 수 있는 문건 일부를 단독으로 입수했다.
이 문건에는 줄기세포 연구 성과 등에 따른 정부 후원금 및 연구비 모금 결과와 관련 감사원의 발표와 중복되는 내용도 있으나 그간 노출되지 않은 민간 기업의 연구비 지원 내역이 포함돼 있으며 황 교수의 계좌 등에서 주먹구구식으로 예산 집행이 됐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들이 들어있다.
황 교수에 대한 민간 기업 등의 지원 내역은 감사원 결과 발표에서 언급되지 않은 사항이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 발표에서 논란의 핵심인 줄기세포 연구와 관련해 정부 기관 및 ‘황우석 후원회’, ‘신산업전략연구원’, ‘관악구 후원회’ 등 민간단체 세 곳이 지원한 연구비와 후원금 지원 내역만을 간략하게 공개했을 뿐이다. 이에 따르면 감사원은 황 교수에게 지원된 연구비 등은 정부연구비 1백86억원과 민간후원금 60억원 등 2백46억원으로 이 중 최근 5년간 집행된 액수는 1백64억원이었다. 감사원은 발표를 통해 황 교수가 이 중 70억원을 개인계좌로 부당하게 관리했으며 최소 25억원의 국가연구비와 민간후원금을 횡령한 혐의가 짙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히고 횡령 의혹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었다.
그러나 ‘일요신문’이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황 교수는 이외에도 지난 97년 5월1일부터 지난해 1월20일까지 20여 개 민간 기업 등에서 23억4천20만원을 지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고속철도, 도로 및 터널 공사가 가축에게 주는 영향에 관한 진단 과제를 수행하는 대가로 연구비를 받았다. 금호 대우 두산 롯데 현대 코오롱 성지 일성 건설 등 국내 주요 건설사 대부분이 황 교수에게 이 같은 용역을 의뢰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도 황 교수는 지난 98년 한국건설안전기술원으로부터 경부고속철도 인접 건물 및 가축 발파 피해 진단 용역 연구비로 2백50만원을 받았으며, 같은 해 한국고속도로철도공단에게서는 소음, 진동 피해 진단 명목으로 1억1백30만원을 지원 받았다.
LG화학은 ‘체세포 복제술 실용기술 개발’이라는 과제로 황 교수에게 용역을 의뢰하며 99년 6월22일부터 세 차례에 걸쳐 8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LG화학은 99년 복제소 영롱이를 출생시킨 황 교수로부터 복제소 대량 생산 체계 확립 여부 등 테마에 관해 연 1~2회 리포트를 받는 조건으로 연구비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에서는 사료 전문 업체인 애그리브랜드퓨리나코리아와 미국 최대 곡물회사 ‘카길’의 국내 법인인 카길코리아와의 관계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미 두 회사는 카길의 주도로 지난 2001년 5월 합병된 상태.
퓨리나코리아는 지난 99년 젖소 번식 장해 요인에 관한 연구 과제 용역으로 황 교수에게 3천3백만원을 지원했으며, 지난 2002년에서 2004년까지 소 번식장애 연구 및 체세포 핵 이식 연구 사업 등 3건의 연구비로 1억2천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되어 있다.
퓨리나코리아는 황 교수와 20년 가까이 산학 협동을 해온 것으로 전해지는 사이. 특히 유병호 퓨리나코리아 상무는 황 교수의 서울대 수의학과 2년 후배이며, 김기용 대표이사도 서울대 축산학과 출신이다. 이러한 관계 때문에 퓨리나측은 황 교수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했으며, 퓨리나측이 지원한 연구비로 영롱이가 탄생했다는 것은 학계에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퓨리나측은 문건에 나타난 연구비 지원 외에도 지난 2004년 6월 3천5백만원의 연구 지원비를 한국과학재단을 통해 제공했으며, 지난해 4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6천5백만원을 황 교수에게 직접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교수는 지난 99년 퓨리나 문화재단 축산사료 연구 기수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99년부터 2000년까지는 문화재단의 기술자문위원도 역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황 교수는 ‘중앙고속도로 공사 소음 및 진동 피해 평가’, ‘죽림만 토석 채취에 따른 애완견 피해 평가’, ‘진천군도 신설공사 현장 인근 축사 소음, 진동 피해 진단’ 등의 용역으로 지방자치단체에서도 3천2백여만원을 지원 받았다.
유재영 기자 elegan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