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앙리 3세는 마치 용상에 올라앉듯, 구멍 뚫린 의자에 앉아 대변을 보고 있었다…원래 왕이란 싸우다가 영웅적으로 죽거나 참회 속에서 죽게 마련이지 대변을 보다 죽는 법은 없지 않은가 말이다…수도승은 비밀편지를 왕에게 전달하고자 소매 속으로 손을 넣는가 싶더니 이내 단도를 빼어들고 의자에 앉은 왕에게 그 칼을 꽂는다 (본문 중에서).’
별 볼일 없는 의학 수준에 진통제도 없었던 그 시절 사람들은 어떻게 임종을 맞았을까. <그 죽음들은 오래도록 지속된다>의 저자 파트릭 펠루는 역사 속 인물들의 최후의 순간을 매우 섬세하게 묘사해낸다. 왕, 학자, 예술가, 군인 등 예수부터 처칠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맞은 마지막 순간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이 책은 현장에서 일하는 의사의 시선으로 펼쳐진 죽음의 문화사다. 저자는 한 사람이 어떤 존재였는지는 그 사람의 죽음이 말해준다고 말하며, 한 인물의 죽음과 더불어 그의 생애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까지 돌아본다.
파트릭 펠루 지음. 양영란 옮김. 갈라파고스. 정가 1만 5000원.
연규범 기자 ygb@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