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교도관 이씨한테 당했다”
▲ 여성 재소자 성추행 사건이 일어난 서울구치소. | ||
여성 재소자 김 씨의 자살 기도로 남성 교도관의 성추행 사실이 처음 교도소 담장을 넘어 외부에 알려졌을 때만 하더라도 일반 사람들은 긴가민가했다. 교도소 측이 이를 전면 부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러 곳에서 의혹이 증폭됐다. 교도소 측도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
열흘 뒤 김 씨가 심각한 성추행을 당했음을 법무부가 인정하면서 시민들은 분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김 씨를 성추행한 같은 교도관으로부터 자신도 역시 비슷한 추행을 당했다는 피해자들의 충격적인 제보도 잇따랐다. 군산교도소에 수감중인 여성 재소자 네 명도 남자 교도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장막에 가려져 있는 여성 구치소에서 또 다른 인권침해 범죄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지금 여성 구치소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일요신문>은 최근 서울구치소에서 출소한 최 아무개 씨(여·35)와의 인터뷰를 통해 여성 구치소의 내막을 들어 보았다. 최씨는 “수치스럽고 분하지만 재소자라는 이유 때문에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워 그동안은 어쩔 수 없이 숨길 수밖에 없었다”며 그 내부의 충격적인 실상을 전했다.
<일요신문>의 인터뷰에 응한 최 씨는 성추행을 당한 후 자살을 기도한 김 아무개 씨(35)와 같은 구치소에서 지내다 몇 달 전 출소한 여성. 수용 당시 직원식당에서 일했다는 최 씨는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에 김 씨를 성추행한 교도관이 나에게도 출소한 뒤 만나자는 제의를 했고 계속해서 집으로 전화를 걸어왔다”고 밝혀 충격을 주었다. 그는 “우리는 약자에 불과하다. 사실을 알릴 경우 어떤 피해를 보게 될까 두려웠다”며 여전히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조심스럽게 인터뷰에 응했다.
―교도관 이 씨에게 성적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나.
▲그렇다. 내가 구치소 직원식당에서 작업을 할 때였다. 교도관 이 씨가 의자 밑으로 손을 달라며 쪽지를 건네주기에 처음에는 집에서 급한 연락이 왔나 생각했다. 알고 보니 출소 뒤 만나자며 전화번호를 적어 준 것이었다. 가석방 뒤 그 교도관이 집으로 전화를 걸어 어디로 나오라며 만나서 얘기하자고 했다.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우선 어머니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어머니가 직접 그 교도관에게 전화를 해서 무슨 일인지 묻자 그쪽에서 전화를 먼저 끊어 버렸다. 그런데 그 이후 다시 전화가 왔다. 그 교도관은 “아무 일도 아닌데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면서 “가석방 문제 때문에 만나서 이야기 할 게 있다”고 했다. 이 말에 걱정이 된 어머니가 “같이 나가면 안 되겠느냐”고 물었고 교도관은 “그렇게 하라”며 전화를 끊었다가 이후에도 몇 번이나 집요하게 전화를 걸어왔다. 그 이후로는 무서워서 전화를 받지 않았다.
―혹시 다른 피해자가 더 있나.
―당시 왜 피해 사실을 신고하지 않았나.
▲그 교도관이 분류심사 직원이었다. 당연히 불이익을 당할까봐 무서웠다. 우리 어머니 또한 그 교도관에게서 전화가 왔을 때 함부로 항의하지 못했다. 그때 나는 가석방중이었고 혹시라도 내게 문제가 생길까봐 참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 교도관은 내 신상에 대해 모두 알고 있는 사람 아닌가. 앞으로 사회생활도 해야 하는데 혹시라도 내 과거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이라도 내면서 보복을 할까 두려웠다. 다른 피해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추행 사실을 언론에 제보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무엇 때문인가.
▲사실 지금 와서 생각해도 소름이 끼치고 두렵다. 혹시 집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닌지 두려울 때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 성추행을 당한 김 씨가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소식을 접하고 마음이 아팠다. 그때 내가 성추행당한 사실을 신고하고 문제화시켰다면 김 씨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미안했다.
―법무부가 발표한 내용을 들었는가. 김 씨가 예전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아 왔다던데.
▲개인적으로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재소자들 중에 나처럼 직원식당이나 여사에서 작업을 하는 사람은 고작 30여 명에 불과하다. 이 사람들은 정신병이든 뭐든 병력이 있으면 일을 하지 못하게 돼 있다. 이번에 피해를 당한 김 씨 역시 여사에서 일을 했다. 문제가 있는 사람이었다면 애초에 일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원래 가석방과 관련한 분류심사가 밀실에서 남성 교도관과 일대일로 이뤄지는가.
▲가석방의 경우는 외부 인사가 와서 심사를 하는데 김 씨의 경우 왜 그 교도관과 일대일로 면담을 했는지 모르겠다. 또 분류심사의 경우에도 형이 확정되면 수감 초기에 바로 있게 된다. 그것도 큰 사무실에서 여러 명의 재소자가 다 같이 면담을 받는다. 어느 상황에 맞추어 보더라도 김 씨가 왜 출소를 4개월 앞둔 2월 1일에 분류심사를 받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 구치소의 체계가 그런지는 몰라도 적어도 내가 수감됐던 1년 6개월 동안에는 그런 사례를 보지 못했다. 출소한 사람들 사이에선 그 교도관이 김 씨에게 수작을 걸기 위해 일부러 그런 자리를 만들었다는 얘기도 있다. 내 경우에는 직원식당을 출입하면서 접촉을 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 성추행을 당한 김 씨는 그 교도관이 출입할 수 없는 여사에서 일했기 때문이다.
양하나 프리랜서 hana0101@hanmail.net